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여고 동창들과 부암동 골목을 걷기로 했다.
십대시절 동네친구 혜정이가 손녀 딸을 데라고 왔다. 아이가 배탈이 나서 유아원에 못 갔다고 했다.
점심 먹기 전에 진명이 머리를 땋아주었다. 아름이 공주머리 땋아주고 오랜만이다.
4살 짜리 어린 것이 예쁘게 땋아주겠다는 말에 거울을 보면서 좋아라 했다.
혜정이 손녀가 혜정이 어릴 적 모습을 빼닮아서 기분이 묘했다.
만리동 시절의 우리 모습이 생각나서 자꾸 웃음이 났다.
식당을 나오다가 정선혜 교수 부부를 만났다. 뜻밖의 만남이라 어찌나 반갑던지!
산모퉁이 카페에 올라 부암동 뷰를 보여주고 싶었다.
언덕받이를 9분 정도 걸어올라가야 하는데 하필 대서여서 어린애가 걷기에 무려였다.
무릎 관절이 안 좋다던 현숙이가 아이를 들쳐 업었다.
삼각산 성곽길부터 흥선 대원군의 별서가 있는 아랫마을까지 한 눈에 훑어 볼 수있는 전망대 같은 카페.
'커피 프린스' 드라마 촐영지여서 젊은 애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목인 박물관장이 꾸민 곳인데 그동안 주인이 바뀌어 인테리어와 소품들이 난삽해졌다.
그래도 사계절 뷰가 아름다워 발걸음 하게 되는 곳이다.
친구들과 헤어져 동대문 좋합시장으로 갔다.
자수실과 레이쓰 , 빨간머리 앤 커트지 등을 샀다.
서둘러 발길을 옮긴 곳은 DDP 전시장 5주년 기념 전시 '헬로, 마이 네임 이즈 폴 스미스'
'가장 영국적인 디자인'의 '패션 거장' 폴 스미스 (73) 가 자신을 소개 한다.
15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노팅엄의 의류 창고에서 심부름 하고, 밤에는 재단 수업을 들으며 패션에 대한 꿈을 키웠다.
노팅엄 뒷골목은 동대문 창신동 처럼 봉제상인과 재단소, 의류 소재와 도소매 상점들이 모여있는 곳.
24살에 노팅엄의 골목에 9제곱미터 크기( 3미터 폭과 길이) 작은 매장을 열었다.
이 곳에서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폴 스미스'가 탄생했다.
"처음에는 가게를 매일 열지 않았다. "밥 벌이가 안됐기 때문에 다른 생업을 해야 했다"고 .
폴 스미스는 대학에서 패션을 전공한 '엘리트'가 아니다.
대학에서 패션을 전공한 아내 폴린은 그의 패션 선생님이었다.
매장을 열고 7년 뒤 파리 패션위크를 찾았을 당시 쇼룸을 예약할 돈이 없어 자신이 묵은 호텔 방에서 첫 쇼를 선보였다.
그는 영국 패션산업 발전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여왕에게 수출공로상을 받았고, 기사 작위도 얻었다.
자신의 이름을 따서 연 가게는 세계 72개국에 400여개 매장을 갖춘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성장했다.
매장에는 빈티지 서적과 미술품, 수집품 등을 배치하여 즐거운 볼거리와 기억을 파는 매장으로 전 세계 매장이 같은 곳이 한 군데도 없다.
벼룩시장을 연상 시키는 그의 사무실에는 세계를 여행하며 모은 수집품이 그득하다.
흥미롭고 재미있는 빈티지 물건들을 보면 영감이 떠오른 다고 했다.
나는 여행할 때마다 벼룩시장 일정을 집어 넣는데,
그곳에 가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듯 흥미롭고 재미있다.
낯선 물건을 보고 무엇에 쓰였을지 추리 해보고 , 기막히게 디테일한 수공예품을 보고 감탄하는 일도 삶의 활격이 된다.
말레이시아 그림자 인형극 틀, 토용 . 노란 티팟, 데그 마스크,...
돌하우스와 토이 미싱에 한참 눈독 들이고.
부암동 - 동대문 시장을 돌아친 터라 다리가 아픈 데도 넉 놓고 구경을 했다.
플라스틱 단추들을 붙인 벽면이 7미터는 됨직했다.
아마추어 사진작가이던 아버지가 코닥 카메라를 사주었던 11살무렵 부터 사진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날마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눈에 보이는 것 들을 사진에 담았다.
사진 속에 담긴 일상이 감동이 되는 것은 당연하고 아이디를 얻는 것은 말 할 것도 없다.
모든 것이 아이디어의 근원이라는 그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면 수첩에 기록하고 카메라에 담았다.
관찰이 영감이 되어 작품으로 형상화 되는 경험이야 말로 희열이다.
양 쪽 벽면에 가득채운 사진 ,포스터, 오브제들은 그가 십대 때부터 모은 것이라 한다.
그의 사무실 벽과 지하실에 모아 놓은 것의 일부를 가져 왔다고.
내 취향과 같아서 하나 하나 눈여겨 보았다. 사진 들 속에 그의 행복한 순간이 담겨 있었다.
사진을 보면 문득 문득 떠오르는 수많은 추억들. ... 그것이 삶을 버틸 수있는 힘이 되어 준다.
그는 패션 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자인 작업을 했다.
오토바이와 자동차 까지.
팽귄출판사 60주년 기념으로 '채털리 부인의 연인' 표지디자인을 했다.
라디오 케이스를 플로럴 프린트 가죽으로 30개 제작.
본사 디자인 스튜디오.
도면 서랍에 꽃혀서 한동안.....
“보이는 모든 것이 영감의 원천, 하나도 허투루 지나치지 말라”는 스미스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아이디어를 헌팅하는 노익장
그의 사진 들 속에서 유독 이 사진이 마음에 닿았다.
24살에 가게를 연 그의 열정은 아직도 식지 않았다. 그는 영원한 청춘이다.
그가 말했다.
날마다 새로운 시작이다 .
'이 나이에 뭘 .........'.하고 자신의 게으름을 합리화 하려는 사람에게 들려 주고 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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