Mom 대로 키워라 2011.9월호 Cultivated 엄마의 뜰 + 그녀들의 로망 책이라 불리던 내 친구 동화작가 김향이 느낌표 선정도서 「달님은 알지요」를 비롯해 「내 이름은 나답게」, 「나답게와 나고은」 등을 지은 동화작가 김향이. 1남 1녀 두 자녀와 열심히 놀고 책을 읽었기에 나이 마흔에 등단할 수 있었다는 그녀에겐 책만 한 희망이 없다. “선생님 죽으면 묘지에다 뭐라고 썼으면 좋겠어요?” 지역 강연이 있던 날, 한 아이가 묻는다. “김향이는 동화를 썼기에 인생이 빛났고 행복했노라.” 그랬더니 다른 아이가 질문을 잇는다. “선생님은 그렇게 좋아요?” 그렇게 좋아? 뭐가? 다른 사람이 이 질문을 받았다면 대번 뭘 말하는 거냐고 되물었을 게 뻔하다.하지만 동화작가 김향이는 다르다. 되묻는 대신 지그시 아이를 바라본다. “나는 이 아홉 살 인생이 이렇게나 괴로운데 선생님은 어떻게 웃고 행복하냐를 묻는 거였어요. 어린 꼬맹이들, 너무나 일찍 세상을 알아버리고 상처를 받은 아이들을 어떻게 보듬어 줄 수 있을까, 그걸 연구하는 게 내 일이에요.” 지역 아이들을 만나면서 ‘소외’를 다각도로 고민하게 된 김향이 작가. 한부모가정이거나 조손가정, 그도 아니면 열악한 환경 때문에 힘겨운 아이들은 언제나 그녀의 화두다. 아이들 앞에 놓인 물질적 결핍이 행여 문화적 결핍으로 번질까 근심한다. 그래서 “힘들수록 책을 읽어야 한다”면서 서러운 유년을 다독인다. “어렸을 때 몸이 약해서 방에서 혼자 놀았어요. 외롭고 심심할 때마다 책을 읽었죠. 사춘기 땐 아버지가 집에 안 계셔서 경제적,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는데 그때 가장 큰 힘이 돼 준 게 「소공녀」였어요. 소공녀처럼 ‘있는 셈 치고’ 놀이를 하면서 사춘기를 지났죠. 그 책을 읽지 못했다면 작가는커녕 아마 뒷골목의 백장미파가 됐을 거예요(웃음).” 그녀는 마흔 살에 등단했다. 부푼 꿈을 안고 두드렸던 신춘문예에 떨어지고 실의에 빠져 있을 때 “그까짓 것 때문에 낙담이냐”며 눈 흘기던 목화 꽃 덕분이었다. 글 쓰는 게 힘들다며 징징대던 교만을 텃밭 삼아 ‘베틀노래 흐르는 방’이 탄생했다. 그녀를 등단시킨 계몽아동문학상 당선작이 바로 그것. 더욱이 뜻 깊은 건 계몽사가 그녀의 뒷심「세계 소년소녀 명작집 50」의 출판사라는 사실이었다. 아버지가 열 살에 사 줬던 그 책이 정말로 그녀의 구세주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책과 더불어 그녀를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한 게 ‘엄마’라는 자리였다. “애들 어렸을 때 동화 주인공을 인형으로 만들어 놀았어요. 음료수 캔에 부직포를 씌워 만든 인형, 장갑을 변형시켜 만든 손 인형, 손가락마다 끼는 손가락 인형 등으로 동화 인형극을 했죠. 그 과정에서 동화적 상상력이 발휘됐어요. 대화하고 스킨십하며 지내서인지 사춘기도 무사히 넘길 수 있었죠.” 그녀는 ‘공부해’라는 잔소리를 몰랐다. 그저 아이들과 한껏 놀기를 바랐다. 그 시간은 고스란히 동화 속에 녹아들었고, 때문에 그녀는 동화작가로 거듭났다. “주 양육자가 엄마가 아닌 요즘, 엄마와 아이의 대화가 부족해요. 스킨십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다 보니 친밀감이 떨어지고 서먹해지는 거예요. 나는 엄마들이 무조건 아이들과 많이 놀기를 바라요. 그리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주는 교육이 필요해요. 책을 읽으라 하기 전에 책 읽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처럼요.” 그녀가 인형을 만들고 세계 각국의 인형을 수집하는 이유는 그런 맥락에서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라 강요하기에 앞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흥미를 돋우려는 의도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 손에 책을 들게 할까 고민하던 중에 얻은 그녀만의 비법. 인형놀이를 하면서 상상력을 키웠던 어린 시절과 아이들을 키우면서 인형을 매개로 책과 상상력 두 마리 토끼를 잡았던 엄마로서의 노하우가 밑거름이 됐다. “책 속의 가장 감동적인 장면을 삽화가 아닌 인형으로 보여 주자는 게 핵심이에요. 동영상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흥미와 호기심을 불어넣어 책을 읽도록 하는 거죠. 전시회를 통해서 자기가 기억하는 책을 하나, 둘 읽다 보면 책과 가까워질 수 있어요.” 그녀의 꿈은 인형 전시회와 더불어 아이들이 책을 읽고 다양한 독후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인형의 집’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로 인해 고단하게 지내느라 상상력을 잃은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기를 바란다. 제2, 제3의 김향이가 등장하기를 희망한다. 글 우승연 | 사진 안홍범 |
[인터뷰] 동화의 향기에 흠뻑 취하다 _ 김향이 동화작가
시작
김향이 작가는...
나이 사십에 문단에 등단한 늦깎이 작가다.
대표 저서로는 ‘달님은 알지요’, ‘내 이름은 나답게’, ‘나는 쇠무릎이야’ 등이 있으며 그 외 40여편의 아름다운 동화들이 있다. 특히 ‘달님은 알지요’는 'MBC 느낌표'에 선정되며 외국어로도 출간되었다.
서른일곱 살까지 평범한 주부였던 그녀가 동화작가로 거듭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여리 여리한 몸과 사뿐사뿐 조용하지만 힘 있는 걸음. 저 멀리 걸어오는 그녀의 모습에 단번에 에디터는 동화작가를 알아본다.
으뜸 동화작가로 거듭나다
서른일곱 살의 평범한 주부였던 그녀는 샘터사의 ‘엄마가 쓴 동화’ 대회에서 상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동화공부를 시작하고 마흔 살에 계몽아동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도전하기 어려운 나이, 하지만 그녀의 가슴속에 알알이 박힌 보석 같은 이야기가 그녀를 이끌어 주었다.
처음부터 이야기를 쓴 것은 아니다. 아이들과 즐겁게 책을 읽고 싶었을 뿐이다. 직접 만든 인형과 소품들을 가지고 동화책 이야기들을 재현해보고 뒷이야기도 함께 꾸며보았다. 이렇게 차곡차곡 함께 쌓은 이야기들은 아이들을 감수성과 상상력이 풍부한 건강한 청년으로, 엄마는 대한민국 으뜸 동화작가로 키워낸 것.
왜 이야기인가?
책읽기의 중요성, 이야기 만들기의 힘은 바로 세상을 눈이 아닌 마음으로 봐라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영화, 그림 등 같은 대상을 보고 자신이 가진 감수성과 생각의 폭만큼 이해한다. 때문에 어릴 적부터 그림책을 많이 본 아이들은 간접경험을 통해 감수성과 상상력의 촉수가 예민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사실들을 직설적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그 뒤로 숨은 기쁨과 슬픔을 읽어낼 수 있는 아이, 또 수많은 스토리를 접하며 펼쳤던 상상의 세계들이 깊은 심미안을 키워줄 수 있는 것이다.
김향이 작가가 직접 만든 인형과 수집한 세계 인형들
책, 이야기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일
좋은 그림책을 무작정 많이 보여주는 것보다 아이들과 함께 나누며 책을 야곰야곰 되씹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과 소통하는 다양한 방법을 부모는,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안내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고안한 그녀만의 방법이 바로 인형이다. 직접 만든 인형과 작은 소품들을 가지고 동화책의 이야기들을 함께 꾸며 보았던 것. ‘책읽기를 강요하지 말고 책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작가는 말한다. 노래를 부르거나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감상문 상주기 등 이벤트 벌이기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인다.
실제로 작가가 직접 만든 인형들은 양말에 솜을 넣거나 손수건으로 만든 동물, 손가락 장갑 등 정성과 관심만 있다면 완성할 수 있는 사랑스러운 인형들이다.
책 읽어 주는 할머니
김향이 작가의 꿈은 동화박물관을 짓는 것이다. 그동안 직접 만들고 수집한 동화 속 인형들을 전시하고 박물관을 찾은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것이다. 그렇게 모여든 사람들이 순수한 동심을 되찾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발견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인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정성스레 직접 완성한 인형을 손에 들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가의 모습이 금 새 그려진다.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선물해주세요. 책은 글자를 익히는 학습도구가 아니에요. 상상력은 행복입니다.”
김향이 동화작가
마침
주어진 삶에 충실하고 있지만 중요한 무엇을 잃어버린 것 같은 개운하지 못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어린시절의 추억 한 조각이 지워진 것 같아 아쉬운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것이 무엇일까?
강아지를 보듬으며 느꼈던 온기, ‘후~’ 어린 입김으로 민들레 꽃씨와 함께 날려 보냈던 꿈, 전깃줄만 보아도 우주를 떠올릴 수 있었던 상상의 샘.
그것이 무엇일까?
찾지 못해 늘 마음 귀퉁이에 숙제를 남긴 듯 찜찜했었다. 김향이 선생님과 나눴던 봄 햇살 아래 다시 찾은 상상의 세계와 지워진 순수한 감성들. 그것을 지키고저 아이들의 선생님으로써, 어머니로써, 어른으로써 무엇을 하고 있을까?
따스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와 그림들은 아이도 어른도 한 뼘씩 자라게 한다.
김향이 작가 홈페이지 | http://www.kimhyan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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