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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반사

1135회 어머니 구순

멀리 가는 향기 2022. 8. 27. 21:22

 

어머니  리넨 원피스를 만들어 드렸다.

 

허리 굽은 체형이라 스커트길이를 앞 뒤 다르게 만들었다.

 

아이들이 할머니 구순 잔치를 하자는데

가리는 음식이 많아 식당 선택의 여지가 없다.

 

몸에 좋다는 음식 마다하고 짜고 매운 음식을 찾으셔도 지병없이 건강하시다.

워낙에 강건하게 태어나신 덕이다.

 

며느리가  준비한 떡 케익이 예쁘고 맛있다고  좋아하셨다.

 

 

륭이 처 하영이가 사온 플리츠 자켓이  원피스와 깔맞춤이라 흡족해 하셨다.

 

딸 하나 아들 다섯 거두느라 고단하셨던 어머니

 

일정시대, 육이오 전쟁 겪으며  궁핍한 시절을 살았어도

몸뚱이 하나 건강해서  안 죽고 살았다는 어머니.

 

새끼들  배 골리지 않으려  황소처럼 사신 어머니

 

우리들이  맘 편히 웃을 수 있는 건 어머니가 건강하시기 때문.

 

 

세 식구가  저마다 일하느라 적막강산이다가 식구들이 북적대니    

개돌이도  덩달아 신이 났다

 어머니는  성격이 무뚝뚝해서 아이들이 와도 별 말씀이 없지만 

손주들이  방안에 그득하게 쉬다  떠난 자리가 허퉁하다셨다.

 

팔순 때보다 많이 노쇠해지셨어도 

원주 내려 오신 뒤로

장작 패고, 고사리 끊고,  밤 주으며

산비탈 오르내리는 재미로 여생을 보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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