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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강연

[스크랩] 작은 문고

멀리 가는 향기 2010. 12. 23. 20:58

 

 

 

 

 

 

 

체육 센터에 갈 채비를 하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유니폼을 입은 아줌마 둘이 수돗물 검사를 나왔다고 했다.

“현관에 문고 꾸며 놓은 댁 맞죠? 어떤 분인지 꼭 뵙고 싶었어요.”

운동시간에 늦을까봐 조바심이 났지만  방문객을 집안으로 들였다.

 

“1층 현관에서 책꽂이를 보고 감동을 했는데 이 댁에 들어서면서부터 감동의 연속이네요. 너무 행복해요.”

 

수질검사를 하던 아줌마가 박순임 할머니는 어디 계시냐고 물었다.

얼마 전 1층 현관의 텅 빈 공간에 작은 문고를 꾸미고

 <세대마다 읽은 책을 기증해주시면 여러 사람이 돌려 볼 수 있습니다. 관리자 1002호 박순임 할머니>라고 써 붙였더니

이 양반들이 그걸 보고 어머니 이름을 기억하는 거였다.

 

 

 사람들 왕래가 잦은 현관에 책을 두었으니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 오가는 길에

눈에 띄는 책을 가져 다 읽으면 생산적이겠다 싶어 시작한 일이다.

 

 세대별 호수가 적힌 나무폐도 만들어 놓았다.

 

 

책을 빌려 갈 때 책이 꽂혀 있던 자리에 자기 집 호수가 적힌 나무 폐를 꽂아 두었다가

책을 반납할 때 그 자리에 꽂아두면 따로 정리할 일도 없을 것이다.

 

 

 

인형전할 때 포토존을 꾸몄던 등신대( 책 속의 주인공을 사람 키 크기로 출력해 세워 놓는 것)도

 세워 놓으니 아기자기해졌다.

 

(각 세대마다 기증을 해주면 좋으련만 그런 움직임은 없다)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써놓으면 상을 준다고 했는데 아직 아무도 써 놓진 않았다.

 

 

 

 

 

나는 내가 책과 인연을 쌓은 것을 내 생애 최고의 축복으로 여긴다.

10살 때 아버지 손목 잡고 도서관 나들이를 한 것이 오늘의 나를 키워준 키워드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아파트 현관에 작은 문고를 만든 것으로 뿌듯한 희망을 꿈꾼다.

누가 알겠는가. 우연히 손에 든 책 한권으로 꿈을 키운 아이들이 우후죽순처럼 쑥쑥 자라나게 될지.

출처 : 계몽아동문학회
글쓴이 : 향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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