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동안 우리 가족의 따뜻한 보금자리였던 기자촌 집을 이제 떠나야 한다.
어머니는 자식처럼 애지중지하던 꽃들을 친지들에게 나눠 주시고
그 빈자리에 열무를 심으셨다.
앞집 지붕에 올라가 감또개를 말리시는 어머니는
나한테 짐이 될까봐 부지런히 몸을 놀리신단다.
이집에 살면서 철마다 바베큐파티를 했었다.
아파트로 이사가면 다시는 이런 재미 못 느끼겠지 싶어
마지막으로 한번 손님초대를 하고싶었다.
간밤에 식탁 센터피스를 장식할 꽃꽃이를 했다.
마당의 테이블에 테이블크로스를 씌우고 꽃을 올려 놓고
음식을 돋보이게 할 꽃들도 손질해놓고
식기들도 정갈하게 닦아 놓았다.
식탁 메트를 깔고 메인 접시 위에 냅킨도 접어 놓고
에피타이저를 올려 놓기 시작한다.
허브잎을 곁들인 훈제연어. 크로켓 소를 올려놓은 바게트빵
생밤을 곁들인 과일 샐러드
호박잎에 싼 주먹밥
모듬과일과 오이롤. 새우 에그 볼
메인 디시용 바베큐
디저트와 장미꽃 차
드디어 초대한 손님들이 도착했다.
<꿈꾸는 인형의집>을 출간할 푸른숲 편집자와 디자이너 그리고 화가 한 00씨.
4월에 책이 출간되고 5월에 전시회를 열기로 계획된 일정이 이 남정네 때문에
어긋나 버렸다.
기왕지사 어긋난 일정 끝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고 와인을 따라주었다.
겨울방학에 전시회를 하고 못하고는 이 남정네 손에 달렸으니
고기 많이 먹고 힘내서 씩씩하게 일하라고 등도 두두려 줬다.
먹기 아까워 군침만 흘리는 중 ^^
그밤에 우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기자촌의 집들을 위해
우리와 헤어지게 될 삽살이를 위해
이별주를 나눠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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