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일상 다반사

1019회 오늘은 두 번 오지 않는다

멀리 가는 향기 2020. 8. 23. 18:10

원주로 내려 온 뒤로 5시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

서울에서 새벽기상은 강연으로 터미널 이동하는 날 뿐이었는데.

새벽에 역이나 터미널에서 바삐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  삶의 생명력을 느끼곤 했었다.

하루 중 가장 능률적인 시간은 새벽.

산꼭대기에 걸린 안개가 스러지는 걸 보고, 꽃봉오리가 열리는 어여쁜 순간을 지켜보고,

새들이 가지를 오가며 지저귀는 소리에 기운이 나고,

자동차 소리가 뜸해진 고요 속에  치열한 생명의 움직임을 함께한다.

요즘 금화규가 한창이다.  새벽 4시면 이미 봉오리를 여는 금화규는 닭들보다 부지런 쟁이다.

금화규(金花葵(Hibiscus manihot L)는 약성이많은 식물이지만 그중에서

식물성 콜라겐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 식물로 알려지면서  먹고 마시고 바르는 스킨 케어 화장품이 출시 된다고 한다.

 

금화규는 줄기와 꽃받침까지 미세한 가시가 나 있어서 조심해서 꽃을 딴다.

새벽에 펴서 해질녁에 지는 하루살이 꽃이라 아침에 서둘러서 따야한다.

50-60 송이 씩 말리느라 전골팬 앞에서 땀을 흘린다.

닭장문을 열고 나온 청계들이 모이달라고 따라다닌다.

새벽 2시에 자는 동생 때문에 아침 모이는 내 차지가 되었다. 

아카시 잎사귀 흝어서 모이와 섞어 주면 정신없이 모여든다.

모이통을 닭장에 들여 놓고 가둬두고,

순한 실키들과 많이 먹어야하는 브라만들을 따로 먹인다.

배를 채운 청계들은 대가리로 닭장문을 밀고 나와 실키 모이까지 뺏어 먹는다.

마당 쓸고 닭장 주변 청소하다 발견한 청계 암닭.

포란 욕심 많은 암탉들은 바낕 은밀한 장소에 알을 낳고 부화까지 한 다음 병아리몰고 닭장으로 돌아 온다.

올 해 3마리나 부화를 해서 식구가 늘었다.

비를 피하고 해가림 할 수있는 덮개를 씌우고 모이통과 물그릇을 가져다 주었다.

청계들은 개돌이 밥까지 뺏어 먹는 대식 계.

개돌이는 닭들 극성에 석죽어서 밥을 뺏기고도 모른체한다.

풀어 놓은 닭들이 똥을 싸대면  파리가 꼬이고  신발 바닥에 묻은 똥을 집안으로 묻혀들이기 마련.

모이통 들여 놓고  쓸어 놓으면  동생이 모이통 꺼내 놓고 다시 아수라장.

치우고 어지르고 .........

측량을 하느라 닭장 하나를 뜯어냈다.

개돌이 공간이 넓어져서 훤하고 좋은데 여기도 닭들이 접수.

닭들이 꽃밭은 망가트려서 울타리를 만들었는데  날아들어 와서 모종들을 뜯어 먹었다.

 

식탐 많은 놈들은여기저기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욕심을 내고 서열 싸움으로 피투성이가 된다.

인간 세상을 보는 것 같아 보기가 싫다.

마당 청소를 하다보면 눈에 거슬리는 것이 눈에 띈다.

우리집 도구들은 발이 달려서 돌아 다닌다. 뭘 하려면 물건부터 찾아야 한다. 

쓰고 제자리는  희망 사항 일 뿐 . 두 사람 시다바리는 평생 갈 듯.

식당에서 개돌이 먹이 단아온 비닐 봉지들은 개밥그릇과 여기 저기 모서리에 끼워 두신다.

바느질 소품 넣어두는 서랍장에도 비닐 봉지랑 양파망이.

제발 그러지 마시라 해도 당신 스타일 대로 아무데나 저장.

신박한 정리라는 티브이 프로가 있다.

첫회에 신애라 집을 공개 했는데 모델 하우스처럼 깨끗하고 텅비었다.

정리 정돈을 못하는 사람은  물건이 어디 있는 줄 몰라 자꾸 사들여 낭비가 심하다.

 

정돈을 잘 하는 것이 재테크도 된다는 말이 근거 없는 말은 아니다

검소하고 알뜰한 살림꾼 신애라 보다 차인표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반대 성향의 사람들이 부부가 되는데 차인표가 신애라의 잔소리를 얼마나 들었을지...

차인표가 버릇을 고치기 힘들었을 텐데. 습관을 고친 것이 대단하다는 말이다.

차인표도 부지런 하고 깔끔한 사람일 수도 있지만.

 

 습관은 죽을 때까지 못 고친다. 타인의 지적에도  본인은 그것이 고쳐야할 습관이란 걸 모른다.

사람은 자신의 행동은 다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꽃 밭에 물주고 빨래 널고

8시30분 경  집안 일 시작  밥솥에 불 켜놓고 엄니 깨우기 시작. 

엄니 더러 꽃 손질 부탁 하고 집안 청소

 

바깥 의자에 앉아  자동차 다니는 것 구경 하시던 엄니는 잔디깍기 시작.

남자 성격의 엄니는 꾸밀 줄도 치장 할 줄고 모르고 정리 정돈도 못해서 내가 시다바리를 해야하지만  

엄니가 몸이 건강하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아침 잠 많은 두 사람 덕에 우리 집 아침 시간은 10시

엄니는 짜고 매운 입에 맞는 음식이 없어  일찍 수저를 놓고.

아침 설거지 미뤄 두고 천정리 시작

동대문 한 솜씨 사장님이 천 모아 둔 것 싣고 가라해서 한 트럭 싣고 왔는데

며칠 째 정리 중이다.

우선 하얀 옥양목으로 이불 요 커버를 만들었다.

나는 새하얀 호텔 침구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우리 집 손님들을 위해 새하얀 침구를 준비할 요량이다.

 

쪄죽겠다는 엄니에게 인견으로 나시 티와 면 속바지를 만들어드렸다.

엄니는 천들 속에서 알록달록한 꽃무늬를 골라 내서 치마를 만들어 달라셨다.

영신 엄마가 밀가루 얻으러 왔다가 일하는 거 보고 가더니,

"형님 힘드니까 점심은 이걸로 떼워요."

호박전하고 삶은 옥수수를 두고 갔다.

엄마가 식당에 놀러 가신다기에 마스크 챙겨드렸더니.

"답답하게 왜 입은 틀어 막으라고......"

코로나19 조심 해야한다니까 "그런거 나는 안 걸려!"

 

엄니 올라가신 다음에 지혜한테 마스크 빼지 않게 지켜 보라 전화 해두었다.

바느질 하다  너무 더워 낮잠을 잤다.

 

오후에 닭장 흙을 퍼다가 화단에 섞어 두었다.  접시꽃 모종 옮겨 심어둘 자리 마련 해두려고.

일을 미리 계획해두고  움직이면 허둥 댈 일이 없다.

동생 요커버 우리 요커버 만들어 씌우고.

해떨어지기 전에 햇볕에 말린  이불 들여 오고 빨래 걷고  저녁 하고..........

동생하고 마트가서 엄니 좋아하는 연어 서더리탕으로 포식 시켜드리고

10시301분에 잠자리 스트레칭 하고 떡실신.

 

후배랑 통화 중에 선생님은 도대체 하루를 몇 시간으로 사는거냐 해서 오늘 일기 이바구.

 

 

 

누구에게나  오늘은 하루 뿐이다.

부지런한 사람이 많은 시간을 갖는 건 사실이다.

시간을 관리하면서 사느나  시간에 끌려 사는가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일상 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25 회 코로나 명절  (0) 2020.10.04
1024회 쓰고 버린 양심  (0) 2020.09.27
1005회 오월 첫 나들이  (0) 2020.05.11
1002회 벚꽃 엔딩  (0) 2020.04.19
993 회 어머니 친정 나들이  (0) 2020.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