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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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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추억

죽설헌

멀리 가는 향기 2008. 4. 21. 15:49

2008년 4얼 19일 , 연필시 동인들의 문학기행에 동행하게 되었다.

광주행 열차 안에서도 가을 선생님은 북한 아이들에게 보낼 털모자를 뜨셨다.

선생님의 측은 지심을 내 일찌기 아는 바라 방해가 되지 않도록

다른 칸의 일행들에게 마실을 다녀온 사이 역에 닿았다.

 

 

마중을  나온 손동연 선생을 따라 맛깔스런 저녁을 먹고 나주 금천면으로 향했다.

이화에 월백 하고 은한이 삼경인데....

보름달 아래 배꽃 향기와 정담에 취해 보자고 작년 겨울부터 작정한 발걸음 이었다.

 

 

 

죽설헌, 시원 박태후 화백이 30여년 가꾼 우리 토종 정원으로 발을 들여 놓게 되었다.

폐가에서 가져다 하나하나 쌓았다는  기왓장  돌담을 따라 물굽이처럼 휘돌아 들어가니

좌 탱자 우 꽝꽝 나무 울타리길이 나타났다. 족히 30미터는 될 듯 싶다.

가을에 탱자들이 노랗게 익으면 .....

나는 그 황홀경을 떠올려 보고 다문다문 가지끝에 매달린 탱자꽃에 눈을 맞추었다.

 

 

그 양반 시원을 따라  3000여평에 이르는 안뜰 오솔길을 거닐었다.

갖가지 과실수들이 철따라 열매를 내어주고

온갖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날 그 뜨락을 마음 속에 눈 속에 담으며 걸었다.

연못에 이르렀을 때  꽃창포군락을 맞딱뜨리고 또 탄성이 나왔다.

저 놈들이 꽃을 피울 즈음엔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것인가!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낡은 오르간이 눈에 띄고 황토벽에 걸린 그림이 마음에 들었다.

저 오르간을 연주하며 임동창이 노래를 했다고 들었다.

 

 

 

 폐교의 마룻바닥을 뜯어다 이리도 빛나게 다듬어 놓은 그 솜씨가 그의 노동이 감탄스럽다.

 

 

 동네 철물점에 주문해서 만들었다는 벽난로 .

눈이 사목사목 내리는 날 군고구마를 구워 찻잔을 기울이는 집 주인 내외를 떠올렸다.

 

 

 

 

 

 

작업실로 이어지는 복도

 

 

작업실 전경.

 창밖의 풍경에 눈과 마음이 가는데  어찌 그림이 그려질건가?

 

 

 

직업실 오른쪽 벽면.

 

 

 

 

  통유리 창으로 들어 오는 바깥 풍경이 그대로 그림되어 걸려있다.

 

 

 손동연의 둘도 없는 친구들이 속속 모여들고  입호강 눈호강 귀호강하는 잔치판이 벌어졌다.

그야말로 삼합이 아닐 수 없다!

 

 

그 밤에 대금과 키타와 소리가 어우려진 공연이 있었다.

 

 

우리는 삼합이 차려진 상을 보고 또한번 감탄을 했다.

알맞게 삭힌 홍어를 입안에 넣고 소리에 미처불고.

서울 시인묵객들은 명창의 소리를 듣고도 추임새를 넣지 못해

해설자로 나선 문화재 위원으로부터 '허벌나게 욕을 먹었다'

박수도 머리 위로 치라 해서 열심으로 감동 표현을 하다보니 손가락에 핏줄이 터져 버렸다.

 

 

또 다시 감동이 물결 치게 만든 곳이 눈에 띄었다.

위정현이 등 기대고 앉은 기둥 뒤에 샤시로 유리문을 단 곳에 30여년 된 능소화가 용트림을 하듯 지붕으로 기어 올라가 있었다.

한 여름 소나기에 후두둑 떨어진 선홍빛 능소화가 지붕 유리에 툭툭 떨어진 것을

마룻장에 누워 바라보는 맛이 어떨까?

나는 상상 만으로도 가슴이 저려왔다.

 

 

 

밤이 이슥해서 죽설헌을 나서는데 선뜻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 다시 조용한 날 잡아  바람 같이 내려와 

바람에 나부끼는 댓잎 소리와  노랑 꽃창포 무리와 너울거리는 파초 잎과 

 멧새소리에 가슴 설레며 연꽃차를 마셔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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