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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예

952회 서랑호반 자생화 정원

멀리 가는 향기 2019. 6. 3. 18:00

자생화 정원을 가꾸시는 스토리 퀼트 작가 안홍선 선생이 지난 3월 보고싶다고 전화를 하셨다.

 

전에 안 선생님 댁 다녀온 이야기를 통신으로 올렸을 때 가을 선생님과 김순분 국장이 가보고싶다 했었다.

그래서  두 양반과 동행 하렸더니 순분 국장이 시장 사모님도 함께 가시면 어떻겠냐 물었고

사모님은 이시경씨와 최영숙씨도 함께 가면 좋겠다고 했다.

그렇게 마음이 고은 사람들과 봄꽃 나들이 일정을 잡은 날이 5월 23일.

 

 

가을 샘은 전 날 우리 집에 오셔서 1박을 하시고, 당일 아침 시흥 팀들이 우리 집으로 왔다.

 

 

최영숙 사진작가가 선물한  사진집에 흥미를 보이는 어머니 

 

판대리 건축 현장이 어느정도 진척이 있는지  궁금해 하기에 함께 둘러 보았다.

 

시경씨가 선생님 힘들어서 어쩌냐고 일손 거들지 못해 죄송하다 했다.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니 힘든 일도  즐겁게 한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응원군이 많으니 그것도 큰 힘이 된다.

 

 

앞으로 할 일이 태산이라 내 여생이 이곳에서 즐겁고 행복할 것이다.

 

 

 

오산으로 출발, 오후 2시 안 선생님 댁에 닿았다.

 

 

버선 발로 맞아 주시는 선생님

 

 

서랑호수와 맞닿은 삼천 여 평에 사계절 꽃이 피고지고.

 

 

 

하얀 머릿 수건을 쓰고 일하는 선생님께 두건 선물.

 

 

 

가을 선생님이 그림책 <쪽매>를 선물 하시고 바느질 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는 꽃처럼 피어나고

 

 

끊임없이 이어져서 ,

 

집안으로 들어가 작품을 감상 하기로.

 

 

대형 작품마다 사연이 있다. 일명 '스토리 퀼트'

 

 

형형색색 천으로 당신 삶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꽃과 닭을 틈틈이 짬짬이 만들었다.

아마도 꽃잎과  닭의 깃털 색이 화려하고 변화 무쌍해서  알록달록 천으로 표현하고 싶었을 듯

 

 

외국 여행 때마다 벼룩시장에서 하나 둘 사모은 닭.

 

안 선생님과 나는 취향이 같다. 같은 부류의 지인이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인가.

다만 이 양반이 좀더 젊으셨으면 염화시중, 단짝이었을 텐데.

 

우리는 손으로 하는 건 잘하는데 기계를 다루는 건 못한다.

안 선생는 손 전화도 사용 못하시다. 실수로  남편께 문자를 배우는 상황을 보이스 톡으로 전송하셨다.

밤 낮으로 두 분의 음성을 들으며  큭큭 웃었다.

 

 

어느날 문득 자신의 삶이  달팽이 같더라고.

이른 아침 풀밭을 누비는 달팽이처럼 세상을 조용히, 느릿느릿 살겠노라신다

 

 

 

 딸이 첫날밤 입었던 잠옷 레이스로 만든 ‘춤의 메들리’엔

남편의 65세 생일 기념으로   65송이의 꽃다발을 바느질해 당신께 이 꽃다발을’이라 이름 붙였다.

병약한  아내를 꽃처럼 피어나게 해준 감사한 마음을 담았단다.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며 월드컵 전야제’, 실향민으로 통일의 기원을 담은 ‘얼마나 아픈지’도 있다.

.

 

 음악을 전공한 딸은  어머니의‘스토리 퀼트’를 한데 모아 개인전을 열고,

어머니가 쓴 일기와 글을 모아 <사라져가는 연습… 물안개처럼 이슬꽃처럼>이란 책도 묶어냈다

 

 

 

 

 

 

 

하루 12-14시간 정원에서 꽃집사로 살고  겨우내 바느질 하는 부지런 한 손.

 

 

 

1990년대 중반 이 집 뜰을 살뜰히 가꾸시던 시아버님이 더 좋은 곳으로 떠나신 뒤 서울 살림 정리하고

이 집으로 내려 오셨다.

이집에서  늙는다는 건 쓸쓸한 일이 아니고 다른  기쁨이  남아 있다는 걸 아셨다.

 

 

 

 

"김 선생, 내 병이 다 나았데........"

 내 나이 즈음해서  이곳에 내려 오신 선생님은  정원 일을 하시는 동안, 

건강해졌고 몸의 자생력으로 치유를 하신 것이다.

 

 

 

 

잠자리에 누웠다가도 ‘어디어디에 꽃이 피었을 텐데’ 싶어 나와 보고, 

새벽에 눈뜨면  꽃들이 궁금해 잠옷 차림으로 나왔다가 주저앉아 정신없이 잡풀을 뽑으신다고

 

 

 

 

 적당히 거름 주고 물 주고,  하늘의 일기대로 기른다고.

 

이 뜰에서의 하루하루를 정원일지로 정리하고 있다.

선생의 유지를 지키려  이곳에 살게 될 딸을 위해 남겨두는 정원 지침서 같은 것이리.

 

 

 “옛날에  콜리를 키웠는데 동네 개들이 죄다 우리 집에 모여들어 개똥 거름이 꽤 많이 모였어요.

그걸 접시꽃 밭에 뿌렸더니 접시꽃이 하늘을 찌를 것처럼 자라더라고요.

그 옆에 거름 못 먹고 자라는 녀석들은 비실비실 땅에 붙어 있고.

그런데 어느 날 태풍이 와서 그 큰 꽃대들이 다 쓰러졌어요.

 한데 그 옆의 비실비실한 녀석들은 대신 자라  보기 좋게, 예쁘게, 건강하게, 오래 살았어요.

이게 꽃들이 주는 교훈이죠. 과잉보호하면 자생력이 없는 것 같아요. 꽃의 세상도 사람 사는 세상과 똑같아요.”

 

 

 “딸아, 그늘에서 더 빛나는 얼굴이어야 한다. 꽃처럼”.

언젠가 딸이 이 뜰을 물려받으면 모녀는 함께 정원일을 하면서  인생을 이야기 할 것이다.

 

 

 

 

 

물안개처럼 이슬꽃처럼 사라져가는 연습 중이라는 이 곳을  떠나는  발길이 못내  아쉬웠다.

 

 

 

이가을 선생님을 충주댁에 모셔드리고 원주로 올라오는 길에

우리 일행의 눈길을  붙잡는 조형물이 있었다.

자동차 부속으로 만든 '승무'

 

 

우리는  페품들이 어지럽게 쌓여있는 아티스트 진기윤의 작업실을 구경했다. 

 

 

오머오머..........소리가 크게 들린다."

여행을 하다보면 뜻밖의 눈호강도 하게 된다.

 

시흥 아낙들은 이른 아침 시흥을 출발해서 -원주- 오산 - 충주- 원주 -시흥 으로 돌아갔다.

우리 함께 보낸 멋지고 아름다운  시간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빚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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