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시월 사납게 바람 불던 날 훌쩍 집을 나왔다.
쓸쓸한 맘 가라앉히는데는 이태원 엔틱가구거리가 최고다.
예쁜 물건을 구경하다보면 어느새 쓸쓸했던공? 웃음을 되찾았다.
인형이 가장 많은 가게주인여자와 이심전심 노닥거렸다.
그녀는 해외 출장이 잦은 무역회사에 근무하면서
유럽의 벼룩시장에서 25년간 모다거린 인형이
37평 연립주택을 가득 채우고 남더란다.
엔틱수집으로 1년에 1억을 쓸 때도 있어 이혼의 위기를 겪기도 했다고.
그렇게 수집한 엔틱들을 남의 손에 넘기까지 마음 비우기가 쉽지 않았단다.
나는 쁘띠 프린팅이 된 새틴우드의 가구들을 좋아한다. 섬세한 조각도 조각이지만 핸드페인팅 명화를 들여다보면
숨이 멎는 것 같다.
새틴 우드의 소잉박스를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보고 눈팅만 하고 왔다.
인형들 때문에 집안에 들일 구석이 없지만 언제고 손에 넣으리라 작정하고 돌아섰다.
그날 의자 하나 담모퉁이에 버려졌기에 택시에 주워 싣고 왔다.
'버림받은 너 예쁘게 리폼 해주마.'
버림받은 의자가 어찌 변신했는지 지금부터 궁개합니다.
1 의자를 페이퍼로 문질러 낙카 칠을 벗겨내고
2 젯소를 칠한다음
3 아크릴 물감 브라운 컬러 칠하고
4 그로스바니쉬 칠하기
이 과정 샷은 카메라 조작 잘몬해서 날아가 버리고.
자투리천 조각들을 늘어 놓고 배색 한다음,
크레이지 퀼트 기법으로 조각조각 이어붙여 솜을 대고
지방 강연 오며가며 기차 안에서 전철 안에서 바느질을 했었다.
기분 내키는대로 프랑스 자수로 마무리 하고
요요도 븥이고 레이쓰 패치도 붙이고 비즈도 달고 .......
의자커버 완성.
이 의자의 주인은 1920년대 프랑스 엔틱 인형.
사람이든 기물이든 뒷태도 고와야 한다.
이 의자가 말은 몬해도 무척 고마워할꺼다.
길거리에 버려진 몸을 데려다 귀하신 몸 만들어줬으니.
거기다 예쁜 인형 동무까지 생겼으니 둘이 속닥거릴 얘기 엄청시리 많을거고.
이참에 <의자> 이야기로 그림책 쓸까나...........
'반짇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325호 크리놀린 레이디 센터피스 (0) | 2012.08.13 |
---|---|
317호 넥타이 치마 (0) | 2012.07.31 |
291호 바느질 하다가 문득 (0) | 2012.06.02 |
호작질 (0) | 2012.05.22 |
265호 크리눌린 레이디 (0) | 2012.0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