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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스타일

589호 패션의 완성은 모자

멀리 가는 향기 2014. 11. 4. 13:48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모자들이에요.”
서울 은평구 자택 거실에 모자를 펼쳐 놓으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김향이 동화작가. 그녀는 독특한 모자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표현한다고 한다.

 <달님은 알지요> <몽실이와 이빨 천사> 등 다수의 작품을 펴낸 20여년 동안 그녀가 틈틈이 모은 모자는 60여개. <천일야화>의 주인공이 쓸 것 같은 터번, 야성적 감성이 가득한 두건, 군인의 기합이 밴 베레모 등 이색적인 모자들이 가득하다.

 이렇게 공을 들여 그녀가 모자를 수집하게 된 계기는 지극히 실용적이다. 40대에 들어서자 모발이 눈에 띄게 약해져 파마나 염색, 헤어드라이어 사용도 자제했다. 그러다보니 외출할 때 문제가 생겼다. 부스스한 머리를 한 채 강연에 가거나 모임에 얼굴을 내밀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시도한 게 모자였다. 처음에는 평범한 모자를 구입해 머리를 가리는 걸로 만족했으나 차츰 자신만의 모자를 만들어 쓰게되었다. 평소 바느질을 좋아했던 그녀였기에 모자 만들기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길쭉한 천을 머리에 둘둘 감고 끝만 고정시켜도 멋진 모자가 되지요. 여기에 꽃 장식을 달아주면 금상첨화예요. 여름 모자의 챙을 잘라내고 두툼한 천을 덧대면 겨울 모자가 되고요.”

 그녀가 가진 모자들은 또 다른 특징이 있다. 모자 정수리 부분이 대부분 뚫려 있는 것이다.
“모자를 자주 쓰기 때문에 모발 건강과 탈모가 신경 쓰이더라고요. 통기성을 높이기 위해 구입한 모자나 새로 만든 모자의 정수리 부분은  구멍을 뚫었죠.”

 이렇게 리폼하거나 손수 만든 모자가 하나 둘 늘다보니 모자에 얽힌 추억도 차곡차곡 쌓였다. 수많은 모자 중 그녀가 특별히 아끼는 것은 챙이 달린 검은색 모자로 겉보기에는 지극히 평범하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8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을 찾아갈  때 쓰는 모자여서다. 원래 갈색이었던 것을 검은색 물감을 칠한 뒤 그녀가 좋아하는 붉은 양귀비꽃을 달았다. “하늘에 있는 남편이 내려다보기에 예뻤으면 해서요.” 그녀가 말했다.

 언젠가는 여행지에서  꽃장식이 화려한 분홍색 모자를 썼는데 이를 본 일본인 관광객들이 몰려와서예쁘다며 기념사진을 찍고 갔다. 이처럼 시선을 집중시키는 독특한 모자를 즐겨 쓰는 그녀는 “모자는 나에게 명함과 같다”고 강조한다. 처음 만난 사람도 모자로 그녀를 기억하고는 다음에 만나면 반갑게 인사한다는 것. 강연을 할 때도 독특한 모자에 아이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강연이 수월해진다. 또 멋진 모자를 쓰면 차려입은 듯한 느낌이 들고 자신감도 샘솟는단다.

 “색다른 모자를 써보세요. 인생의 활력소가 될 거예요. 처음에는 쑥스러워 어렵겠지만 한 번  시도해보세요.”

 강건우 기자 gun@nongmin.com

 

 

농민신문사 문학상 심사 때 내 차림새를 기억하는 기자가 제보를 했다기에 기분 좋게 인터뷰에 응했다.

촬영을 하기 위해 모자가 총집합했는데 세어보니  67개였다. 그 중에 수집용 어린이 모자가 9개 포함 되었다.

 

 

 

                     - <밀짚모자를 쓰고있는 자화상 / 알리자베스  비제 르브룬>

 

프랑스 미술의 거장 엘리자베스 비제 루브룬은 마리 앙뚜아네트의 전속 화가 였다.

그녀는 유럽 왕족들의 초상화를 그려 '시대를 그린 여성'으로 불렸다.

그녀 그림속의 로코코 시대의 인물들은 정성들여 화장을 하고 화려한 의상을 입어 자신이 예술품인양 몸단장을 했다. 

유럽에는 '여자에게 100개의 모자를 주고  거울 없는 방에 가두는 것은 가혹한 고문'이라는 우스겟소리가 있단다. 그 말은 패션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과 모자의 장식적인 기능이 단적으로 강조된 것이리.

 

 

 

영화 <마리앙뚜와네트> 켑쳐

 

프랑스 루이 15세 의 유미주의를 표현한 로코코시대 패션.  하이힐도 이 시대의 산물.

꽃과 새의 깃털로 장식한 모자는 권력이 높아질 수록 더욱 화려해진다.

파리 여인들이 마리 앙뚜와네트의 패션에 열광했다면 ,

 

                                 영화 <공작부인>  켑처

 

 18세기 영국의 패션 아이콘은 데본 샤이어 공작부인이다.  45센티미터까지 부풀려 올린 퐁탕쥬 헤어 스타일

 

-에드가 드가  /모자고르는 여인

 

고대 그리스 시대에 여성 들이 햇볕을 가리기 위해 사용한 '톨리아'가 모자의 전신이라는 설이 있다.

 모자는 신체 보호와 장식 그리고 신분표시를 위해 쓰기 때문에 모자만큼 확실한 신분증도 없다 .

 1920년대까지도 모자는  다양한 사회적 정보를 담고있었다. 결혼의 유무, 부의 정도, 신분과 계급의 높고낮음의 변

별력을 갖추고있었다.

 

 신분과 직종에 따른 조선 사람들의 다채로운 모자 착용이 신기했던 19세기 서양인들은 조선을 모자의 왕국 ,

모자의 발명국이라 불렀다.

프랑스 인 앙리 갈리는 <극동전쟁>에서 "조선의 모자 종류는 너무나 다양해서 4000종에 달할 것이라 했다.

  

                            -샌프란시스코 조이 할머니 엔틱상점에서

 

모자는  햇볕과 추위를 피하기 위한 필수 아이템 이지만   이미지업을 위한 패션의 기능이 우선 시 된다.

링컨의 톱햇. 처칠의 패도라 ,채플린의 더비햇, 체게바라의 베레모 등은 역사 속의 인물들을 떠올리게하는 중요한 단초가 되었다.

나는 모자를 패션의 완성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다.

수수한 옷차림에 모자만 착용해도 스타일이 업그레이드 되는 반전이 있기 때문이다.

모자는 내 명함과 같다. 처음 보는 이도 내 패션 취향  때문에 각인이 된다고 한다.

나는 초등학교와 도서관 강연을 자주 다니는 편인데 인내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2시간 동안이나 집중 시켜야 한다.

강단에 오를 때는 개성적인 차림새와 모자로 아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강연의 목적을 성취한다.

 

 

내가 모자를 애용하게 된 이유는 남들과 다르지 않다.

이십대에는 긴 생머리를 허리 아래까지 늘어 뜨리고 다녔으니 미장원 드나들 일도 없었다. 

나이들면서 흑단같이 윤이나고 풍성했던  머리숱이 빠지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헤어 스프레이  제품 사용이나  드라이도 하지 않았다.파마나 염색으로 모발이 손상이 되는 것을 염려해서 미장원 출입도 삼가는 편이다.

헤어밴드나 모자를 애용하는 덕분에  머리 치장에 드는 돈이 절약되는 셈이다.

 

얼굴이 큰 사람은 크라운의 폭이 넓은 베레모를 비스듬히 쓰거나 챙과 귀덮게가 달린  카스케트를 쓰면 된다.

챙이 큰 모자는 얼굴이 갸름한 사람에겐 어울리지만 키가 작은 사람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모자로 패션을 완성하려면 색과 소재 디자인을 고려하여 의상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의상이 화려하면 어두운 색상의 단순한 모자를, 베이지톤의 심플한 의상엔 밝은 색상의 꽃 코르사쥬를 단  튀는 모자를 쓰는게 좋다. 

겨울용 니트 비니에는  같은 색의 넥워머나 장갑을 착용한다.

 

모자를 착용할 때는 뒤통수쪽을 고정시키고 이나를 덮듯이 쓰면 머리 모양을 망가트리지 않는다.  모자를 쓸 때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고  한쪽으로 살짝 기울여 쓰는  것이 멋스럽다.

 

향기 모자로 살펴보는 여성 모자의 종류

 

 

                                    모자 명칭

 

보닛 스타일 턱 아래에서 끈을 매는 여성과 어린이용 햇빛 가림용 모자 

                          흰색 오간자천과 레이스로 만든 보닛                                  리넨으로 만든 조끼와 모자 /민트 칼라  원피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모자는 보닛 스타일이다. 

18세기에 태어났더라면 예쁜 모자는 실컷 만들어 썼을 텐데.

까플린 스타일(반구형 크라운에 챙이 넓고 장식성이 강한 여성용 모자)

 

 

                     챙이 넓은 카플린 밀짚 모자에 도트무늬 리본만 달아줘도 멋스럽다.

            

 

                                            -   영국 워즈워드생가에서 일본인 관광객과.

 

워즈워드 생가 가는 길 진저브레드 가게 옆에 아기자기한 소품가게가 있었다.

꽃장식이 달린 보라색 모자에 이끌려 들어가서는 거울 앞에서 보자를 써볼 때였다.

 맞은 편 노천 카페의 노부부가 나를 가리키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거울에 비쳤다.

 드디어 할머니가 차를 마시다 말고  가게로  들어와서 참견을 시작했다.

보라색과 핑크색 모자를 번갈아 써보게 하더니 핑크가 더 잘  어울린다며 골라주었다.

 

워즈워드 생가에서 만난 일본 관광객이 모자가 예쁘다고  "스고이"를 외치며 사진촬영을 했다.

 (봉고차에 있던 일행들까지 우르르 내려와 한 사람 한 사람 ..... )

스위스 하이디 마을에서 길 가던  할아버지가 영국 여왕 같이 예쁜 모자를 썼다고 했다.

여행지마다  분홍 모자 때문에 시선 집중.

 

 

 

 

필박스 스타일(약상자 모양의 모자)

 

 

 

.

그린색상 옷에 맞추느라 수직실크 천으로 만든 필박스

 

망사 베일 달린 엔틱 필박스를 깃털과 꽃장식으로 리폼

 

 

꽃빛 바느질쟁이가  인형옷 만들라며 보내준 천연 염색 거즈 천으로 만든  필박스

 

 

 

 

알파카모직 롱 코트 기장이 길어서 옷이 무거웠다. 소매와 기장을 자르고 케이프를 만들어 버렸다. 

소매부분으로 모자도 만들고 

 

                     

 

가장 만들기 손 쉬운게 필박스형이다.

나는 규칙적이고 틀에 박힌 것을 싫어하기에 바느질 할 때도 본을 뜨는 법이 없다.

그때 그 때  두상 크기에 맞는 접시를 대고 모자 톱을 그리고 그 크기에 맞게 크라운을 만들고

안감을 대고 마무리 한 다음 모자 장식을 만들어 달면 끝.

손바느질로 티브이 보면서 한 땀 한 땀..........

 

필박스 스타일의 응용

도트무늬 오간자로 만든 정장용. 통풍이 잘되고 구김도 안 가고...

 

면실크로 만든 모자 장식은 철사를 넣어 멋대로 모양을 잡을 수있게 만들었다.

 

클로쉐(1920년대 유행한 종 모양의 모자) 스타일

 

 

bird Feather Hat

 요 깃털모자를 골통품상 사장님한테선물로 받았다. 이 모자를 쓸 사람은 나 밖에 없다면서.

아무리 모자를 좋아한다지만 요 모자를 쓰고 시선 집중 받을 강심장은 아니다.

고심 끝에 모자 깃털을 몽땅 뜯어내고 뼈대만 남겼다.

그리고 요렇게 리폼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모자가 되었는데 이 모자에 얽힌  스토리도  많다.

 

 

 

 

카플린 스타일의 크라운과 챙을  때어내고 리폼.

 

식탁 의자 카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으로 만든 클로쉐

 

터번 스타일 turban

 

 

비룡소 송년 파티 드레스 코드가 '골드'였다.

터번식 모자를 만들고 과감하게 보라색 깃털과 블링블링 골드 비즈를 달았다.

 

 

스카프처럼 길게 박은 천을 한바퀴 돌려서 매듭 지으면 모자.

 

퍼 장식이 달린 코트 기장을 잘라 머프(방한용 토시)백을 만들고 모자도 ....

이 차림새로 나가면 <은하철도 999의 메텔> 같다고

 

빨간 스웨터를 샀는데 머플러가 딸려왔다. 머플러로 만든 모자.

 

 

베레모 스타일

 

 

 

두건 스타일

 

 

 

 

비니 스타일

 

 

 

 

 

썬캡 스타일

 

흰 모자에 오염이 안 지워져서 꽃을 졸로리 달았다.

북한 안내원 아가씨가 모자에 꽃이 요란하니까   "공훈 배우십네까?"하고 물었다.

 

 

헤어밴드 스타일

 

스팽클 원단 자투리로 반원 모양의 크라운을 만들고  안감 속에 헤어 밴드를 넣었다

 


흰머리가 관자놀이 위쪽으로 나는데 집에서 그 부분만 헤나 염색을 한다.  

머리카락이 더디 자라니 부분 염색도 띄어띄엄 하는 편이다.

염색을 안할 때는 이렇게 큰 해어밴드로 눈속임을 한다.

 

 

내가 만든 모자들은 의상과 깔맞춤하느라 나도 모르게 하나 둘 늘어났다.

모자 만드는 법을 배운 적 없지만 이리저리 궁리해서 내 멋대로 만들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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