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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밥상

402회 짝퉁 돼지 갈비

멀리 가는 향기 2013. 3. 17. 11:32

어머니는 경칩날  온천 다녀오신 뒤로 보름이 넘도록 감기로 고생을 하신다.

평소 편식하시는데다 편찮으시니 더 드실 게 없다.

입덪하는것 처럼  한 끼 겨우 드시면 게워내기 바쁘다.

엄니 고생도 이만 저만이지만 나또한 외출도 못하고 감옥살이라 ,

지난 월요일에는 입원가방 싸서 병원 모시고 갔더니 입원할 단계는 아니라고......

다른건 다 괜찮은데 음식 때문에 스트레스다.

 

그래서  병원 다녀오는 길에 마트에서 돼지갈비를 사왔다.

내가 해드리는 음식은 보나 마나 싱겁다며  처다도 안 보지만  시판 음식은 타박 하시면서도 드시기 때문이다.

 

 

그런데 갈비뼈에 네모 반듯하게 썬 살을 붙여놓았다.

헐 ....... 방송에서 뼈다귀에 식용본드로 살을 붙인 갈삐가 나돈다더니

그 께름칙한 고기를 엄니는 맛나게 드셨다.

프라이팬에 밥까지 얹어 비벼 드신 것이다.

 

그런 엄니를 보면서 유경환 선생님을 떠올렸다.

선생님이 조선 일보 논설위원 이셨을 때 광화문 사옥 뒷골목  '신정' 단골이셨단다.

(이 집 김치가 황해도식으로  아삭한  배추도 맛있지만 국물이  슴슴하니 시원하다.

그 김치 맛이 그리워 찾아갔더니  재개발로 이전 했고.)

 

언론사 사람들이 술고래인 건 나도 익히 안다.

선생님도 날마다 술을 푸셨는데 이야기 하다보면 불고기 백반이 다 거덜나고 국물만 남아 있다고

그 달착지근한 기름 양념에 밥을 비벼 드셨단다.

(우리 아버지와 술 드시는 스타일이 같으셨는데 천천히 술배 채우신 뒤애 밥배를 채우셨다) 

 

98년인가? 심장수술을 하셨기에 문병을 간 일이 있다. 그때 다리 안쪽의 혈관을 잘라 이식을 하셨다고

상처를 보여주셨는데  의료용 호치키스로 찍어논 상처 길이가 제법 길었다.

 

"이게 불백 찌꺼기에 밥 비벼먹고 기름진 음식을 먹은 탓이에요."

하시며  새벽까지 술드시고 광화문 뒷골목에 쓰러지신 적이 있었는데 하늘이 돈짝만하게 보이더라 셨다.

 

 

짜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을 찾는 어머니와 날마다 폭탄주 즐기는 남동생과 라면을 좋아하는 아들 때문에

나는 날마다 잔소리를 입에 달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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