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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향기 스타일

669호 청자켓

멀리 가는 향기 2015. 6. 21. 10:47

지난 오월,

어머니 모시고 륭이 내외에게 점심대접 받고 오는 길에  등꽃을 보았다.

 

세상에나!

주렁주렁 늘어진 보라빛 등꽃이 나무들을  칭칭 휘감고 올라가 장관을 이뤘다.

날도 흐리고 꽃도 한물가서 사진이 짱짱하게 안 나왔다.

 

 

 

다음 날

등꽃 군락지를 찾아 북한산  숲길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차 세워. 저기 등꽃 있다."

 

 

등나무가 키  큰나무 우듬지까지 넝쿨을 뻗어 올라갔는데 이 나무 저나무 건너다니며  숲을 점령 해버렸다. 

"우와아..........".

무릉도원이 아니라 무릉등꽃원이다.

 

 

 

넝쿨이 얼키고 설켜서  발 아래 계곡으로 굴러 떨어질 염려도 없다.

혼자 보기 아까운 비밀의 화원.

 

 

 

조선 기생은 치마폭에 장승업의 화조도를  받았다지만 나는 꽃을 수 놓았다.

자세히 보아야 눈에 띄는 꽃마리

 

 여뀌

엉컹퀴

 

도리지                                             고들빼기

 

 

달개비

 

나는 작고 여린 꽃들에게 더  마음이 간다.

 

 

삼하리 숲길을 돌아다니다  벌꾼을 만났다. 

벌꾼들은 꽃을 따라서 북쪽으로 이동을 하는데 한 장소에서 2 주동안 머물면서  벌통을 지킨다고 했다.

여왕벌들이 일벌들 데리고 분봉을 할 때 놓치지 않고 잡아두려면 잘 지켜야 한단다.

벌들이 날아다니는 소리는 대단하다.

멀리서도 들렸는데  처음엔 벌이 나는 소리인지 모르고  가까이에 개울이 있나보다고 여겼다.

 

 

어려서  외가에 가면 외할아버지가 뜬 토종 벌꿀을 한사발씩 먹게 했다.

그리고는 방문고리에 수저를 꽂아 밖으러 나오지도 못하게 하셨다.

속에서 불이 나는데 물을 마실 수도 없고 화장실도 갈 수도 없었다.

내가 병치례를 자주한다고 할아버지는 단방약을 자주 해주셨다.

한번은 굼벵이를  석쇠에 올려 놓고 굽는 것을 보고 짚단 속에 숨어있은 적도 있다. 

내가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 건 어려서 대접으로 마시던 꿀에 질려서일 것이다.

 

 

이리저리 길 따라 가다보니 저수지도 나오고 굿당도 있고

 

 

 

누군가 간절한 염원을 가지고 돌탑도 쌓아 놓았다.

저먼 아이리스.

기자촌 집에 살 때 어머니가 아이리스를  칼라 별로 수집해서 키우셨다.

어머니는 꽃송이가 탐스럽게 큰 꽃을 유독 좋아라 하셨고 나는 자잘하고 여린 파스텔 톤의 꽃들을 좋아하고.

 

나는 옷에 달린  칼라가 갑갑하다. 기관지가 약해 목을 보호해야 하는데도 대부분 칼라가 없는 웃도리를 입는다.

그대신 목을 보호하기 위해 스카프를 두른다.

청자켓의 칼라를 떼어내고 호작질을 시작했다.

 

빅토리안 시대 공작부인으로 살았으면

예술을 마음껏 향유하면서 유행을 선도했을지도 모른다.

 

 

 

단추와 색실로 뒷태도 장식하고. 자투리 데님천으로 두건도 만들고 .

 

이 차림새로 탑골미술관에 갔던 날 , 직원이 와서 물었다.

"그 옷, 작품이지요?"

이렇게 모르는 사람들이 말을 걸고 신기하다는 듯 구경할 때가 있다. 그 맛에 리폼을 한다.

 

 외롭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나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글을 쓰고  인형을 만들고  음식을 만들고 집을 꾸미고 예쁜 옷을 짓고 ....

머리 속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를  내 손이 미처 따라집지 못하는 판인데.

하고싶은 일이, 해야할 일이 태산인데, 외롭기는. 천만의 말씀.

나는 예쁜  게 좋다. 

밥 먹고 사는데  지장만 없으면  세상에 하나뿐인 예쁜 물건을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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