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여행의 추억

515호 헤이 온 와이

멀리 가는 향기 2014. 3. 12. 09:23

514호 <책전도사>편을 읽고  향기통신 독자 대학생  김지영이 보내온 편지를 소개합니다.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라는 책을 읽고 제가 가보고 싶은곳 리스트에 올려 놓았던 헤이온 와이를 지영이가 다녀왔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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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무사히 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혼자 생각하기에^^)바쁜 한달을 보내고 개강을 맞이했답니다.

한달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여유를 가지고 돌아왔다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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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그 안에서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을 담아 하나 하나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요.

그리고 그 새로운 세상에서는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만나기도 했었어요. 한국이 아닌 낯선 이국 땅에서 갑작스레 만난 돌발상황은 그 어느 배움보다 더 값진 배움을 안겨주었습니다.

부모님의 따스한 품이 아닌 낯선 땅에서 혼자 마주한 어려움은 저를 더 강하게 만들어 주었답니다.

상황보다 더 힘들게 한 두려움이라는 단어를 넘어설 수 있는 용기를 주었어요.

 

여행을 하는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만든 것이 있었습니다. '나에게 여행은 무엇일까?'. 

무수히 많은 답이 존재하지만 그 안에서 저만의 답을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한달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저는 답을 찾았습니다.

이번 한달간의 여행은 저에게 '사람'과 '만남' 이었습니다. 반복되는 생활과 환경 속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아닌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얻은 삶의 가치는 이번 여행이 아니면 얻을 수 없었던, 돈으로도 살 수 없었던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어려울 때 내 일처럼 도와주고 챙겨주던 사람들, 그리고 저와는 다른 환경에서 다른 꿈을 꾸며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 스스로를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저에게 '사람'과 '만남'입니다. 그들을 만나며 '이번에 여행오지 않았다면 어쩔뻔 했어'하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릅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쉬움이 아닌 또다른 설렘을 느꼈습니다.

여행을 마무리해야 하는 아쉬움은 분명 있었지만 그보다는 이제 다시 힘을내 열심히 하루 하루를 살아가 보자는 설렘이 더컸습니다.

그리고 그 후 떠날 또 다른 여행을 생각하며 설렜습니다.

지금 저는 다시 일상에 복귀해 저에게 주어진 일들을 하나 하나 해 나가고 있습니다.

바쁘고 힘들어 지치려 할 때마다 떠올려지는 한달의 추억은 지칠 틈 없이 움직이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그리고 참으로 행복합니다.

 

 

그리고^^ 이번 향기통신을 보며 여행의 추억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영국에서 제가 방문했던 한 마을이 선생님의 향기통신에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제가 그 마을을 가게된 계기가 되었던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라는 책이 향기통신 맨 첫번째 사진에 담겨있지 뭐에요.

바로 세계 최초의 책마을인 '헌책방마을 헤이온와이'입니다.

3년 전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된 헤이온와이.

일기장에 꼭 가겠노라 적어놓았었는데 이번 영국 여행에서 드디어 방문할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1962년 영국 웨일스 헤이 온 와이에서 리처드 부스가 헌책방을 크게 열면서 ‘세계 최초의 책마을’을 선언했습니다.

스스로 마을의 왕이라 부르며 책도 팔고 만우절날 독립을 선포하며 지인들을 정부 관료로 임명하기도 하고, 배달부를 헌책방 직원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던 작은 마을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고 '어제의 책은 내일의 희망'이라는 생각으로 그 어느곳에서도 보지 못한, 그 어느곳에서도 담지 못한 소중한 가치를 부여했습니다. 

가기 전부터 얼마나 설렜던지 전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답니다.

하지만!^^ 정말 깊이 깊이 숨어있는 작은 시골마을이어서 찾아가는 길은 모험을 방불케 했습니다

 

런던에서 헤레포드라는 역까지 4시간여를 기차로 달려 가야 합니다. 중간에 환승도 한번 해야하구요.

그리고 도착한 헤레포드에서는 다시 버스를 타고 1시간여를 달려가야 헤이온와이에 도착할 수 있답니다.

특히나 시골마을이라 버스는 하루에 세대....^^ 한번 놓치면 두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답니다. 

기차시간과 맞지 않았던 저는 결국 역에서 두시간을 기다렸어요.

그렇게 긴 시간을 달려 헤이온와이에 도착하면 도시와 또 다른 시골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헤이온와이에 도착하기까지의 힘듬을 보상해주듯 고요하면서도 아름다운 마을의 풍경은 마치 코끝이 빨개지는 추운 겨울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오두막집 할머니가 건네주신 코코아 같았어요.

관광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고요한 마을에 펼쳐진 헌책방들, 그리 고 그 헌책방 안에 들어서면 나는 기분 좋은 책내음은 지금도 제 코 끝을 간지럽히고 있습니다.

 

 

게다가 오래되고 기품있는 책들이 어찌나 예쁜지..곰돌이 푸, 피터래빗, 앨리스..하지만 고서들이라 무척 비쌌어요..

가난한 여행객에게는 고문이 따로 없었지요. (그래서 꼭 돈을 많이 벌겠다 다짐하고 온 곳이기도 합니다.^^)

게스트하우스도 마치 영국 전통 집에서 홈스테이를 한 듯한 기분을 갖게 해주었답니다.

 

헤이온와이 곳곳을 여행하면서 리처드 부스에게 감사했습니다. 책으로 마을에 생기를 불어 넣어준 그에게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그 생기를 제가 느낄 수 있음에 더 감사했습니다.

 비록 관광객이 많지 않더라도 책의 소중함을 알고 책을 더 가치있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마을 사람들에게서 느낀 책에 대한 사랑은 저를 부끄럽게 했어요.

걸어서 두시간이면 마을을 구석구석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마을이고, 마을을 찾아가는 과정은 어렵지만 많은 이들이 찾는 관광지를 떠나 찾아온 이곳은 저만의 비밀 공간이 된 것 같아 더 설렜답니다.

정말 너무나도 고요했던 마을 길을 걷노라면 제가 앨리스가 된 듯 했어요.^^

역시나 런던으로 돌아가는 길도 무척 험난했지만 마음만큼은 책마을의 왕이라 스스로를 칭했던 리처드 부스 못지 않은 행복을 갖고 돌와왔답니다.

여유를 갖고 다시 한번 찾아 하루가 아닌 조금 더 오래 머물고 싶어요^^

 

(선생님의 향기통신으로 인해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 또 제 말만 늘어놓고 말았어요^^

혹시나 궁금해 하실까 사진 첨부했어요. 사진을 잘 찍지는 못했지만 조금이라도 헤이온와이의 고요한 정취와 책내음이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성처럼 보이는 곳은 헤이성으로 그 앞에는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무인 서점이 있답니다.^^)

 

 

 

 

오랜만에 메일을 드려 저도모르게 흥분해서 정신없이 하고픈 말을 이렇게 늘어놓고 말았어요. (사실은 한보따리 더 있는데^^)

매번 향기통신을 받기만 하고 답장도 못드린 할말없고 부끄러운 독자라.....너무너무 죄송해요.

그래도 선생님의 향기통신은 저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보물인거 아시죠?^^

정말 항상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어요. 오늘은 비도 내린다고 해요. 감기 조심하시고 저는 또 놀러오겠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놓으니 선생님이 더더더 뵙고싶어요.^^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안녕히계세요.

 

-지영 올림-

 

*아! 선생님. 런던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에 갔다가 패션관에 들렀어요. 예전 선생님의 향기통신에서 패션관이 공사중이라 보지 못해 아쉽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기억나 패션관의 사진을 열심히 찍어왔습니다.

사진기가...아니라 사진사가 실력이 없어 많이 부족한 사진이지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 혹시 나중에 다시 방문하셔서 보시고 싶으시면 지금 보지 않으셔도 되요.^^

가서 보시고 싶으셨는데 제가 눈치없이 보내드리는게 아닐까 혼자 고민 엄청하다가 보내드려요. 혹시나 해서요^^

그럼 선생님 다음에 또 메일 드리겠습니다. 안녕히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