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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29주년 기념 여행을 다녀온지 두 달 만에 남편이 암선고를 받았습니다.
처음엔 분심이 생겼습니다.
하느님은 없다고. 하느님이 있다면 이럴수는 없는 거라고.
그 다음엔 무조건 빌었습니다. 살려달라고 매달렸습니다.
의사는 악성 뇌종양 판정을 내리고 조직검사를 하기 위해 보호자인 내게 각서를 쓰라했습니다.
환부는 머리 정 중앙에 위치하고 조직 검사를 하다 출혈이 멈추지 않으면 절개를 할 구밖에 없다 했습니다.
수술과정에서 신경을 잘 못 건드리면 식물인간이 되는 것도 감내해야한다고 겁을 주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조직검사를 무사히 마친 남편을 중환자실에서 만났을 때
나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습니다.
어떤 시련이 닥쳐올지라도 이겨내리라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앞으로는 절대로 눈물 흘리지 않겠다고 맹세도 했습니다.
냉커피 한잔에도 고마워하는 그를 보면서 무엇이든 정성이 깃든 먹거리를 대접하리라 작정했습니다.
남편의 손톱을 깍고 남편의 몸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면서
나는 그의 어머니가 되어주기로 작정했습니다.
그는 정말로 갓난아기가 되어 제 품안에 안겼습니다.
임파선암을 뿌리 뽑기 위해 항암치료하는 내내 그도 나도 간절히 매달렸습니다.
전시장을 나와 대학로 거리를 거닐며 병원 냄세가 코에 베었다던 그가
"아, 좋다. 냄세 좋다" 수없이 코를 킁킁거리며 즐거웠했습니다.
우리는 대학로에서 종로 3가 피카디리 극장까지 걸어왔습니다.
신나는 영화 웃기는 영화를 한 편 보고 그가 행복하다 했습니다.
그리고 마누라를 "이쁜아! 하고 불러줍니다.
잠자리에 들기전 아침에 눈 뜰 때 "이쁜아!"하고 불러주는게 저는 눈물납니다.
출처 : | 동화세상 사랑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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