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동화, 강연

[스크랩] 육아일기

멀리 가는 향기 2010. 12. 23. 19:52


김향이의 선배엄마가 들려주는 육아일기
  행복한 책읽기 2007-08-20  

책이 어떻게 나에게로 왔는가?
책을 빼고 내 인생을 말 할 수 있을까?
마흔 살 이후의 내 삶은, 책과 더불어 꽃피기 시작했다.
내 삶의 원동력은 책이다. 책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책으로 밥벌이를 하고, 책을 붙들고  인생의 고해를 건넌다.
“동화를 쓰면서 내 인생은 빛났고 나의 삶 또한 행복했다.” 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은, 어린 시절 내게 책읽기의 즐거움을 일깨워주신 아버지 덕분이다.

 

10살 되던 해, 어머니는 중대한 결단을 내리셨는데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아버지가 계신 서울로 이사를 오셨다.
우리 시골뜨기 4남매는 좁은 골목이 떠나가라고 시끄럽게 뛰어 놀았다.
아버지는 만화책을 미끼로 시골뜨기 남매들을 골목에서 방안으로 끌어들였다. 만화책 읽는 재미에 빠져들 즈음 우리들 손목을 잡고 도서관 나들이를 시작 하셨다. 아버지는 도넛 한 상자를 사들고 가서 사서 선생님께 맡기셨다. 우리들이 책을 한 권 읽을 때마다 상으로 도넛을 한 개씩 주라고 부탁을 하신 것이다.
나는 도넛을 동생보다 한 개라도 더 먹으려고 부지런히 책을 읽었다. 얼마지 않아 책이 도넛보다 더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 읽는 재미를 알게 된 뒤로 동생들을 이끌고 스스로 도서관 나들이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린드그랜은 ‘모든 것은 크린스턴의 부엌에서 시작 되었다’라고 술회하는데. 이 이야기는 다섯 살 린드그렌이 자기 집 소작농 크린스턴의 부엌에서 그녀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정경을 목격하고 책읽기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린 린드그렌이 책읽기는 재미를 알지 못했더라면 우리는 아마도 <말괄량이 삐삐><사자왕 형제의 모험>들을 읽으며 책 읽는 즐거움에 빠져들지 못했으리.

부모들은 누구나 자신의 아이가 책을 가까이하기를 소망한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은 책 읽을 새가 없다며 책과 담을 쌓고 산다.
“우리 아이는 죽어라고 책을 안 읽어요. 어쩌면 좋아요?” 이런 푸념을 하는 엄마는 오늘부터 TV드라마와 결별을 선언해야 마땅하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아빠나 집안 살림과 육아스\트레스로 시달리는 엄마나 모두 TV중독 중증이다. 엄마 아빠 곁에서 아무 생각 없이 TV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 역시 TV에 중독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영국 글라스고 대학 연구진들이 6-8세 아이들에게 TV 빈 화면과 사람의 웃는 얼굴을 나란히 보여주자  대부분의 아이들이 TV 빈 화면을 응시 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생후 1개월 반에서 2개월 아이에게 조기 교육을 시킨다고 TV와 비디오 시청을 시킨 결과 기계음에 익숙해진 나머지 엄마의 육성에 반응을 하지 않았다는 보고도 있다.

 

자녀들이 책과 친구가 되기를 원한다면 거실에서 TV를 추방할 것을 조언하겠다. TV가 군림하던 그 자리에 책을 모셔다 놓고 거실을 도서관으로 꾸미시기를 바란다. 거실 도서관을 잘 활용하면 책 스승을 가정교사로 거느릴 수 있는 혜택도 누릴 수 있다.
거실 도서관에서는 책을 읽으라는 잔소리도 하지 마시기를!
아빠 엄마가 TV를 꺼 놓고 재미나게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볼 것이 없어 심심한 아이는 자연스레 엄마 곁으로 다가와 고개를 들이 밀고 뭘 읽나 관심을 기울이게 마련이다. 이 때 아이가 묻는 말에 대꾸도 말고 열심히 책만 읽으면 된다.
아이는 엄마가 책 속에 푹 빠진 모습을 보고 배반감을 느낀 나머지 ‘뭐야, 책이 그렇게 재미있다는 말이야?’하고는 자기도 책을 집어들 것이다.
이 때 책 읽기가 끝나면 아빠는 아이를 배 위에 올려놓고 신나게 놀아주면 된다. 기분이 좋아진 아이가 책 읽은 이야기를 들려주면, 아빠 엄마는 맞장구를 치면서 행복하게 웃어주면 된다.

아이가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되면 부모는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하지 않아서 좋고 아이는 아이대로 잔소리에서 해방되니 행복하다.
이 세상에 거저 얻는 행복은 없다. 아이와 함께 책 읽는 행복에 빠져드는 길은 부모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 
책을 손에 드는 순간 당신 집 현관에 행복이 찾아올 것이니 행복이 앉을 의자를 내어주시기를!

 

 

 

“아빠, 책 봐?”
하얀이가 물어도 아빠는 대답이 없어.
“만화 보다 재미있어?”
“응.”
“텔레비전 보다 더 재밌어?”
“자꾸 말 시키지마.”
“아빠, 무슨 얘기야?”
“....................”

하얀이는 아빠 어깨 너머로 나를 들여다보았어.
그러더니 점점 고개를 들이 밀겠지. 하얀이는 그림 보느라 글자 읽느라 바빠.
하얀이가 아빠랑 머리를 맞대고 나를 읽는 걸 보더니,엄마가 텔레비전을 꺼버렸단다.

< 나는 책이야 /푸른숲 > 본문 중에서
출처 : 계몽아동문학회
글쓴이 : 향기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