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끝나고 셔틀버스로 이동 중이었다.
옆에 앉은 H가 물었다.
"왕언니, J언니한테 선물 받은 적 있어?"
"아니, 그건 왜 물어?"
"그럴 줄 알았어. 언니가 대회 나갈 때 코사지도 만들어 주고 밥도 사주고 했잖아. 그 인간은 고마운 줄도 모른다니까.
나는 시댁에서 농사지은 서리태 줬지, 참기름도 한 병주고 멸치도 주고 아, 애들 운동복도 줬다. ......"
줄줄이 주워섬기는데 참 많이도 줬다. 그것보다 일일이 기억하는게 더 신기했다. 이종사촌한테 섭섭한게 많았던 듯
"내가 화 안 나게 생겼나 들어 봐요."
아, 징하다. 이 아줌씨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나.
내가 동창 모임에 안나가는 건 쓰잘데 없는 이야기에 맞장구 쳐주는 게 신물이 나서다.
신호대기중인 차 안에서 "임신 9개월 동태" 현수막을 보고 웃음이 터졌다.
웃긴다. 큰놈 한 마리 1000원 이라는 뻔한 거짓말도 진짜 웃긴다.
'언니 내 말 안듣고 뭐해?'
"속끓이지 말고 저것 좀 봐. "
'학교 선생출신이라 받을 줄만 알지 줄 줄은 몰라. 서울 돌깍쟁이라.
니트 숄 보더니 막 이쁘다잖아. 그래서 하나 떠줬는데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
내가 미쳤지. 일주일 동안 열불 나게 뜨게질 하느라 힘들었는데....."
'당사자한테 서운하다 말해야지. 왜 나한테 그래. 너 A형이지. "
"어떻게 말해. 치사하다 그럴텐데.........
참다 참다 털어놓았을 텐데. 맞장구는 커녕 마냥 퍼 준 네가 잘못이라 했으니 서운했을거다.
그 성격에 맞장구를 쳐준들 조언을 한들 아무 소용없다. 계속 꽁 해 있을테니.
(그래서 나는 몸 애끼는 사람한테는 내 손으로 만든 선물은 안한다.
핸드메이드가 얼마나 귀한 건줄 모르는 사람은 그런 선물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우리 엄니도 A형이다. 옛날 고리짝 일도 다 기억하고 마음 아파라 하신다.
며칠 전에도 "꿈에 니 아버지를 실컷 쥐어 뜯었는데도 속이 시원치가 않다" 하셨다.
징글징글하다.
뭐 좋은 기억이라고 곱씹고 계실까.
이미 돌아가신분 용서하고 훌훌 털어버리시라 해도 그걸 어떻게 잊냐고 하신다.
모든 병은 마음에서 시작한다.
속상한 일은 그때 그때 해결을 보거나 해결 능력이 없으면 일찌감치 포기하고 잊는 게 상수다.
속으로 끙끙 알다가 병 만드는 건 천하에 바보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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