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친구 H의 부음을 들었다.
H는 큰아들이 대학 4학년, 작은 아들이 고3 일 때 님편과 사별했다.
감전사고 사망 보험금을 들고 세종시로 내려가 김밥 가게 내고 나머지 돈은 아들 몫으로 땅을 사뒀다 한다.
2016년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산 병원에 갔을 때,
보호자 침대서 자던 작은 아들 대신 하룻밤 자면서 속엣말을 듣게 되었다.
13년 동안 베체트 병을 앓고 있었다는데 까맣게 몰랐다.
자존심이 강해 주변 사람들에게 말을 안한 탓이다.
나는 그 병이 그렇게 고통스런 병인지 몰랐다.
작은 아들은 성적이 좋은 편이 아니라 대학을 포기 했고,
대학 등록금 대신 사업자금을 대주려고 죽어라고 뼈빠지게 일했단다.
큰 아들은 취직도 잘 하고 장가 들어 서울에 따로 살았고.
명절에만 다녀갔는데 그나마 여행간다고 오지 않고 , 길 막힌다고 서둘러 올라가서 남의 자식 같았다고.
가게 이사 하는 날, 돈 아끼느라 아들 들 불렀더니
사람 사서 하지 오라가라 하냐고 골질을 해서 그 다음부턴 아쉬운 소리 못하고 살았단다.
"집은 두 애가 나누면 되는데 , 땅이 문제야. 개발이 되면서 땅값이 올랐거든.
땅 사서 묶어 두느라 작은 아들 대학 못 보낸 게 앙금처럼 남아있어.
작은 아들은 주말마다 가게 일 도와주고 병수발도 해줘서 더 미안해
사람들이 '인정머리 없는 아들은 친척 조카 취급하면 속이 덜 아프다해서 큰 아들한테 마음 주지 않은 것도 미안해."
"내 말 대로라면 땅을 조카 줄 수 없잖아. 아들 줘야지."
"큰 애가 알면 싸움나고 남남 될 텐데?"
"아픈 엄마를 남보듯 한 형이 퍽이나 동생 챙기겠다. 부모자식 지간에도 오는 정 가는 정이야.
너 하고 싶은대로 해."
자가면역질환을 앓으면서도 돈벌이에 억척이었던 H,
돈 무서워 해외여행 한 번 다녀 오지 못한 엄마 마음을 헤아릴까?
누가 그렇게 살라고 했나 소리나 않하면 다행이지.
나는 H의 장례식에 가지 않았다.
상주들을 보면 그애가 한 속엣말이 생각나 편치 않을 것 같아서 였다.
지난 주 내내 마음이 아팠다.
벚꽃 잎처럼 스러져버린 H가 가여워 자꾸 눈물이 났다.
내 자식은 이미 남의 자식이 되어 버렸는데
자식들이 무심코 던진 말에 잠 못 이루고, 뭐 하나 챙겨주지 못해 안달하면서
왜 에미들은 죽을 떄 까지 자식 앓이를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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