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일상 다반사

671호 수집을 하다 보면

멀리 가는 향기 2015. 6. 25. 19:04

  

 

사기다리미.

끌는 물을 부어 사용했고 주로 비단을 다렸다.

 

전기 다리미가 나오기 전에는  무쇠 다리미에 달군  숯을 넣어 사용했다.  

무쇠나 동 다리미는  보았어도  사기 다리미는 이 나이 먹도록 듣도 보도 못했기에 (박물관에도 없다) 

손에 넣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나는  다리미를 판매했다는 블로거를 찾아나섰다.

아신역으로 부부가  마중을 나와 주었다.

 

 

마당에 들어서니 항아리가 먼저 반긴다.

저 항아리 속에 옛날 그릇들이 가득.가득.

항아리들은 뒷마당에도 즐비하다.

 

 

 

천막 창고 안에 골동품이 차곡차곡.............

 

보물찻기를 나선 아이처럼 설렌다.

어디서 부터 이잡듯 뒤져야할지 ...... 한동안 바라보고 서있었다.

나는 주인 내외의 수집일화들을 들으며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살펴보았다.

초면인 데도 오랜 지기처럼 이야기를 나눌 수있는 건 수집을 좋아한다는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

 

프로그레머 출신의 남편은 틈틈히 근대민속품을 수집했는데 그 중에서도 왜정시대 사기 그릇에 더 집착했다고 한다.

은퇴 후 전원생활 하겠다고 마련해둔 1200평 땅은 그들의 생활 터전이 되었다.

슬하에 자식이 없어 자유롭게 산다는 그들 부부는 스스럼없이  고비를 겪은 이야기도 꺼내놓았다.

 

"너희는 염치도 없이 늘 얻어 먹기만 하냐. "

시어머님이 대수롭지 않게 한  말씀이 머릿속에 밖혀서

자기 집에 오신 손님에게 밥을 대접할 수있으면 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럴 형편이되었다고 했다.

(나도 진국 콩국수를 대접 받았다)

자기 집에 유명인사들이 많이 찾아 왔다며  내가 뭘 하는 사람인지 궁금해 했다.

 

사기 다리미는  단골인 방배동사모님한테 넘겼단다.

 바느질 용구들이 눈에 뜨이거든 꼭 내게 연락해달라 부탁했다. 

그동안 유럽의 바느질 도구들 수집하느라  우리 것은 등한시 했었다.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구할 수있다고 생각한 탓이다.

 

 

 

작고 앙증맞은 일본 옻칠서랍장이 눈에 들어왔다.  수함으로 쓸  요량으로 데려 왔다.

버선 인두, 인두판, 

강원도 항아리

항아리는 지방마다 모양새가 다르다.  

모양도 특이한데다.  색이 질항아리 비슷하면서 독특했다.

오랜 세월 햇볕과 비바람 맞으며  바래어진 예술인셈이다.

보자 마자 첫눈에 반했다. 

 

 

 

"사모님 그게 흠이 있어요. 6.25 때 총을 맞아서 구멍이 났는데 세멘으로 떼웠더라고요."

나는 이미 보아서 알고 있었다.

오히러 그런 스토리가  있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대부분 그 물건이 맘에 들어서 사고 싶으면 흠을 잡아서 가격을 깍는데...... 사모님은 다르시네요."

나는 야박하게 물건값을 깍느라 실랑이 하는 짓은 안한다.

 

수중에 넣고 즐겨 감상하던 좋은 물건을  떠나 보내니 서운하겠다.

 내가 오래오래 잘 보관하고 애끼겠다. 좋은 물건 구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판매자 마음을 헤아려 주고 인간적으로 통하면  그쪽에서  알아서 받을금만 받는다.

황동주전자

 

아버지 제사상에 제주 올릴 때 쓰려고 데려왔다.

아버지는 종종 일본 노래를 흥얼거리시고 일본 소설책을 읽으셨다.

일본이 항복하던 해, 해군으로  끌려갔다가 도망나와 도로 측량사 조수로 숨어 다니다가

해방이 되면서 고향집으로 돌아오셨다.

일본 시골 가정집에서 잘 대해줬다며 그 곳을 찾아가보고 싶어하셨다.

 

 

 

 

왜정시대 사기 오목탕기와 개인 접시

 

수복 문양이 새겨진 연두색 오목탕기는 반가에서 사용하던 그릇이었다.

가격이 착하지 않아서 4개만 데려왔는데

개인 접시를 덤으로 보내주었다.

 

왜정시대 소꼽놀이 그릇을 보고 홀딱 반했다.

풀 세트를 구할 수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작고 앙증맞은 것들을 예뻐하는 내 성향을 알고는 안주인이 선물로 챙겨 보낸 것들이다.

 

 

 

 

다음날 물건이 택배로 왔는데 얼마난 꼼꼼하게 포장을 했는지.

거기다 내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물건들을 잔뜩 넣어서 보냈다.

수공예 부자재가 한박스

작은 왜사기 접시들  화기로 쓰라며 금간 그릇들도 선물로 주었다.

무엇보다  수집을 도와줄 지인이  생겼으니 ..... 좋다.

 

 

어느핸가 시골길담 밑에 삐죽 나온 이 놈을  캐낸 뒤로  우리 옛 그릇이 좋아졌다.

찬찬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빛깔도 세련되고 나름대로 멋을 부린 끼가 보인다.

 

투박하지만 정감이 느껴지는 우리  그릇이 좋아졌다.

 

'일상 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673호 장수마을  (0) 2015.07.05
672호 식소다의 놀라운 효능  (0) 2015.07.01
667호 풍수원 성당   (0) 2015.06.13
663호 금연 글짓기  (0) 2015.05.31
661호 아버지 기일   (0) 2015.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