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를 지내고 둘째 동생이 어머니 귀청소를 해드렸다.
신문지를 말아서 만든 종이 막대에 촛농을 입혀 귓구멍에 대고 불을 붙이면 압력에 의해 귓속의 귀지들이 빨려 나오는 원리다.
온 가족이 돌아가며 귀지 청소를 하고 새해엔 남의 말도 귀담아 듣자는 의식 같다 ^^
윷놀이로 한바탕 으쌰으싸 어머니 마음을 즐겁게 해드렸다.
초이튿날 굴라즈가 카자흐스탄에서 온 손위 시누를 데리고 어머니께 새배를 왔다.
한국 생활 3개월에 접어든 그녀는 알고싶고 배우고싶은 것 투성이다.
내게 전화를 걸어 비지? 하고 묻는다. 남대문 시장 데리고 가서 쇼핑을 도와줬더니 혼자서도 잘 찾아다닌다.
굴라즈가 인터넷으로 절하는 법을 배웠다며 아이들 데리고 어머니께 세배를 했다.
왼손 오른손을 맞포개고 큰절을 하기에 절 하는 법을 가르쳤다.
굴라즈와 아이들을 데리고 윳놀이를 한판 했더니 영민한 아이들이라 금방 게임을 익히고 즐겼다.
2주 전에 네일라 생일이라 초대를 받았다.
말레시아에 있는 큰오빠에게 MSN으로 축하를 받고
네일라가 엄마에게 자기를 낳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카드를 선물했다.
생일 축하 케잌을 자르고 시계를 보더니 엄마가 자기를 낳느라 아파할 시간이라고 말해 굴라즈를 울리기도 했다.
(네일라가 벨리댄스를 배우고 싶어해서 체육센터에 데리고 다닌다.
남대문 시장 가서 벨리댄스 의상 사던 날 나를 끌어 안고 뽀뽀를 해줬다.)
네일라 오빠 아미르는 프랑스와 터키에서 혼자 어학연수를 마쳤다고 한다.
카자흐스탄- 몽골- 프랑스- 터키를 거쳐 한국으로 유학을 온 셈이다.
굴라즈의 치맛 바람도 대단하다.
내가 그녀를 이쁘게 본 것은 아이들에게 스킨쉽도 자주 하지만 응석받이로 안 키우는 점이다.
오늘 우리 집에서 저녁을 먹고났을 때 5학년 네일라가 설겆이를 하겠다고 나선 것만 봐도 알겠다.
'일상 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6호 우리는 능력을 키우는 게 아니라 희망을 키운다 (0) | 2011.02.19 |
---|---|
125호 청춘은 짧고 노년은 길다 (0) | 2011.02.14 |
124호 여성들이 책을 가까이 하던 그때부터 (0) | 2011.02.02 |
123호 임신 9개월 동태 (0) | 2011.01.29 |
119호 향기통신 세상에 애통하지 않은 죽음은 없다 (0) | 2011.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