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엄마
-결혼을 앞둔 아들에게
나무는
눈부신 햇살로 도토리를 품어 엄마가 되었다
도토리에 깍정이 모자를 씌워
억수 비바람 타는 목마름을 견디게 했다.
나무엄마가 도토리를 품에서 떼어낼 때가 되었다.
"잘 가라. 아가야.
네 스스로 뿌리 뻗고 살아내야 한다."
나무엄마는 도토리가 안쓰럽고 애달픈 나머지
햇살로 물들여 만든 어여쁜 이불을
한 잎 두 잎 날려 보내 감싸주었다.
나무 엄마는 시나브로 제 가진 것 다 내어주고
칼바람 눈보라를 견딜 것이다.
벌거숭이가 된 나무엄마가 행복한 것은
도토리를 품었던 때의 기쁨은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가을이 저토록 활활 타오르는 것은 젊은 날 치기로 무심코 지나쳐 버린 것들을 뒤늦게 온 몸으로 느끼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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