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30분 현장에 도착하니 인력사무실 사장이 인부들 작업지시를 하고 있다.
이 사람은 남이 하는 일은 못 미덥고 못 마땅해서 불평을 입에 달고 산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소리를 질러대기 일수
말 좀 이쁘게 하라해도 소용없다.
"제가 사모님 지켜보고 있는데요. 점심 먹을 때 빼곤 쉬는 법이 없더라고요. 그러면 몸 망가져요."
눈에 보이는게 죄다 일거리라 나도 모르게 워커 홀릭이 되니 조심하고 있다.
어느새 산벚이 다 지고 초록이 짙어지고 있다.
중장비가 들어와 사람이 못할 일을 해내고
게비온 첨단 수평을 잡기도 한다
게비온 상단에 보강토를 한 단 쌓고 안전용 철책 설치 작업을 하려고.
경사지 석축은 대부분 보강토 쌓기를 하는데 그게 보기 싫어 게비온을 선택 했다.
게비온 철망에 영국장미 덩굴을 올려 포토존을 만들 생각이기도 했다.
철망 매시를 두꺼운 걸 선택했으면 마음이 놓일 것을 건축비 아끼느라 저렴한 것으로 했더니 찜찜하다.
나동 올라가는 길을 보완하기로 해서 돌을 한 차 실어 왔다.
중장비 일당은 60만원.
일을 잘 못 해놓으면 다시 손 봐야 해서 이중 지출이 된다.
동생이 현장을 지키며 일을 지시해도 나중에 보면 맘에 안드는 부분이 생긴다.
건물 올리기전에 여기 저기 단단히 보수를 하는 중이다.
게비온 중앙에 계단을 만들기 위해 철망 2 줄을 헐어내는 작업
"애들 븉여줄테니까 사모님이 고생하시지 말고 애들시키세요."
인부 중에 나이든 사람은 잡목 자르는 거 시키고
젊은 애들은 밤 나무 둘레로 구덩이 파고 비료를 주게 했다.
나무 한 그루에 비료 한포대 씩 주었다.
나무 둘레의 잡목과 억새를 뽑아냈다. 엉뚱한 놈이 보약 먹으면 안되니.
비료를 발로 다져 밟고 흙을 덮어주었다.
그동안 관리를 못 해 줘서 벌레 먹은 나무들이 몇 그루 되었다.
올해는 밤 벌레 슬지 못하게 항공방제를 신청해야 한다.
그동안 나뭇가지들을 혼자 묶어 게비온 밑으로 던져 두었는데,
일꾼더러 잘라낸 나뭇가지 치워달렸더니 머리에 이고 내려갔다.
동남아 이십대들은 힘든 일을 못한다.
카자흐스탄 아프가니스탄 '스탄' 자 붙은 나라 사람들이
키도 크고 몸집이 좋아 일을 잘 하는데 본국으로 들어가 버렸다고.
51살 먹었다는 베트남 일꾼은 비료 푸대를 밤나무 밑으로 옮기느라 지팡이를 들었다.
30 푸대를 두 명이 나르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여기와서 일하고 결혼 했다는 베트남 일꾼은 뻰질이라
내가 따라 다니며 일을 시켰다.
물도 챙겨주고 잘한다 추켜세워주면서.
잡목들을 잘라내니 둥굴레 군락지가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각시붓꽃은 붓꽃과 함께 저먼 아이리스 화단으로 옮겨 주고
고사리 순이 한창 인데 아기 손을 고사리손 같다 한 말이 딱 맞게 앙증맞다.
게비온 왼쪽 끝에 텃밭 오르내릴 때 이용할 돌계단을 만들었다.
커브 도는 곳이 불편해서 중장비 들어올 때 손 봐 달라할 생각이다.
흙이 흘러내리지 않게 지피 식물 <알프스 민들레>를 옳겨 심었다.
씩씩하게 겨울을 나는데다 번식력도 좋아 풀을 이기는 기특한 꽃.
정식 명칭은 국화과 조밥나물 속, <아우란티아쿰 조밥나물>
나는 이름이 어려워 알프스민들레라 부른다. 스위스 마이엔펠트 초원에서 눈 맞춤한 꽃이라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하이디의 집>을 떠올릴 수 있으니 더욱 사랑스럽다.
오늘은 월송리 노인회장님 일행이 잔디 페인 곳 메우고 돌을 주어 냈다.
" 저 냥반이 교수님(?)이랴. 접때 연설 (?) 하는 거 들었는데 좋은 말을 하더라니까. 여기 꽃밭 만든다니까 잘 해. "
노인회장이 일행들하고 하는 말을 듣다 웃음이 났다. 교수라한 적 없고 강의는 했는디. ㅋ
흙을 건드리기만 해도 돌멩이라. 엄청나다. 그 돌멩이를 주워내서 계비온 계단을 만들생각.
동생도 피곤한 기색이고 나도 어깨가 아파 3시에 일을 끝내고 귀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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