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미술관 나들이

무엇을 하든 최고가 되라

멀리 가는 향기 2010. 5. 11. 08:56

 어제 저녁 아름이 하고 윤서방이 왔다.

아들과  네 식구가 어버이날 기념 외식을 나갔다.

저녁 먹고 오는 길에' 리얼 킴' 작업실을 건너다 보니 불이 켜져있었다.

화가 김경렬은 자신의 아이디를 '리얼 킴"으로 쓴다.(우리 윗 세대 예술가들은 호를 지어 이름대신 사용했지만 디지털 시대에  턱걸이한 우리 낀세대들도  호 대신 아이디를 만들어 쓴다) 그가 그리는 극사실화에 걸맞는 아호인셈이다.

남동생과 홍대 선후배 사이인 그도  기자촌에서 살았다. 기자촌이 은평뉴타운으로 개발 되면서 작업실을 옮겼다. 드라마 전원일기 촬영지인  삼하리에.

잠깐 얼굴만 보려고 초인종을 눌렀는데  반갑게 불러들인다.

1년 6개월 만에 찾아 온 발길인데 엊그제 만났던 것처럼 작업실 풍경이나 주인이나 익숙하고 편안하다.

 

 

 

 

아들은 작업실을 구석구석 둘러보고

 

 

 딸은 경렬씨에게 이것저것 묻느라 바쁘고( 그의 화력 삼십여년 증명하는 물감으로 쌓은 탑이 여러 개이다. )

 

 

경렬씨가 왼손 연습한  스케치북 앞에서 주저 앉았다.

 

 

 

 오른 손 인대가 끊긴 것도 모르고  방치했다가 지난 6개월 여를  고생했단다.

 

 

미국에서 디자인 경영을 공부한  사위는  경렬씨와 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 할 말이 많다.

경렬씨가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하든 최고가 되라고 말했다. 

 

잡지 삽화가로 일할 때  백원 짜리 그림을 주문 받으면 항상 만원 짜리 그림을 그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단다.

최선을 다한 노력의 댓가로 이름이 알려지고 삽화가가 아닌 일러스트레이터 대접을 받게 되었다 한다.

80년 대 그는 삼성 냉장고 광교용 일러스트로  생선을 그렸는데 갓 잡아 올린 듯  리얼하게 그리려 애썼고,

 그 덕에 장당 400만원씩 그림값이 올라  년봉 1억이 되었단다.

 

"삽화료 백원을 받는다고 백원짜리 그림만 그리다보면 평생 백원짜리 그림만 그리게 된다 .

항상 최고의 그림만 그리려고 노력해라."

지당한 말이다. 우리아이들이 그 말을 새겨 들었기를 바란다.

 

 

 

 

 

 그가 자신의 총재산이라 자랑하는  가족 사진.

그는 목소리가 크다.

남자가 오죽 못났으면 밖에서 큰소리 못치고  집안 식구에게 목소리를 높이냐고 말한다.

그는 아내 앞에서 납작 엎드려 산다고  말한다 . 켐퍼스 커플인 그는 안방마님의 영원한 머슴이다.

러시아 유학을 마치고 대학원에서 고미술사학을 공부하는 엄친아 아들도 자랑감이다.

 

 

아들이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사준 전기 키타로 여가 생활을 하는 그.  줄이 끊어진 탓에 아쉽게도  생음악을 듣지 못했다.

 

그는 한동안 나무만 그렸었다.

"나는 자연을 통해 인생을 배운다.

숲을 통해 삶을 본다.

나무를 통해서 인간을 느낀다.

나무는 인간의 초상이다.

나무의 외양은 그의 일생을 보여준다.

나뭇가지에서 껍질에서 나는 그것을 느낀다."

 

요즈음 그는 세계사에 이름을 떨친 유명인사들을 패러디하는 그림을 즐겨 그린다.

비보잉하는 아인슈타인, 섹스폰 부는 달리, 드럼치는 모짜르트, 비보이 배틀하는 황진이와 모나리자 .....

 

"나는 항상 희망을 안고 사는 이를 존경한다.

그것도 아주 큰 희망을 안고서  저 불확실한 미래를 당당히 맞이하는 이를...."

 

 

그의 생각이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미술관 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137호 복식화  (0) 2011.03.20
136호 어머니의 첫 그림  (0) 2011.03.19
120호 베르사이유 특별전   (0) 2011.01.27
로코코시대의 두 거장  (0) 2011.01.03
[스크랩] 덕수궁미술관--- 권진규전  (0) 2010.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