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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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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시

475회 나무엄마

멀리 가는 향기 2013. 11. 3. 08:10

 

 

 

나무 엄마

                                      -결혼을 앞둔 아들에게

 

나무는

눈부신 햇살로 도토리를 품어 엄마가 되었다

도토리에 깍정이 모자를 씌워

억수 비바람 타는 목마름을 견디게 했다.

 

나무엄마가 도토리를 품에서 떼어낼 때가 되었다.

"잘 가라. 아가야.

네 스스로 뿌리 뻗고 살아내야 한다."

 

나무엄마는 도토리가 안쓰럽고 애달픈 나머지

햇살로 물들여 만든 어여쁜 이불을

한 잎 두 잎 날려 보내  감싸주었다.

나무 엄마는 시나브로 제 가진 것 다 내어주고

칼바람 눈보라를 견딜 것이다.

 

벌거숭이가 된 나무엄마가 행복한 것은

도토리를 품었던 때의 기쁨은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가을이 저토록 활활 타오르는  것은 젊은 날 치기로 무심코 지나쳐 버린 것들을 뒤늦게 온 몸으로 느끼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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