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1회 동동숲 아동문학 산책

배익천 동화작가의 ‘아동문학도시 고성’

동동숲 아동문학 산책 - 82  『마른풀의 향기』 북 콘서트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 공관 정문 앞에 가면 재즈 카페 ‘라 끌레’가 있다. 칠십 대 중반이지만 몸도 마음도 젊은 남자가 28년째 운영하는 카페다. 그 카페에서 지난해 11월 21일 『마른풀의 향기』 북 콘서트가 열렸다. 『마른풀의 향기』는 동화작가 김병규 선생의 그림책이다.  김병규 선생은 1948년 경북 군위에서 태어나 197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고,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이 당선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동화작가다.  동화집 『꽃으로 성을 쌓은 나라』, 『나무는 왜 겨울에 옷을 벗는가』, 『푸렁별에서 온 손님』, 『춤추는 눈사람』, 『희망을 파는 자동판매기』 등의 동화집을 펴내, 대한민국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이주홍문학상 등을 받았다. 동극 「닫혀진 문」, 「뿔」, 「쓴약과 단약」과 동화 「도련님과 인절미」, 「서울 살면 서울내기, 시골 살면 시골내기」가 초·중학교 교과서에 실렸으며, 장편동화 『까망 수레를 탄 흙꼭두장군』이 ‘흙꼭두장군’으로 1991년 MBC 창사 30주년 기념 만화영화로 제작되어 방영됐다.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가 소년한국일보로 옮겨와 편집국장과 이사를 지냈다. 그림책 『마른풀의 향기』는 1991년 프뢰벨에서 발행했는데 이때 이영원 선생이 자기의 첫 그림책 작품으로 작업을 했다. 이영원 선생은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젊은 시절 태평양화학, 조선일보 등에 근무하며 일러스트레이터와 디자이너로 활동했으며, 지금은 북촌에 마련한 작업실 ‘북촌아이’에서 다양한 작업을 하면서 ‘라 끌레’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이제까지 많은 그림책 작업을 했지만, 쓰고 그린 그림책은 『밝음이와 어둠이』, 그리고 자전적 그림책, ‘어느 할배가 그린 인생 그림책’ 『콘트라 할배』가 있다. 이영원 선생은 김병규 선생의 『마른풀의 향기』에 그림을 그리면서 ‘우리’와 인연을 맺었다. ‘ 우리’는 1970년대 등단한 동화작가 강원희, 김병규, 배익천, 소중애, 송재찬, 이규희, 이동렬, 이상교 등이다. 부산과 고성을 거점으로 만났기에 자연히 ‘방파제’의 홍종관, 박미숙 부부도 포함된다. 이 이름들이 하나가 되어 《열린아동문학》을 탄생시키고 이영원 선생은 동화작가는 아니지만 그림작가로 《열린아동문학》의 표지와 속그림은 물론 각종 포스터와 제작물의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다. 그중에도 제일이 동시동화나무의 숲에 있는 시인·작가들의 이름돌을 새기는 일이다. 지금까지 선생의 손을 거쳐 탄생한 이름돌이 300여 개나 된다. 『마른풀의 향기』 북 콘서트는 순전히 이 이영원 선생 혼자의 생각에서 만들어졌다. ‘열린아동문학상’이 제정되어 초대 운영위원장을 맡았던 ‘우리’의 좌장, 1948년생 김병규 선생이 9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병상에 눕게 되자 ‘우리’의 마음도 함께 눕게 되고, 그중에서 첫 인연이 있는 이영원 선생이 ‘병규 선생을 위해서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그림을 그리고 제작비까지 부담해 동시동화나무의 숲이 만든 ‘동동숲출판사’에서 재출간하게 된 것이다.  이날 북 콘서트는 우리 편집위원이 주축이 되기는 했으나 모든 진행이나 실질적 도움은 ‘동화세상’ 식구들이 도맡았다. ‘동화세상’은 정채봉 선생에 이어 김병규 선생이 이끌어 오던 동화학교다. 역대 ‘동화세상’ 회장을 비롯해 20여 명의 회원이 참석해 진행은 물론, 그림책 낭독, 축하 공연까지 마련했다.  특히 김향이 선생은 퀼트 바느질로 휠체어에 앉을 때 덮으라고 무릎담요를 만들어 왔는데, 편지까지 수놓아 보는 이들을 감동시켰다. 김병규 선생은 육성 대신 문자로 만든 감사 인사를 보내왔다. 『마른풀의 향기』는 오직 ‘라 끌레’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정가는 15,000원, 전화 010-6620-7753(이영원)으로 주문하고 입금(저축은행 110-009-042454)하면 이영원 선생이 예쁜 글씨로 사인해서 택배로 보내준다. 판매대금은 인쇄비와 발송비를 제외하고 모두 김병규 선생의 빠른 쾌유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전해진다.

입력 : 2025년 01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