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시장이 열리는 날 도라지 종묘를 사왔다.
1년생 1k에 7000원 , 2k로를 심으며 흐드러지게 핀 도라지꽃 생각에 흐뭇.
억새 뿌리 뽑고 쇠스랑으로 고르게 정리해 놓은 땅에
풀이 장난아니다.
잡목들이 발에 걸리고 물줄 때 호스를 엉키게 해서
아저씨더러 뽑아 달랬더니 담배 피느라, 전화 거느라, 주저앉아 멍 때리기 일 쑤.
심지어 함께 온 일꾼과 다투기 까지.
무스카리 구근이 다글다글 자구를 불렸다.
에구 이쁜 내 새끼.
선물 받은 백합 구근이 식구를 불리고.
제멋대로고 시끄러운 동물과 달리 식물은
묵묵히 제 할일 하니 더할나위없이 예쁘다.
여기저기 쑥쑥 고개 내민 원추리들을 케다
한 곳에 밭뙈기로 모아 심는 중
한 여름 내내 피고지고 내게 웃음을 줄 아이들.
엄니는 고사리순처럼 올라 온 작약 주변 잔디를 정리하고
어질러진 쓰레기들을 주우셨다.
매화가 벙글면서 판대리에도 봄이 찾아왔다.
상사화들이 연초록 잎사귀를 살랑이고
건물 뒷편 옹벽에 구멍내고 심은 진달래도 방실방실.
인형 수집하듯 수집한 수선화들
대부분 포크레인 흙더미에 매장 당했다 ,
인부들이 흙을 떠 얹어 무덤을 만든 곳을 뚫고 올라오느라
얼마나 힘겨운 사투를 벌였을꼬
대견하고 장한 놈들을 구해내서 무리 곁에 심어 주었다.
요렇게 앙증맞은 '떼떼야 떼떼"
무스카리.
분홍조팝
홍매화
개복숭아
수양 도화
밤나무집 할머니는 내가 화가인줄 알았다고.
사별한 남편이 미대 교수라 내게 관심이 생겨 찾아 왔다고 했다.
언나라 부르라더니 진짜 언나 노릇을 해준다.
달래, 토란, 돌나물, 원추리, 나리꽃, 금낭화. 비비추,현호색, 달리아, 글라디올라스를 챙겨 주고,
동분서주하는 게 안쓰러웠던지 사골 국물을 한 냄비 주고 또 주고.
요즘은 인형 대신 식물 수집을 한다.
밤나무집 큰 언니가 알려준대로 강변에 가서 할미꽃도 캐왔다.
이렇게 꽃집사 김향이의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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