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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일상 다반사

292호 어슬렁어슬렁

멀리 가는 향기 2012. 5. 27. 12:30

 26일 토요일, 3시에 방정환문학상 시상식이 있었다.

전날 아버님 제사도 지냈고, 그 전날 그림책 원고도 마무리 했고

어슬렁거리고 놀아도 되겠다 싶었다.

 내친김에 동대문시장에 들러 천과 부자재를 사기로 작정하고 일찍 나섰다.

 

 차를 타고 가다 문득 삼청동 엔틱가게에서 눈 맞춤한 영국산 상아 뜨게바늘 세트가  생각났다. 

그 물건이 아직 있을까? 들러보고픈 마음에 경복궁역에서 내렸다.

광화문을 지나는데 일본 관광객이 사진을 찍어달라했다.

나도 수문장 곁에서 기분내보고

 

 삼청동길을 이쁜 옷 입은 푸들처럼 어슬렁거렸다.

 건물 옥상에 관절인형이 올라 앉았네.

 골목 안 가게 앞에 인형들이 나앉았다.

누군지 마음이 곱기도 해라.

 

수와레 지나 언덕길 돌담에 이리 예쁜 돌꽃이 피었다.

 

애교있는 세일 광고

 

너, 심심치 않겠다.

 

그런데 앤틱 가게가 없어졌다. 헐. 그때 무리해서 사둘 껄.

껄,껄 해 봤자 소용없다.

엔틱은 똑같은 물건이 나오란 보장이 없어서 맘에 들면 일단 질르고 봐야 한다.

 

작은 간판 때문에 이끌려들어갔는데 반찬이 짠편이다.

 

 

삼청동에서 나와 광화문 광장에서 오만의 전통무용을 구경했다.

동작이 크지 않고 손과 발의 율동이 유연하다.

 하긴 동작이 격렬 하거나 빠르면 안되겠지. 뜨거운 태양아래서 숨이 턱턱 막힐텐데..

 

오만의 무용수들과

나도 벨리 의상을 입을 땐  요란한 머리 장식을 하고 베일을 두른다. ^^

 

광화문에서 관광객들이 곤룡포를 입고 사진 찍느라 신났다.

동대문시장에서 바느질 재료 몇 가지 사들고 마로니에 공원으로 고고씽

 

마로니애 공원 문예회관 앞에 고정출연하는 무명가수는 밥벌이를 어찌 하나?

 

 

 비눗방울 놀이 하는 아이들을 우두커니 바라보다.

 

삼청동-광화문-동대문시장- 마로니에 공원을 어슬렁 거리다보니

에고 다리야 소리가 절로나온다.

그래도 눈요기 실컷하고 아이디어도 많이 얻었으니 되었다.

십년만에 출간한 <헤리네 집>으로 수상을 한 백승자 작가.

배익천 선생님은 백승자를 마삭줄에 비유하셨다.

마삭줄은 등나무나 칡덩굴처럼 다른 나무를 의지해 줄기를 뻗어가지만 다른 나무에 기생하지 않을 뿐더러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마삭줄 꽃이 온 숲을 향기롭게 한다고.

실제로 백승자 작가는  마삭줄을 좋아해서 집안에 마삭줄만 키운다.

그동안 두 아들 뒷바라지로 과작을 했는데 이제부터 좋은 작품을 거미줄처럼 뽑아내기 바란다.

 

신인상을 받는 엄마를 축하하는 아이들이 어찌나 좋아하는지.

 딸아이는 좋아하다 못해 콩콩 뛰기도 했다.

남편과 아이들의 성원이 큰 힘이 될 것이다. 보기에 든든하다.

수상식 뒷풀이 자리에서 오랫만에 만난 선후배들과 정담 나누다 귀가.

 

작품 끝내고 나면 날아갈듯 후련하다.

아직 머릿속에 구상 중인 작품들이 숙제로 남아있지만 .

조금 더 홀가분하게 지내다 풀어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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