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아픈 바람에 누워서 책을 실컷 읽었다.
케이트 디카밀로 는 독자를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내가 존경해 마지 않는 분1
<생쥐 기사 데스페로><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마술사의 코끼리>
<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을 읽고 그의 왕펜이 되었는데
<마술사의 코끼리> 에서도 역시나
"1 플로릿만 내면 당신의 마음이나 머릿속에 간직된 가장 심오하고 어려운 문제에 대한 답을 알려드립니다."
점쟁이 천막에 적힌 문장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전혀 상관 없는 대상들을 거미줄처럼 얽어매 환상적인 이야기로 풀어낸다.
마지막 장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그 경이로운 사건들이 실제로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작은 증거들이 남아있다.
발티스 시에서 가장 웅장한 성당 꼭대기 분한 표정으로 눈을 부라리는 괴물상들 사이에 숨겨진 코끼리 조각상이 그것이다.
나는 이 문장에 한동안 마음이 꽂혀서 그 곳이 어디에 있는지 검색 해봤다.
검색은 실폐 했지만 세상 어딘가에 발티스 시가 있고 구시가지 대성당 꼭대기 괴물상 사이에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숨어 있을 것만 같다.
어떤이는 훌륭한 책을 읽고나면 다른 사람이 읽지 못하게 책등을 뒤집어서 꽂아 놓는다 하고
어떤이는 질투가 나서 책을 집어 던진다 했다.
나는 내 눈에 가장 잘 뜨이는 서가에 잘 모셔두고 수시로 자극을 받는다.
<스켈리그> <내 이름은 미나> 로 호평을 받은 바 있는 데이비드 알몬드의 신작 < 갈 까마귀의 여름> 분위기는 히스꽃이 피어있는 황무지처럼 서늘해서 힘들게 읽었다.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를 다시 읽는데 처음 읽는 것처럼 집중이 되었다. 중국 문화혁명을 견뎌낸 사람들의 개똥철학에 허리가 아파 마음대로 웃지도 못했다.
하정우가 영화를 만들었다는데 아무래도 난 소설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위화의 작품성을 영화로 풀어냐기엔 역부족 일테니.
엄니는 이것이 박숙희가 쓴 것이여? < 모든 것의 시작 창세기>성경 동화를 일기 시작 하셨다
엄니랑 책을 읽다가 문득 생각나서 물었다.
"엄마, 임실집이 기와 집에 100평이 넘고 읍내에 있었잖아.
아무리 시골 집이라도 그 집 팔았으면 엄마가 고생은 덜 했을거 아냐?"
아버지는 자유당시절 국회의원 비서가 되어 서울로 올라가셨고,
엄니는 내가 10살 때 우리를 이끌고 서둘러 올라와 아버지 하숙집에서 서울 살이를 시작하셨다.
"늬 아버지가 방앗실 양반한테 집을 팔아 달라고 부탁했는데 그 양반이 비싸게 내놔서 사겠다는 사람이 있었가디.
우리 이사 오는 날 그 양반이 따라 와서 늬 아버지 구워 삶더라. 집 팔릴 때까지 관리 할테니 걱정 말라고.
당신 집하고 붙은 우리 집에 큰 아들 장가들여 제금 내주려고 그런거지.
그러고는 늬 아버지 딴 년한테 정신 팔려서 신경이나 썼가디.
욕심 많은 양반이 입 싹 씻어 버린 거지."
그때 엄니 나이 서른이었다.
방앗실 양반은 아버지 이종 사촌 형님이고 임실 읍내에 정미소를 가진 재력가라
바로 우리 윗집 솟을 대문이 있는 기와집에 사셨다.
아버지가 엄니 모르게 그 집을 처분 했다면 이재에 밝은 그 어른이 우리 아버지 같은 한량을 상대로 집을 거져 샀을 것이다.
그러고는 엄마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다.
"양원이 형님이 인물 없고 친정이 없이 산다고 괄씨 많이 받았는디."
내 기억에도 큰 어머니는 늘 부엌에 계셨다. 집안에 대소사 치를 일도 많았지만
장날마다 일가붙이들이 찾아와서 손에 물 마를 날이 없으셨다.
이상하게도 나는 우리집에 대한 기억보다 큰 집 구석구석 선연하게 떠오르는 기억이 많다.
안방 아랫목에는 장죽 물고 한복을 떨쳐 입은 할머니가 계셨는데
풀 먹여 다린 모시 치마에서 버석버석 소리가 안 나면 물에 처 넣어 버리셨다는 말을 고모한테 들었다.
"나도 새각시 때 그 양반 시집살이 좀 살았다. 담뱃대 물고 아랫목에 앉아서 내가 살림을 어떻게 하나......"
내 기억에도 틀니소리를 내며 밥을 드시다가 사람을 꿰둟어 보시던 눈초리와 음성들이 또렸하다.
엄니는 고향 어른들의 이야기를 두서없이 생각나는대로 주절 주절 꺼내 놓으셨고
나는 독특한 케릭터의 인물들을 머릿속으로 그려나갔다.
데이비드 알몬드는 글을 쓰게 된 동기를 이렇게 말했다.
"아주 자연스럽게 글을 쓰게 되었어요.
어린 아이의 관점에서 제가 자란 고향 동네와 어린시절을 회상하는 연작 소설을 썼지요.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세상을 바라 보니까 그 장소와 일어난 일들이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이야기가 떠올랐고 글로 표현 되었습니다"
깊어가는 겨울 밤 엄니와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 속에 고향마을이 살아 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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