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나는 한 침대를 쓴다.
어머니와 잠자리 싸이클이 달라서 무-------지 힘들다
나는 시계소리도 거슬려서 잠 못들 정도로 예민한데 어머니가 밤새 티브이를 켜 놓으니....
혼자 주무실 때 티브이를 켜 놓고 주무신 게 버릇이 되신 모양이다.
게다가 온 종일 TV를 켜 놓으시니 소음 공해 까지.
노트북을 식탁으로 옮기고 작업을 하는 형편인데 어머니가 자꾸 부르신다.
함께 드라마를 보자고.
저녁 먹고 어머니가 즐겨보는 웃어라 동해야 한 편만 보고 티브이를 껐다.
침대 위에 접이식 책상을 올려놓고 크레파스와 이면지를 놓아드렸다.
직선을 반듯하게 그어 두부모를 만들어 보시라 하고는 칭찬을 막 했다.
"아버지는 재주가 메주셨는데 엄마는 진짜 잘 그리네. 융아빠가 엄마 닮아 그림을 잘 그리나 보네..."
딸기를 잡숫게 하고는 딸기도 그려 보시게 했다.
"사람도 그려 볼까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고집쟁이 엄마가 고분고분 잘 따라오신다^^
아, 얼마만에 티브이 소리 사라진 정적인가.
어머니가 그림을 그리는동안 나는 책을 읽었다.
(어머니는 요즘 백내장이 심해져서 책도 못 보신다.)
어머니 80평생에 처음 그린 크레파스화다.
"뭐야, 김봉곤 총각하고 박순임 처녀네. 처음 만났을 때 이렇게 내외 했다는거야."
엄마가 막 웃는다.
"김봉곤만 이쁘게 그리지 말고 박순임도 이쁘게 그리셔야지."
어머니가 얼굴에 눈을 그리다가 쿡쿡 웃으신다.
생전 처음 크레파스를 쥐고 그림을 그리는 엄마 옆 모습이 이쁘다.
엄마가 모든 근심걱정 잊고 평온한 마음일 적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하고 오래 오래 한 침대 쓰면서 티격태격 했으면 좋겠다.
연두 저고리에 꽃분홍 치마 입은 박순임 처녀.
어머니는 처음 그려본 자신의 초상화를 자랑스레 들여다 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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