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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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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강연

1166회 유경환 선생님

멀리 가는 향기 2023. 4. 18. 05:17

 

아동문학 초창기  작고 문인들의  육필 원고를 수집할 수 있을까 해서 경매사이트를 검색 했다.

윤석중 선생님을 검색 했다가,아동문학가 유경환선생이 윤석중선생께 미국에서 보낸 편지를 발견.

 

(윤석중 선생님은  달님은 알지요로 삼성문학상 받을 때   한 번 뵈었을 뿐이다.)

 

 

 

 


품절

유경환 선생님( 언론인, 시인 , 동시인) 의 육필 원고도 있었는데 이미 품절 되;었다. 

 

그 편지 때문에 유경환 선생님과의 추억이 떠올랐다

 

첫 만남은  1991년 샘터 '엄마가 쓴 동화' 시상식장에서 였다.

상을 주고 상을 받는 위치에서 만난 선생님의 첫 인상은 '영국신사'였다.

기념 촬영을 해주던  남동생이 근무하는 조선일보 논설위원으로 재직하던 시기였다.  

 

1999년 가을  문아동 포럼’때 초청연사로 오 선생님 의전을 맡은 내가  댁으로 모셔다 드리며  들은 이야기다.

 

73년 조선일보 문화부장 재임시 하와이대학교 장학금을 받고 미국유학을 하실 때  

벼룩시장에서 양철로  만든 '런치 박스,를 사오셨단다.

그때 초등학생이던 년년생 따님들이 " 미국에는 이렇게 예쁜 게 많아?"하고 물었다고 .

그후로 따님들은 예쁜 물건이 많은 미국에 가고픈  열망을 품게 되었는데

 런치박스가 학구열을 불태우는 동기 부여가 되었다고 하셨다.

 

선생님과의 인연은 1995년 한국 아동문학인 협회  홍보간사를 하면서 시작 되었다.

간사 일을하면서 지켜본  선생님은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 정확하고 까다로우셨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만나 주제 발표를 시켰기 때문에. 협회 집행부들은 뒤늦게 시집살이한다며 투덜거리기도 했다.

 

집행부 회의 때  자기 가 맡은 일처리를 못하면  질책을 하셨다. 

집행부 회의 끝니고  갖는  회식일지라도  더치 페이를 했고 남은 음식을 싸 가도록 하셨다. 

 

갓 등단한 아무개 선배가  같은 성당에 다니는  선생님께 문학지도를 받고 싶다고 전화를 했다가

  "문학은 혼자서 하는 겁니다" 하고 전화를 끊으셔서 무안을 당했다 한다.

 한마디로 대쪽 같은 분이다.

                              -   선생님 댁으로 세배간 아동문학인 협회 집행부 

 

 1996 선생님께서 아동문학인협회 회장 재임시에  집행부들이 세배를 간 일이 있었다.

 새배가면서 화전과 오징어 오림을 만들어   구절판에  담아갔는데

ㅐ가

선생님깨서  따님에게  오징어 오리는 방법을 가르쳐 주라 해서

소반 위에 마른 오징어를 올려 놓고  설명을 했었다.

 

그 날  응접실 벽에 걸린  뻐꾸기 시계가  독특해서   어디서 구하신거냐고  여쭈었다 

미국에 교환교수로 가셨을 때  손자를 데리고 벼룩시장 구경갔다가  뻐꾸기 시계를 보셨다 한다.  

시간 마다 다른 새가 나와서 우는데 가격이 비싸 망설이다  돌아섰다고 .

그때 손자가 자기가 크면  뻐꾸기 시계를 사줄테니 속상해 하지 말라고  한 이야기를 수필로 발표 하셨단다.

그 수필이 발표 되고나서 미국에서  뻐꾸기 시계가 국제 소포로 배달이 되었다고.. 

수필을 읽은 교민이 그와 같은  뻐꾸기 시계를 사서 보낸것이다.

 

2014년 열린아동문학상 시상식에 가는 전세버스에 사모님과 동석을 했을 때, 

이런저런 말 끝에  뻐꾸기시계 이야기가 나왔다.

2007년 6월29일 소천하신 선생님 부고를 보고 마침 한국에 다니러 왔던 ,

뻐꾸기 시계를 보낸 독자가 장례식장에 문상을 온 일이 있었다 했다.

이것이 글의 힘이다.

(그 무렵 나는  샌프란시스코 아름이 집에 가 있느라 문상도 못 했다.)

 

 

선생님은  새벽 4시면 기상, 부천 댁에서 전철로 출근

출근하자마자 각 일간지 기사를 읽고 논설을 쓰고나면 7시라고 하셨다.

부지런한 선생님은  뮨화부 신간코너 담당자 책상에 쌓인  동화책을 챙겨 읽으시곤 

전화로 독후감을 말씀해 주시기도 했다.

동료 작가로부터 "김향이 문장은 효석의 문장에 버금갈 정도로 아름답다 "고 하셨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선생님께서 내 책에 발문을 써주신 일이 있는데  삼년이 지나도록 책이 안나오냐고

편집자에게 전화 하셨다기에 편집자와  댁으로 찾아 뵌  적이 있다.

 버버리 코트에 정장차림인  영국신사 같은 모습만 뵙다가

빨강색 니트 가디건에 청바지를 입은 퍠션 감각에 놀랐는데 직접 그린  문인화까지  선뮬로 주셨다.

선생님이 강단에 서면 힘있는 목소리에 실린 새겨들을 만한 말씀으로  아우라가 느껴졌다.

 

무슨 생각 어떤 의식을 육신에 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품위와 성격이 달라진다.

남들이 스스로 따라가 감동을 얻고 존경을 표하는 그런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손가락질을 받는 그런 사람이 될 것인가도 전적으로 그 사람이 지니는 인간 내면의 문제인 것이다.

 

그릇이 크고 작다는 말이 때때로 한 사람이 지닌 도량이 크고 작다는 말과 다르지 않게 쓰이는 것을 듣는다. 

그렇다면 그릇과 도량이 동의어일 수 있겠다. 그릇이 도량과 무관하지 아니한 어의를 지닌 것만은 틀림없다.

 

서가 한쪽을 비워 그릇 하나를 올려놓고 바라보면서 내 마음이 담길 크기의 그릇이면 족하다고 다짐한다. 

가끔 분수에 어긋나는 짓이 아닌가 하고 스스로를 가늠해 보는데 더없이 좋은 사발이다. 

분수에 맞는지를 견주는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겠는가.

-------------------------그릇

 

 

 

2017년 겨울 이가을 선생  옥천 사실 때 

강변을 따라 정지용 문학상 시비들이 서기도 하고 눕기도 한 신셰계에 갔다가 ,

유경환 선생 시비 앞에서 

 

 

율타리가 돠어 주시던 어른들이 한 분 두분 우리 곁을 떠나시니

 이제 우리가 본을 보일 자리에 서게 되는데  그릇의 크기가 부끄러운  나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