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쾨켄호프 튤립 축제
1949년부터 세계 최대 지역 특산품 축제로 명성이 높다.
튤립의 우아함에 매료된 16세기 귀족들이 부와 명예의 상징으로 튤립을 소장하면서
당시에는 기후에 민감한 튤립 구근을 황소 수백 마리와 맞바꿀 정도였다고 한다.
이곳을 소유했던 백작 가문의 텃밭이 오늘날 네덜란드를 먹여 살리는 세계 최대 화훼 재배 단지로 거듭난 셈이다
시흥 맹꽁이 책방 이시경 선생이 튤립 구근을 보는 순간 내가 떠올라서 구입했단다.
네델란드산 튤립 보라색과 오렌지 칼라. 국내에서 흔하지 않은 색상이라 더 좋다.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은 세가지 컬러가 혼합되었다니 무척 기대된다.
한 봉지에 구근 30개 모두 240개.
서양식 정자를 세울 장소에 튤립을 심을 생각이었는데 북향이라서 포기 하고
호암 바위를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심기로 했다.
동생이 곡괭이, 호미, 삽 등 으로 돌을 파내면
갈퀴로 긁어 돌맹이들을 골라냈다.
영락없는 화전민이다.
팔과 어깨는 물론이고 허리도 아우성이다.
돌맹이를 골라내 콩가루처럼 만들었지만
우리가 튤립을 심을 땅은 파면 팔 수록 돌이 나오는 돌밭이라
고랑을 파고 구근을 늘어 놓은 다음 부엽토를 덮어주기로 했다.
일렬로 심지 않고 곡선을 주었는데 사이 사이 무스카리와 펜지를 심을 생각이다.
10-15센티 이상 흙을 덮어줘야 하기에 양동이에 흙을 퍼 나르는 게 문제.
강가쪽 땅의 낙엽을 갈퀴로 걷어내고 삽으로 떠담아 동생과 둘이 양동이를 날랐다.
12번 쯤 퍼 날랐는데 남동생 허리가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곡괭이질을 하다 허리를 삐끗했다.)
튤립은 일반적으로 9월 하순에서 10월 하순까지가 가장 알맞는 재배시기이다.
토지나 재배 방법에 따라서 9월 초순 또는 11월 말이 되더라도 상관 없다.
다알리아나 칸나 포기를 캐내거나 국화를 정리한 다음의 토지라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
구근의 내부에 꽃을 피우는 양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비료를 줄 필요가 없다.
꽃이 지더라도 물은 계속 주고 잎이 누렇게 될 때(6~7월) 구근을 굴취하여
그물망에 넣어그늘지고
선선한 곳에 보관
하고, 가을에 다시 심는다.
단, 한번 심었던 장소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다음날 흙을 더 퍼다 덮기로 하고 작업을 종료했는데
내 꼴이 가관이다.
온 몸에 도깨비풀이 달라 붙은 것이다. 머리카락에 들러붙은 씨앗을 터느라 도리질까지.
봄이 오기전에 도깨비바늘풀을 몽땅 걷어내서 불태워 버려야지 그대로 두면 풀과의 전쟁이 끊임없겠다.
그날밤,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오게 쑤시고 아팠다.
동생의 허리는 한동안 나을 기미가 없고 흙을 제대로 덮어주지 못한 내 속은 타고....
12월 초 부산 강연 가기 전날 나 혼자 흙을 퍼 날랐다.
양동이 들고 대 여섯 차례 비탈을 오르내리다가 미끄러질 뻔 하고는 손을 들었다.
아무래도 남정네 일손이 필요했다.
이러저러 바쁜 일정에 속만 끓이다가,
어제 볏짚이라도 더 덮어주기로 했다.
요즘엔 볏짚을 사료로 판매하기에 논에 볏짚이 없다.
튤립 구근들에게 볏짚 이불을 덮어주니 마음이 놓였다.
구근을 보내준 사람 마음을 생각하면 정성껏 보살펴야 마땅하다.
내 년 봄에 활짝 꽃이 피고 여러사람 눈이 즐거울 것을 생각하면 몸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다.
동생이 강물 위로 떼지어 노는 원앙이 사진 찍으러 내려간 사이
도께비풀들과 한판 씨름을 벌였다.
비탈에 있는 놈들을 갈퀴로 긁어 내렸다.
날 잡아서 반대쪽 잡풀도 몽땅 쓸어내려 정리를 할 생각이다.
봄되면 인해전술처럼 사방에서 올라오는 풀들 속에서 꽃씨들이 견뎌줄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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