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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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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일기

956회 닭장 시리즈

멀리 가는 향기 2019. 7. 1. 07:40

지난 겨울에 인공 부화 한  홰가리 5형제는  주인을 잘 따랐다.

그런데 청년기가 되자 돌변 했다 그중에 우두머리격인 녀석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중2'였다.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 노는데  걸핏하면 집으로 들어와 휘젖고 다녔다.

여기 저기 똥을 싸서 내쫒곤 했는데 그게 유감이었던지  나를 괴롭히기 시작 했다.

꽃밭에서 풀 뽑고 있으면  엉덩이나 발 뒤쿰치를 쪼았다.

나만 보면 해코지 하려고 쏜살같이 뒤쫒아오곤해서 무서웠다.

그 뿐 만 아니다,

창문에 걸어 놓은 화분에 올라 서서 집안을 들여다 보고

집안에 들어올 기회만 엿보았다.  쫒아도 겁도 안 냈다.

이깡패가,


수탉들을 피투성이로 만들기 일수였다.

암탉마다 거칠게 성폭행을 해서 암탉들이 죄다 대머리가 될 판이다.

그런데 이 암탉은 꾀가 많아서 머리털을 뽑하지 않았다.

 올라타려고 하면 죽기살기로 달아나고 요렇게 문틀 빗장에 낑겨서  깡패가 올라타지 못하게 버텼다.

깡패가  다른 수탉을 찾아간  뒤에도 한참을  죽은 듯이 있다 룰루 랄라 빠져나왔다.

닭들도 머리가 되는 놈은 제 몸을 지키더라는 말씀.


내가 '공주' 라 부르고  예뻐하는 화이트 폴리쉬(폴란드 원산)는  머리털이 성 할 날이 없다.

불쌍해서 낮동안 집으로 데려다 놓았다.

똥 때문에 그도 성가신 일이라  닭장으로 안고 가는데,깡패가 겁탈을 하려고 날아 올랐다. 내가 안고 있는데도, 


공주 머리 위에 올라타려는 놈을 확 잡아채서 때려주었다.

이자식 혼 좀 나봐라 하고  독방에 뒀는데도 여전히 깡패 짖거리를  한다.

수컷 구실을 어찌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놈이다.


우리 집에 처음 들여온 버프실키 "올백과 황마담' 부부는 금슬이 아주 좋았다.

짝짖기 할 때도  머리털을 물고 거칠게 굴지 않았다. 

늙어  힘이 빠지니 아랫 것들 한테 대장 자리를  뺏기고 아내도 차지 못했다.

 다리도 절고 꼴이 엉망이더니  어느날 흔적도 없이 없어졌다.  미궁 사건이다.

황마담은  아직까지 다산의 대비로 살고있다.


일본 투계 미노히끼 부부도 금슬이 좋았다. 야도 영국 신사라 아내밖에 몰랐다.

그런데 칠면조가 오고나서  그 육중한 놈이 미노히끼 암컷을 건드리곤 했다.


칠면조는 암컷 위에 오랫동안 올라서서 잘근잘근 밟아 댄다  칠면조한테  암컷이  시달리다 죽고 말았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태생 쌈닭 수마트라는 애처가 중 애처가.

암탉이 알 낳을 때 지가 먼저  둥지에 들어가서  불편한 게 없는지 살피고  둥지 밖에서 파수를 선다.

같이 둥지에 들어가서  곁에 있어 주고 알을 낳으면   쌍나팔로 동네방네 소문내며 울어댄다.


총대장 흙닭은  모이를 가져가면 암탉들이 편안히 먹도록 망을 봐준다. 한결 같다.

깡패랑 다른 수탉들은 암탉들을 쪼아내고 독식을 한다 


늙은 흑닭도 하극상을 당해서  한 쪽 눈이 애꾸가 되었다.


칠면조  알탉이 다리를 절었다.  수컷이 육중한 몸으로 올라타 곤 하니  한 마리라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수컷을 닭장 밖으로 퇴출 시켰다.



쫒겨나서도 발정이 나서 끼를 부리고 있다. 

동물들을 지켜보니 대부분 수컷들의 짝짓기에는 애정이 없다. 그저  배설이다. 


아주 희한한 일을 보았다.

작년 겨울에 청계가 알을 품자 한 마리가 따라 품다 성실하지 못해 제 알을 다 골리고.

남의 둥지에 들어가 함께 알을 까고 둘이서 공동 육아를 한 일이 있었다.


그 청계가 사라졌다.

고양이에게 잡아 먹힌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부화 된 병아리들을 데리고 닭장으로 들어와있었다.

아마도  주인이 알을 빼가니까 풀 숲에 알을 낳아 놓고 거기서 부화한 것 같다.

곁다리로 들어와 함께 품는 자매도 성가셔서  그리 한 모양이다.  

지금 그 병아리들이 잘 크고 있다.



닭장 지붕 교채 작업을 하는데 공작이 나왔다.

놀라게 해서 날아가면 손해라 지켜 보았다.

 닭장 바깥 세상을 구셩하도록 놔두고 보았다.

전에는 새 종류가 나오면 우리가 조바심 나서 서툴게 몰다가 날려 보낸  적이 많았다.


청계가 나왔을 때 열흘 넘게 실랑이를 했었다.  동생이 덪을 만들어 놓고 스스로 걸어들어가게 해서 잡았다.

모이를 줘서 살살 달래서  닭장으로 들여 보냈다.



그늘막 지붕을 해주어서 여름나기가 수월 해졌을 것이다.


공작들은 순하다. 닭들을 괴롭히는 걸 못 봤다.

어느새 성조가 되어서 발정을 한다. 

동생이 큰 닭장에 여러 종류의 닭들을 함께 키우는 건 '브리딩'이 목적이기 때문.

요번에 폴리쉬 혼혈 병아리들이 나왔다. 



지난 추석무렵 물가에 갔다가  뱀이 보여서  동생이 잡아다 닭장에 던져 줬다.

겨누고 보던 닭중에 용기 있는 놈이 채갔다.


까마귀처럼 닭들도 반짝이는 걸 좋아한다. 반지와 팔찌에 급 관심을 가지고 쪼아댄다.



지난해 봄에 닭지킴이로 우리 집에 온 개돌이.

진도개와 시베리안 허스키 잡종이라 추위도 안타고 힘도 쎄다.


요 며칠 사이에 생쥐에 이아 어미 쥐를 잡아 놨다.


묶어 두는게 안쓰러워 밤에는 풀어 놓고 싶은데  이웃집 암캐를 찾아가니 그도 못 하겠다.

애들은 거세를 시키라는데 동생이 버럭 성을 내서 안되겠고.

날마다 줄을 끊고 이웃집 암컷을 찾아가서 쇠줄로 바꾼뒤부터  탈출 횟수가 줄었다. (그새  쇠줄이 느슨해졌다)

이제 암캐가 줄을 끊고 찾아온다. 낮에도 와서 놀더니 밤에도 와서  쫒아 냈다.

이웃 집에서 새끼나면 책임 지라는데 걱정이다.


본능대로 행동하는 동물들을  보면서 교육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절실히 한다.

원주 내려 온 뒤로  작가로서 직무유기를 하고있었다. 

닭들을 관찰 하면서 글감이 생겼고  <닭 선생님> <닭새> 단편동화 2편을 썼다.

가믐의 논바닥처럼 고갈이 되어서 쓰지 않고는 못 견딜 상황이 된 것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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