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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어머니의 책도장

멀리 가는 향기 2009. 7. 11. 11:26

어머니의 책도장


어머니는 동화책에 빠지셨다.
집에 책이 배달 되면 나보다 먼저 읽어보신다.

이젠 일러스트까지 꼼꼼이 살펴보시고 평까지 하신다.

<배다리는 효자다리> 일러스트를 주의깊게 살펴보시더니 ,

아주 작은 부분까지 섬세하게 표현해서 그림보는 재미가 있다고 하셨다.  

돋보기 너머로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 보며 혼자 키득키득 웃으셨다.

 

며칠 전 푸른숲 최 팀장이 어머니께 책도장을 선물했다.

그날 밤 어머니는어머니 성함이 새겨진  책도장을 꾹꾹 찍어보며 아이처럼 즐거워 하셨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책도장이 나란히>

 

"죽기전에 몇 권이나 읽을 수 있는지 읽은 책에 도장을 찍어놔야겠다."

 

 

나는 어머니께 읽은 책 제목을 적으시라고 노트를 드렸다.


생전의 아버지는 당신의 서재를 소망하셨다.

운보장서라는 책도장을 찍어 놓고 책을 구입한 날짜도 적어두셨다.
책읽기를 즐겨하시던 아버지를 마뜩찮아 하시던 어머니도 이제는 책읽기를 즐기신다.
어머니는 까막눈이라서 아버지께 무식한 여편네 소리를 들으셨는데,
어머니가 못 배운 설움을 떨쳐낼 수 있도록 책읽기를 권한 일은 자랑할만하다.

 

 

 

어머니 책도장을 보관할 상자를 만들어 드렸다.

 

 작품 심사를 하는 내 곁에서 어머니도 꼼꼼히  읽으셨다.

"새 식구 잘 뽑아야지."

계몽 준회원 티를 내신다.

 

어머니는  우렁각시다.

내가 퀼트를 하다 일 나가면 어머니가 손에 들고 한땀 한땀 꿰매 놓으신다.

 

 

 

시작은과 마무리는 내가 했지만 바느질은 어머니가 더 많이 하셨다. 

이 다음에 우리 손자들은 증조할머니가 만든 공룡책을 읽게 될 것이다.

 

 

어머니의 첫 퀼트 작품. 

 무릎 덮게 위에 손자를 앉혀 놓고 공룡책을 읽어주실 어머니를 상상하면 .... 웃음이 난다.

더 크면 <공룡신발>도 읽혀야지^^

 

 

 

 돋보기 쓰고 바느질 삼매경에 빠지신 덕에

눈이 침침하고 어깨가 아프고 허리도 아프셨지만

결과물을  흐뭇하게 바라보시는 어머니.

 

나는 우렁각시가 편찮으시다면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다.

나하고 오래도록 한 침대에 누워 책도 읽고 바느질도 하고 연속극도 보시기를 소망한다.

출처 : 계몽아동문학회
글쓴이 : 향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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