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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인형의 집

639호 세상 어딘가에 나와 같은 사람이

멀리 가는 향기 2015. 3. 13. 00:01

 

인형 경매를 할 때 셀러들의 말을 백프로 믿을 수가 없다.

들의 설명이 미심쩍을 때 내 식견에 따른 판단을 믿어야 할 때가 있다.

 셀러들의 허풍에 속지 않으려면 내 안목을 키우는 수 밖에 없다. 

스스로 공부법 중에 경매로 나온 옛날  사진들을 주의 깊게 관찰 하는 방법이 있다.

 빅토리안 시대나 에드워디안 시대 사진들을 보고 그 시대의 유행을 살펴보는 것이다.

인물이 입고 있는 패션이나 헤어스타일, 장신구들은 물론이고  배경으로 나온 실내 인테리어와  가구들을 눈여겨 보며 시대 양식을 알아가는  재미도 크다.

내 시선을 붙잡는 사진이 있었다.

양 팔 가득 인형을 안고 서 있는 여인 .아마도 인형 작가거나 수집가 일 것이다.

헤어와 패션스타일로 미루어 1920년 대 사진으로 짐작 된다.

내게도 인형을 안고 찍은 사진이 있다. 인형 전 포스터 만들려고 찍은 사진이다.

 

 

 

 

오래 전에 서양 어딘가에서  나처럼 인형을 사랑한 여인이 있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다.

시대도 다르고 동서양의 문화 차이도 있지만 같은 행동과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다니.

 

이런 느낌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미국의 국민작가 타샤튜더의 삶을 다룬 책들이 출간 되면서 나는 얼마나 설레었는지 모른다.

내가 꿈꾸고 있는 삶을 이미 이루어 낸 작가가 있었다니!

나는 그 양반이 살고 있는 버몬트로 날아가 그녀가 가꾼 비밀의 화원을, 집을 ,살림살이들을, 무엇보다 인형과 엔틱 의상들을 구경하고 싶어 안달이 났었다.  꿈에서 조차  한국에서 버몬트를 찾아가는 여정을 궁리하고 일정을 짜 보느라 달콤했었다.

그런 내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혜경 사장님이 윌북에서 타샤 하우스 패케지 관광을 추진 중이라고 귀뜸을 해주어서 얼씨구나 신청을 했었다.

2008년 6월 21일 출발 일정이었는데 모객이 안되어서 무산 되고 말았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6월 18일  93세 일기로 타샤가  세상을 뜨고 말았다.

결국 책을 통해 해갈을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세상에!  하고 감탄을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내가 생각하고 하고자 하는 바를 그 분이 이미 행동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나의 롤모델이 되었다.

지인들은 내게 '한국의 타샤 튜더'라고 불러주었다.

 

2010년 11월 ,

엔틱 동화책을  검색하다가 타샤의 미니북을 발견했다.  우연이 아니라 운명 같았다.

나는 주저 없이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낙찰 받았다.

 

 

 

 국제 우편 봉투 속에 또 봉투.... 러시안 마트로시카 인형처럼  정성스레 싼 여섯겹 포장지 속에서

타샤튜더 패밀리 중  큰며느리 마조리 튜더의 보증서가 나왔다.

 

 

10X9센티 ,   13X10센티 손바닥 사이즈의  작은 그림책 두 권이 내  손안에 들어왔다.

내가 그토록 만나고 싶어 했던 분.

태어난 나라가 다르고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언어가 다른  분이었지만 뜻한 바 생각과 호불호가 같았던 분.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로 세상이 아름다움으로 충만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신 분,

그 분의 친필 사인이 적힌 책을 갖게 된 것이다.

 

 

'스프링 부케'는 20권 한정판 중 열 아홉 번째 책.

 

 

'엠마의 정원"은 15권 한정판 중에 첫번째 권.

탸샤가 만든 인형 , 사랑스런 엠마가 정원을 가꾸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세상 어딘가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 따뜻해지는 밤이다.

 

 

꿈을 향해 자신있게 걸어간다면

꿈꾸는 대로 살기위해 노력한다면

꿈은 기대하지 않은 순간 일상이 될 것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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