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에서 그동안 사진으로만 보던,
이 박물관의 자랑거리인 수공예 장식미술품 ‘캐비닛 하우스 인형의 집’을 보았다.
The Doll’s House of Petronella Oortman, 1686-1705
h 255.0cm × b 190cm × d 78cm × d 28cm
Dollhouse of Petronella Ortman by Jacob Appel
Date circa 1710 /Medium oil on parchment mounted on canvas
H: 87 cm (34.3 in). W: 69 cm (27.2 in).
1710년에 그려진 야곱 아펠의 그림을 보면 인형의집 원래 모습을 알 수 있다
페트로넬라 오트만(Petronella Oortman)의 인형의집은 1821년 네덜란드 국가에서 구입하고 1875년 국립 박물관 (Rijksmuseum)에서 야곱 아펠이 1710년에 그린 인형의집 그림과 함께 입수하는데 성공했다.
러시아 표트르 대제가 이 인형의 집을 구입하기 위해 네덜란드를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며칠간 Brants의 집에 머물며 경매에 참여했으나 낙찰을 받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원래 이 인형의 집 주인은 17세기 네덜란드의 실크 상인 요하네스 브란트의 미망인 페트로넬라 오트만 이었다. 1686년과 1710년 사이에 제작이 된 이 인형의 집은 네덜란드 황금시대 귀부인들의 취미생활이자 재력과시용으로 제작 되었다.
페트로넬라는 이 인형의 집을 꾸미기 위해 미니어처 도자기는 중국에 주문을 했고, 최고의 가구 장인과 화가 등 예술가들을 총 동원하였다. 정확한 축적비율로 인형의 집을 제작하려면 2-3만 길더를 호가했는데 운하 가까이에 있는 저택을 사고 남을 돈이었다고 한다.
유럽의 인형의 집과 달리 네덜란드의 인형 집의 특징은 캐비닛 형태로 제작되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이 케비넷 형 인형의 집을 ‘호기심 캐비닛’ ‘경이의 캐비닛’이라고 불렀다. 그들이 인형의 집에 들인 돈과 정성을 감안한다면 경이의 캐비닛이라 부를 만하다.
대부분 소유자의 실제 집과 똑같이 맞춤 제작하거나 수집을 했는데 얼마나 화려하고 사치스럽고 값비싼 인형의 집을 소유했는가가 귀부인들의 자랑거리였다.
페트로넬라의 인형의 집도 20여년이 걸려 완성 되었으며 삼만 길더의 돈이 들어갔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페트로넬라는 실제와 똑같은 축소된 모형을 원했다. 빗자루 하나를 보더라도 돼지털로 만든 것을 알 수 있다. 돌 하우스 인형들은 디자이너의 유행패션을 입혔고, 가구 장인들이 가구와 소픔을 제작했으며 도자기류는 중국에서 구입했으며, 당시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던 정물화가 Frederiksz Royen는 천정 프레스코화와 벽화, 액자의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Voorhout는 태피스트리 방을 장식했다. 중국 가구와 도자기류는 중국에서 주문 제작되었다. 상아와 은으로 만든 식기, 이집트에서 짠 카펫과 커튼 침대 스프레드, 심지어 냅킨까지 최대한 화려하게 꾸몄기 때문이다.
야콥 아펠의 그림을 보면 거의 모든 방에 신사 숙녀 하인과 어린아이 인형들이 있었는데 그 인형들이 입고 있는 옷들은 디자이너가 만든 당시 유행 패션이다. 유감스럽게도 돌 하우스 인형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지만 딱 한 명의 거주자가 있다. 핑크 실크 재킷을 입은 아기 인형 말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인형의 집은 입소문이 나기 마련이고 손님들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박물관 전시실에는 인형의 집 전면에 사다리 계단을 설치해 2미터 높이의 인형의 집을 자세히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페트로넬라의 인형의 집에는 아홉 개의 방이 있다.
* 지하 1층 오른쪽 방은 "가족실"이다. 태피스트리로 벽을 발랐고 문짝에도 벽지를 발라 비밀의 문을 만들었다. 중국에서 주문 제작한 중국가구와 장식용 도자기류, 카펫으로 꾸몄다.
* 통로격인 가운데 방은 보조 주방이다. 한쪽 벽면에 벽난로가 있고 식당입구 벽면에 펌프와 싱크대를 갖추었다.
* 지하 1층 왼쪽 방은 ‘식당’ 이다. 전면에 보이는 호화로운 식기장 안에는 값비싼 중국 도자기들이 그득하다
식기장 벽면 장식은 중국그림 액자를 짜 넣어 재력을 과사했다.
• 지상 1층 오른쪽 방은 안주인의 침실이다. 나무로 짜 넣은 빌트인 가구에 커튼으로 장식한 침대가 있고 에프터눈 눈 티타임을 즐길 수 있는 티 테이블이 있다. 아기 요람 옆에 병풍을 세워 놓았다. 호화로운 응접 의자에 유일하게 남은 아기 인형이 앉아 있다.
* 지상 1층 중앙은 현관이다. 그림에 의하면 현관 유리문 밖으로 정원의 온실과 분수가 보인다. 바닥은 대리석이며, 천정 프레스코화는 신화를 테마로 그려졌다.
* 1층 지상 왼쪽 방은 손님을 맞이하는 응접실이다. 풍경화가 그려진 벽면 코너에 앵무새가 그려진 검은 색 페이퍼 마쉐 (페이퍼 마쉐는 일본의 옷칠 가구를 유럽에서 흉내 낸 것 ) 입식 액자를 세워 놓았다. 한 쪽 벽면에 장식이 화려한 벽난로가 있고 응접테이블을 갖추었다
• 2층 오른쪽 방은 주인의 침실이다. 황금색 비단에 앵무새가 수놓인 실크 스크린으로 벽면을 장식했다. 황금색 비단으로 침대 머리맡 장식 커튼, 아기요람 커버 ,방석, 문짝과 액자 프레임도 모두 황금색과 골드로 실내 인테리어에 통일감을 주었다.
1653년 네덜란드 인 헨드릭 하멜 이 쓴 《바타비아발 일본행 스페르베르호의 불행한 항해일지》 가 출간이 되었다. 그 이후 네덜란드 상선들은 일본과 중국 조선의 물품들을 수입하기 시작했는데 상인들이 목숨 건 항해를 시도 할 만큼 수입이 좋았다. 당시 유럽의 부유층들은 색다른 아시아 예술품에 매혹되어서 고가에 사들였기 때문이다.
* 2층 중앙에 있는 방은 다락과 같은 구실을 하는 창고로 쓰였다. 버들고리와 물레 등 생활 용품을 저장했다.
* 2층 왼쪽 방은 린넨 실이다. 이부자리, 담요, 시트, 옷을 저장하는 공간이었다. 한쪽에 다림질 판이 있다.
암스테르담 국립 박물관에는 오트만의 인형의집 말고도 다른 작품이 더 있다. 이 인형의 집을 통해 당시의 생활용구 뿐만 아니라 성의 주인에서 집사 하녀에 이르는 사람들의 의복과 장신구를 엿볼 수 있는 학술적 가치가 있다.
1600년대 후반 네덜란드 귀족들은 도자기, 그림, 가구 등의 수집에 매우 열심이었다. 돌 하우스를 구성하는 실제와 똑같은 축소모형을 분야별로 제작하는 장인들이 성업 중이었고 축소모형은 미술품 또는 수집품으로 가치가 높았다.
이 곳에 전시된 몇 개의 캐비닛하우스는 매우 호화스러운 형태였는데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보급 작품의 반열에 올랐다.
프랑스의 작가 스탕달이 피렌체에서 미술작품을 감상하다가 무릎에 힘이 빠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경험했다더니 나 또한 흥분으로 심장이 뛰는 걸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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