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엄니는 집 지을 산에서 밤 줍는 재미에 푹 빠지셨다.
(산에 밤 나무가 400 그루나 되어서 300그루 정도는 토목 공사 때 베어 내야 한다.)
얼마 전 86세 생신일에도 작은 어머니와 밤을 줍고 맛난 점심을 드셨다.
엄니와 작은 어머니는 동갑이신데 체질도 성격도 다르시다.
작은 어머니는 체력이 약하고 위장 기능이 안 좋아 젊어서 부터 고생을 하셨다.
그런데도 어찌나 부지런 하신지 잠시도 일손을 놓지 않으신다.
아마도 엄니보다 장수 하실 것이다.
점심드시고 또 밤 줍겠다는 걸 오크벨리 사우나로 모셨다.
"자식덕에 호강한다는 말 듣기 전까지 절대로 가시면 안돼요.
젊어서 고생 할 만치 하셨으니까 병 없이 사시다가 편안히 가셔야 해요. "
"자식들 고생 안 하게 노망이나 안 났으면 좋것어. 자다가 가야 하는데 그게 걱정이여."
사우나에서 이런 저런 얘기 나누었는데,
지난 23일 토요일 밤 9시 30분, 서울에서 동화세상 행사 끝내고
문막 고속버스 하차장에 내렸는데 동생 차가 안 보였다.
잠시 기다리려니까 동생이 차 사고가 나서 엄니가 119 구급대에 실려 갔다고 전화를 했다.
정신 없이 사고현장으로 달려갔더니 동생이 방어 운전을 하다 가드레일을 들이 받았다고 했다.
동생은 안전벨트 덕에 다친데는 없다고 했다.
사고 수습 중에 원주 의료원에서 머리에 출혈이 있는 것 같아 원주 세브란스로 이송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응급실에서 씨티 촬영하는 엄니 비명 소리가 비수처럼 가슴에 박혔다.
'연속극 보시고 집에 계시지. 마중은 뭐하러 나오셔서.........'
언제 내려오냐고 전화가 와서 행사 뒷풀이 자리도 빠지고 귀가하던 길이었다.
이마가 찢어지고 코뼈에 찰과상을 입고 오른 쪽 갈비뼈가 세대나 부러졌다.
뇌진탕으로 출혈이 있어 관찰 중이다.
그런 엄니가 다음 날 화장실 가시겠다고 일어나 앉으셨다.
내가 그 정도 다쳤으면 뼈가 으스러졌을 것이다.
엄니는 골격이 튼튼하시다. 그 연세에 골다공증이 없을 정도다.
연세 때문에 오래 고생 하실터인데 편식을 하셔서 걱정이다.
꿈에도 생각 못한 사고로 또 불효를 저지르고 말았다.
모든 불상사는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다. 안전 불감증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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