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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일상 다반사

289호 가을선생

멀리 가는 향기 2012. 6. 1. 18:53

 

이가을 선생님이 머쉰 니팅 편직물이 든 박스를 보내주셨다.

 

가을 선생은 오래 전부터 북한 아이들에게 털모자를 떠서 월드비전으로 보내는 일을 하신다.

털실을 주문했는데 엉뚱하게 편직물이 왔다며

나라면 유용하게 사용할 것 같아 보내신다고 했다.

 

바느질을 좋아하는 선생님은 나하고 취미가 같아.

커텐 가게에서 싸게 구입한 자투리 천을 세 박스나 보내주신 일도 있다.

그 천은 지금 까지도 인형 옷 만드는데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선생님은 자투리 천으로 가방을 만들어 세미나에 참석한 작가들에게 선물도 하셨다)

  

 

 

가을 선생님이 보내준 폭이 좁고 긴 편직물로 틈틈이  조끼나 볼레로를  만들었고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선물 했다.

홍천모임에서  아이보리 색 조끼를 고른 수아가  패션쇼 하고 있다

 

 

 

                                           내 머리 속에서 나온 세상에서 하나 뿐인 니트 조끼.

한상순 선생은 화이트 볼레로를 골랐는데 잘 소화해냈다.

 

 

가을 선생님 덕분에 십 여명이 옷을 얻어입는 황재를 했다 ^^

 

 

 

                                                                       선생님과 뜨게바늘은 한 몸 같이 붙어다닌다.

                                                     언제 어디서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털모자를 뜨시는 것.

                                                                       쇠심줄 같은 이웃 사랑이다.

                                                        선생님이 월드비전을 통해 후원하는 자식도 있다.

                                    여행지에서 쓰고 남은 동전까지 다 유니세프 모금통에 담는 심성을 내 일찌기 보아 온 터다.

                                         마음 부자이신 선생은 남과 나누는 일에 인색 하지 않다.

 

 

 

 <계간 어린이> 발행인이셨던 가을 선생님이 원고 청탁을 하셨고.  

 1994년 겨울호에 '쌀뱅이를 아시나요'를 발표하면서 선생님과의 인연이 시작 되었다.

 

 

     

                              -  1996년 우이동 아카데미 하우스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세미나

 

 그 무렵  척추수술 후유증으로 고생을 할 때였다. 협회 간사 일로 무리를 한다 싶으셨는지

선생님은  틈만 나면 나를 주저 앉히기 바쁘셨다.

심지어 뒷자리를 내주고 누워서 쉬라고 종용하셨다.

여자 형제가 없는 나는 선생님의 그 마음이 고마워서 , 띠동갑 선생님을 맏언니처럼 여기게 되었다.

그 다음 해인가 유방암이 의심스러워 겁에 질린 내게

선생님은 당신 조카에게 부탁해서 전문병원을 소개 해주신 일도 있었다.

 

            -2003년 소년 잡지 어린이 문학기행 때. 

 

청소년들과 <달님은 알지요><쌀뱅이를 아시나요> 작품 배경인  고향을 찾아갔었다.

그때 가을선생님은 진도 아리랑을 취재하실 요량으로 동행을 했었다.

행사 끝내고 선생님과 둘이  임실-순창- 해남- 진도- 관매도를 여행했다.

길복이 많은 선생님과 동행하니 든든하고 편안했다.

 

 

 

                                                     2007년 상해

 

2007년 사별의 아픔으로 두문불출 할 때 손연자 선생님과 가을 선생이 나를 불러 내었고

가을 선생님이 먹여주고 재워 줄테니 상해로 오라고 하셨다

나는 주저없이 상해로 날아갔고 일주일 여를 보냈다.

선생님이 상해 생활을 접고 제주로 거처를 정하실 무렵이라

선생님의 짐 정리를 마치고 마지막 밤을 보낼 때,

"향이 선생, 너무 아파 말아요.  당신은 남편 사랑 듬뿍 받았으니 행복한 사람이우.

그렇지 못한 이들도 많으니  그것으로 위안 삼고 견뎌내세요.".

선생님은 나보다 먼저 세상 풍파를  겪어온 분이라  의지가 되어주셨다.

 

 

2009년 제주 광령리로 이사 하셨다는 전화 통화 중에 "한번 다녀가세요."하셨는데

나는 통화 끝내자 마자 1시 뱅기 타고 내려가 놀다온 적도  있었다.

 

2010년에는 제주도 생활을 접으신다고 어머니 모시고 다녀가라고 메일을 보내셨다.

노모를 모시고 가는 여행을 이해하고 배려해줄 동행으로,

부모님을 정성으로 섬기는 위정현 사장에게 렌터카 운전을 부탁하고

친구 어머니를 모시고 남아공까지 다녀온  이춘희 작가를 꼬드겼다.

                  

 

                      27년만의 제주 여행이라며 어머니가 얼마나 즐거워 하셨던지.

                      덕분에 나는 가을 선생 집에 머물며 제주 구석구석을 돌아 보는 효도를 하게 되었고.

                      승차 정원 다섯 명이 즐거운 여행을 했다.

                        

 

얼마나 좋으셨으면  사진 찍기 싫어하시는 어머니가 ,

"김기사(위정현을 그리 부르신다)영정 사진 한 장 찍어 봐."하셨을까.

 

같은 길을 가는 선배를 인생의 길동무로 삼았으니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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