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순 경에 전화 한통을 받았다.
"김향이 선생님 전화 맞습니까?"
"아하하 목소리 들으니까 향이 선생님 맞네. 저 동범이 아빠예요."
발산동 살 때 아파트 재건축 총무를 맡아서 절친하게 지내던 이웃이었다.
사실 나는 그에게 앙금이 있었기에 반갑지 않았다.
건축업자가 엘리베이터 시설 비용이 모자라 준공이 안 난다기에 내가 융통을 해주고
주민들이 낼 분담금으로 돌려 받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건축업자가 주민들의 분담금을 가로챘다. 총무가 마땅히 챙겼어야 하는데............
나는 재판에 이기고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아들 결혼 자금으로 모아둔 돈을 날려 버린 것이다.
그후로 동범이네는 성환으로 이사를 가서 연락없이 지냈다.
동범이 아빠가 문득 문득 내가 어찌 지내는지 생각이 나서 인터넷 검색을 했단다.
우연히 향기통신을 보고 베낭에 적힌 전화번호로 통화가 된 것이다.
평택에서 강연 끝내고 성환에 있는 동범이네 가족을 만났다.
군에서 예편한 동범이 아빠는 군사문제 연구소에 출퇴근하는 전철 안에서 공인 중계사 자격증을 땄단다.
퇴직후에 부동산 사무실을 내고 인력사무실도 겸한다했다.
외국인 근로자들 임금을 정확히 계산하고 인간적으로 대해주니 직원이 60여명이나 된다고 했다.
"이 나이에 어디가서 이 만한 수입을 냅니까. 늦복 터졌지요."
사무실 지하에 음악실을 만들고 붑가 드럼과 기타 연주를 한다고 했다.
그동안 동범이 엄마는 위암 수술을 받고 완치 되었다 했다.
야생화도 가꾸고 사물놀이도 한단다.
동범이 엄마가 발산동시절 이야기를 끄집어 냈다.
"동범이 아빠가 소리를 버럭 버럭 질러서 울화병이 생겼잖아요."
하루는 향이 선생님이 들을 수 있게 더 크게 소리를 지르라 했단다.
그래야 향이 선생님이 당신을 동화책에 등장 시킬 것 아니냐고.'
그 얘기를 듣고 동범이 아빠에게 <쌀뱅이를 아시나요>를 선물했었다.
어느 날 동사무소에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이 무슨 상을 타는데 현수막을 안 건다고 민원이 들어왔는데 무슨 이야깁니까?"
보나마나 동범이 아빠 짓이었다.
<쌀뱅이를 아시나요>로 세종 아동문학상을 타던 날 동범이 아빠가 검정 정장 빼입고 비디오 촬영을 해줬다.
"이제는 버럭질 안 하고 잘 해 줘요."
아이들 출가 시키고 부부가 오순도순 정답게 지내는 걸 보니 내 미음속 앙금도 녹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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