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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동화, 강연

415회 화가 최석운

멀리 가는 향기 2013. 4. 22. 17:00

 인사동 지리산에서 화가 최석운을 첫 대면했다.

그림책 작업을 위해 사계절 김 진 편집자를 대동한 자리였다.

 

그를 본 순간 "애 먹겠다."  생각했다. 작업기간이 적어도 2년은 걸리겠구나 싶었다.

그가 태음인 체질이었기 때문이다.

전에도 태음 체질 화가하고 작업 할 때면 항상 애를 먹었다.

태음체질들은 몸이 무거워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 까지 뜸을 오래 들인다.

엉덩이 무거운 습관을 고치기란 쉽지 않다.

그들에게 식탐을 자제하고 운동을 권하기란 .......다.

 

 그런데 그가 권투를 한다며 훅을 날렸다.  라이딩까지 한단다.

식탐은 없지만 늦게 먹는 습관은 있단다. 자기 관리를 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좋아졌다.

예술합네하고 객기 부리는 사람은 솔직히 상종하기 싫다.

처자식에 대한 책임도 연민도 없이 방종하는 이는  철저히 이기적인 사람이니까 그렇다.

그동안 함께 작업한 화가가 여럿인데 자기 관리 잘해서 속 썩이지 않은 화가는

김재홍, 윤문영,선생뿐이다.

아, 화인아트 작가 중에 김경렬도 자기관리 잘하고 부지런하다.

 

지리산에 그의 그림이 세 점 걸려있었다.

그는 출판 미술과 상관없던 화인아트 작가다.

 

그가 인사동에서 전시를 할 때  김병규선생님이  그의 돼지 그림을 보고 <시집간 깜장돼지 순둥이>의 일러스트를 부탁하셨단다.

그것을 시작으로 몇 권의 그림책을 내게 되었다고.

 

 그가 양평 농가작업실에서 그림그리며 고생 하던 이야기를 했다.

양평의 겨울을 벽에 걸린 가스 난로로 견디며  곱은 손 으로 온종일 그림그리고

자고 일어나면 콧수염이 얼어있었다고.

서른 일곱에 결혼을 하고 식솔을 거느리게 된 그가

주루룩 누워자는 식솔을 보고 먹여살릴 걱정에 잠이 안오더라 했다.

그것이 아버지의 마음이다.

나는 또 이 대목에서 그가 좋아졌다.

이제는 여행 경비 받으며 실크로드를 여행하는 유명화가가 되었지만

그가 고생하던 무명시절 고생을 잊지 않는 한 다복할 것이다.

 

 

지리산 근처 쓰레기통에 버려진 와인박스를 주웠다.

그동안 와인박스를 구하려 했는데 쇼케이스 용이라며 팔지 않았다.

'이걸로 근사한 인형의 집 만들어야지.' 룰루랄라 돌아왔다.

완성된 인형의 집을 보면 이제 최석운이 떠오를테고 재미난 그의 이야기도 생각날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