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게 세미나 때 우리 엄니하고 쌤하고
슬슬 돌아댕기면서 꽃도둑질 한거 내 다 알아요.
우리 엄니가 슬쩍 해온 일본 채송화가 씩씩하게 자라서 꽃을 피웠네요.
요놈이 효자입니다. 우리 엄니 일어나자 마자 마당으로 나와 요놈 보고 웃어요,
"부산 양반은 잘 키웠는지 물어 봐라"
엄니가 아침에 제게 물으시던데요?
요놈이 우단 동자인데 성정이 까탈스러워요.
우리동네 아주머니들 다투어서 요놈 사들였는데
우리 집 거만 월동해서 꽃피웠다고
꽃구경 오셔서 부러워 하네요.
엄니가 아끼는 초롱꽃이에요.
꽃초롱 속에 들어간 벌을 핀셋으로 잡아서 당신 몸에 벌침을 놓으셔요.
어머니는 봉침 9방 맞고도 끄덕없다시기에
저도 아픈 종아리에 맞았다가
온 몸에 알레르기 생기고 종아리 부어서 병원 다녀왔어요.
우리 엄니 "너는 공주고 나는 무수리가 그런갑다 "하고 우스게 소릴 하시네요
석죽은 처음 씨뿌린 해에는 온통 빨간 빛깔 꽃이었는데
해갈이를 하더니 튀기들이 생겨났어요.
참 요상하네요.
지들끼리 근친교배해서 그러나?
분꽃처럼 혼합색이 생기는 것 같아요
마가렛 예쁘죠?
중학교때 국어 선생님이 떠오르는 꽃이라 제가 예뻐 해요.
이 선생님이 저희집 가정방문 오실 때
이꽃 하고 계란 한꾸러미 들고 오셨거든요
달맞이 신종이에요.
저는 노랑색이 무당집을 떠올려서 별로인데 꽃빛깔은 예쁘네요
엄니가 애지중지 키우는 자식들이 이렇게 고와요
어제 웬 남정네들이 영화사에서 나왔다며
사진 쫌 찍어가도 되냐고 하더래요.
우리 집 꽃들이 영화에 나오게 생겼다며 좋아하시네요.
엄니는 요새 꽃구경 오는 동네 사람들 덕분에 웃음을 되찾고 계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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