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월26일 오후5시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있었다
시인 문정희 선생이 축사를 하셨다.
시인지망생에게
"시인은 허공에 매달린 거미줄 위의 이슬 같은 존재다.
시인이 되려하지 말고 시를 쓰며 즐기는 시람이 되라"고 조언을 하고 눈물지었다셨다.
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앉았을 때가 어떤 남성의 포옹보다 행복했노라며
쓰고 또 쓰라 하셨다.
2012 동화 부문 당선자 동화세상 16기 최태림<너같은 사람이 될래>
-최태림씨 아내, 김병규사부. 최태림, 심사를 맡은 최윤정 평론가. 내 옆의 전성현 작가
나는 어느새 동화만을 짝사랑하던 초심을 잃어버린 것이다.
마음 속으로는 수도 없이 되뇌인다. 엉덩이를 붙이자. 엉덩이를 붙이자.
세상 일에 휘둘리다 보면 작심 삼일. 새로 시작한 원고는 지지부진.
어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버릴까? 두 눈 딱 감고 글쓰는 일에만 전념하고 싶다........
밤낮 없이 쓰고 또 쓰는 저돌성도 매력적이었지만, 나는 그의 끊임없이 고치고 또 고치는 퇴고의 나날에 매료되었다.
완성된 책 대신에 교정부호가 가득 찬 교정쇄 제본을 벗들에게 선물하는 작가는 발자크뿐이리라.
그들은 당신에게 말한 적이 있지만 내 오랜 작업과 내 인내심의 증인들이지요.
이 끔직한 페이지들 위에서 나는 나의 밤들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과연 지금까지 내가 지은 소설 중에 그 고지의 6부 능선에라도 닿은 작품이 있을까.
발자크의 작업 방식을 살핀 후 초고를 쓴 기간만큼 퇴고하는 원칙을 세우게 되었다.
일년 썼으면 일년을 고치는 방식. 이 방식을 고수하기 위해서는 전작 장편을 쓸 수밖에 없었다.
혹시 신문연재의 기회가 온다 해도 초고를 완성한 뒤에야 덤빌 생각이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친구들 따라서 『데미안』이나 『크눌프』를 읽었지만 별로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주옥같은 단편 「시인」과 『환상동화집』 그리고 『황야의 이리』를 여름 내내 읽고 나서야,
나는 헤르만 헤세가 결코 청소년용 작가가 아님을 뒤늦게 확신했다.
그의 작품은 적어도 10대에 한 번, 20대에 한 번, 30대에 다시 한 번 읽어야 하는 것이다.
흔들의자에 기대어 『요재지이』의 설화 하나하나를 음미하는 그.
앞마당을 지나 오솔길을 걸으며 『주역』을 암송하는 그.
정신분석이라는 서양의 학문에 동양의 지혜가 합쳐질 때 비로소 『유리알 유희』와 같은 대작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 둘을 아우를 수는 없을까. 직선과 곡선의 성질을 모두 가진 또 하나의 선은 없는 것일까.
도전해보고 싶다. 단단하면서도 부드럽고 강하면서도 따뜻한 삶을, 그 문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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