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수실함은 화가들의 물감 통 같다.
색색의 실을 고르고 골라 수를 놓는다.
자투리천도 아까워 버리지 못하고
수를 놓아 도일리를 만들었다.
지난해 여름, 그 무더위에도 나는 자수를 놓으며 도를 닦았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다 보면 무념 무상. 수도승이 따로 없다.
세숫대야에 물 담아 놓고 발 담그면 그게 천렵이지.
베란다에 놓아둔 달걀 판에서 병아리가 부화 되었다는 그 무더위를 그렇게 보냈다.
강연 다니는 기차 안에서 버스 안에서 자투리 시간을 한 땀 한 땀 모은 것이 아름다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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