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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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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일기

957회 판대리 현장

멀리 가는 향기 2019. 7. 8. 07:41


6월 1일에 잔디를 심어 놓고 비가 안 와서 노심초사.


짬나는 대로 현장에 달려가 물 주는 게 일이다.

길다란 호스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것도 손목에 무리가 온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을 이해 못하는 엄니는  그냥저냥 살지. 사서 고생한다고 .



건축 설계를 변경해야 해서 드론 촬영.의뢰.


땡볕에 일을 하니 핑 돈다. 한 숨 자려고 모자 덮고  누웠는데  잠이 안 온다.

바람이 건들 건들  불고 하늘이 너무 맑아  구름 구경만.


지정면 노인회장님이 불시에 방문을 하셨다.

현장 상황이 어떤지 둘러 보러 오신 것.

현장에서 허드렛 일을 거들어줄 외국인 노동자 두 명을 쓰는데

인도네시아 청년들이다.

이십대 젊은 청춘들이라 일이 서툴지만 꾀 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일한다.   


남동생은 썬크림도  안 바르고  모자도 성가시다고 안 쓰고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땡볕에서 일하니 시골 사람보다 더 새카맣다.

 피부노화  요인 중에 광 노화가  제일 심각하다는데도  상관 없단다.

동생은  인도네시아 애들이  긴 팔  티셔츠를 입고도  땀을 흘리지 않는다고  이상해 하는데,

열대지방 사람들은  햇볕을 가리느라 천으로 둘둘 감고산다.  그게 더 시원하다 한다.


인도네시아 닭 수마트라를 구경 온 우다 병아리를 보고 웃는다.


오늘은 고생하는 동생과 청년들에게 보양식을 해줄 생각.

마당 그늘막에 상차리는 동안 엄니에게 김종상 선생 시조집 아픔의 열매를 소리내어 읽어달라 했다.


불씨

                            

한 목숨 사는 것이 불길 같은 것이라면

활 활 활 날며 타는  횃불일 수도 있을 텐데

어머니 지나 온 알생은 잿불 같은 것이 었네.


제 몸을 나누어 새빛으로 피워 주며

언제나  아궁이 깊이 없는 듯 숨어 있어

보듬어 속으로 뜨거운 그러한 불씨였네.


그 불이 다  사그라져 마지막 꺼지던 날

하늘과 땅 사이는  다 빈 듯 허허롭고

이 세상 모든 빛들이  함께 따라 떠났네

세상 모든 엄니는 아궁이에 사그라지지 않는 잿불로 남아 있다가

새끼들이 홀활 타오르는 횃불이 되도록 온기를 보태주는 분들이다. 


내가 감기든 몸으로 오리백숙을 하느라 땀을 흘리는 이유도

아림과 우다의 어머니 때문이다.

외국으로 돈 벌러 떠난 자식 때문에  얼마나 맘 졸이며 기도 할가?

굶지는  않나 한뎃 잠은 안 잘까 차별과 무시를 당하는 건 아닌가 ......


아림 (23세) 우다(25)에게 엄마에게 보낼 사진을 찍자고 했다.

아림은 잘 뭇지 않는다.  부모님이 진 빚이 많아 돈 벌러 왔다는데 어린 것이 상심이 큰 모양이다.

굶으며 컷는지 밥 먹는 양도 아주 적다.


우다는 어려서 부모님이 이혼을 한 모양. 아버지 나이를 물으니 모르겠단다.

 엄마에게 잘 먹고 대접 잘 받고 있다고 전화 하라 일렀다.



나는 발리가 좋아  두 번 다녀왔다. .

그 나라 음식을 보면 그 나라 국민들  성겪을 짐작 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인도네시아 음식은 양념이 과하지 않아 자극적이지 않고 순하다

 나시고랭( 볶음밥) 미고랭 ( 볶음면)은 향신료 맛이 강하지 않아서  좋았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차낭이라는 공물이다.

코코넛 잎으로 만든 조그마한 상자에 꽃과 돈, 과자나 떡 등을 담아 놓은 것이다.

이 공물을 아침마다 신께 바치고 향을 피우며 집안의 평안을 기원한다.

 


 

발리 여인들은 새벽 5시에 일어나 정성껏 차낭을 만들어

집과 상점 사원에 바치는 것으로 하루을 연다.

이 나라 사람들은 윤회 사상을 믿기에

현세에 나쁜 마음을 먹으면 내세에 죄를 받는다고 두려워 한다.

여기서는 소매치기 조심하라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가이드는 관광객들이 밤 늦게 나이트를 가든  야시장을 가든  걱정도 안 한다.


 

발리는 호텔에 다양한 테라피와  맛사지 샵이 있다.

꽃잎을 띄운 미온수 족욕을 시작으로  

꽃잎을 띄운 욕조에 누워 생강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는다. 테라피  과정이 무려 2시간 반.

 

 마사지를 받으며 누워 있자니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하루 종일 마사지를 하려면 손이 얼마나 아프겠냐고 했더니 습관이 되어서 괜찮다고 웃었다.

 

테라피스트들은 월급이 없고 손님들이 준 팁으로 생활 하는데,

일부 다처제라 남편이 월급을 안 주어도 불평없이 산다..

대게 스무살 꽃다운 나이에 결혼을 해서 남편이 시앗을 두어도 빈둥거려도 참아내야 하는 마음이 오죽 할까?

방긋방긋 웃는 발리 여인네들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아렸다.



2006년 6월  발리 여행  직후 남편은 암투병을 시작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는 내게 애틋한 추억이 많은 곳이다.

 

다음엔  집에 있는 닭으로 소또 아얌(카레 닭고기 스프)를 너희가 만들어 보라고 했다.

한국에 처음 왔다는 데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꽃밭에  물주는 호스가  새서  일일이 물조리로 날라다 주느라 허리가 끊어지게 아팠다.

 눕고 싶은 맘이 굴뚝 같았지만  더위에 고생한 사람들이 한방 보양식으로 기운을 내게 해주고싶었다.

몸은 고생했어도 마음이 기쁜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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