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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반사

792회 되로주고 말로 받다

멀리 가는 향기 2016. 12. 12. 08:48

지난 5월 9일 원주로 내려와 임시 거처에 이삿짐을 쌓아놓았다가,

 9월 7일에 단지 내에 비어있는  상가 건물로 이사를 했다.

이삿짐은 선박용 12피트 컨테이너 2개를 구입해서 보관했다.


상가건물을 작업실 용도로 일부 인형 전시 공간으로 쓰기로 했다.

가장 저렴하게 꾸미는 방법은


벽면을 커튼으로 가리는 방법이었다. 보온효과도 있고.


9월 어느날,

서울 동대문종합상가에 가서 자투리 원단 40(부족해서 나중에 더 끊어 옴)하고 커튼봉을 사들고 왔다.

   


이날, 무궁화 열차를 타고 청량리 도착해서 1호선 지하철 갈아타고 동대문에 내렸다.

오후에 출발 한 터라 상가 문 닫을 시간이 임박해서 시간이 부족했다.

뛰다시피 걷는데 앞에서 손수레를 끌고 가는 할머니가 거치적거렸다.

지나쳐서 내려오는데 손수레가 계단 층계참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모른 척 할 수가 없어서 할머니 손수레를 들고 계단을 내려왔다.

불면 날아가게 생긴 양반이..... 고맙수. 복 많이 받을 겨.”

할머니 말씀이 씨가 될 줄은 몰랐다.


마침 마음에 드는 원단이 있어  이중 커튼 천을 샀으니

지하로 내려가 커튼 봉을 사서 지하철로 이동하면 되었다.

 

천가게 아저씨가 엘리베이터 앞까지 짐을 들어다주고 돌아섰는데

옆에 섰던 아저씨가 다음은 제가 운반 해드립죠.

덕분에 지하 계단까지 수월하게 통과.

 

천이 든 비닐봉지를 질질 끌고 커튼봉 가게를 찾는데

아이고 사모님. 뭘 찾는지 말씀만 하셔요. 제가 찾아 드릴 테니.”

커튼가게 아저씨가 짐을 가게 안에 들이고 의자를 내 놨다.

이 양반이 전화로 주문을 하고 커튼봉을 찾으러 간 사이 가게를 지키는데

고두심 김정란 씨스타 ...연예인 사인이 주욱 걸렸다.

친절한 사장님 덕분에 간단히 쇼핑 끝.

우리 사모님 어디까지 가시는지 걱정되네. 들어다 드릴 수도 없고

미래 고객을 확보하려는 친절이라고 볼 수없게 말씨가 비단이었다.

 

한쪽 옆구리에 3미터짜리 커튼봉 3개를 들고 한 손엔 커다란 비닐봉지 질질 끌고

1호선 통로로 걸어갔다.

갑자기 손이 가벼워져서 돌아보니 칠십대 할아버지가 내 짐을 드는 중이었다.

그 양반 덕분에 동대문 청량리행 지하철 무사 탑승

 

청량리에서 무궁화 열차 기다리는 동안 저녁 먹으려고 백화점 건물로 갔다.

할머니가 육중한 문을 열어주고 청소원 아주머니가 커텐 봉을 들어 주었다.

든든한 저녁식사로 기운 보충해주고

짐을 들고 끌고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낑낑대며 플렛홈까지 왔는데 역무원이 커튼 봉을 실을 수 없단다.

왜요? 지하철도 타고 왔는데요?”

열차 통로가 좁아 사선으로 세우면 승객들이 왕래를 못 한단다.

이걸 버릴 수도 없고, 무슨 방도가 없겠어요?”

역무원이 기관실에 보관 했다가 원주에서 내려 주겠단다.

후유

 

내 좌석은 1호칸에 있어서 끝과 끝이다.



동생한테 전회를 걸어 기관실에 있는 커튼봉을 챙기라 일러두고 출구 쪽 빈 좌석에 앉아있었다..

청평 지났을 때 출입문이 열리고 판대리 사시는 장 박사님이 나타났다.

“6호칸으로 갑시다.”

왜요?”

동생한테 연락 받았어요.”

이 양반이 역무원에게 커트봉 받아 내리고 당신 승용차에 짐 싣고

남동생과 술 먹기로 한 식당까지 운반.

 장 박사님이 길에서 만난 여섯 번째 귀인이되었다.

 

 

그러저러 이러저러 해서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속담을 경험한 셈이다.

  

여섯명의 도움을 받고 들고온 천은 

작업실 벽면을 뱅뱅 둘러치고

벽지도 되고


가림막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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