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조카 친구 화영이에게 손톱 손질을 받았다.
비룡소 송년회에서 벨리댄스 공연을 하기로 약속했으니 최선을 다해야하지 않는가.
(비룡소 김효영이 콧소리를 내며 말했다. "선생님 올해 블루픽션 수상자가 춤을 추기로 했는데 선생님께서도 비룡소 작가 대표로 벨리공연을 해주시면 안될까요?" 나는 막걸리 두 잔에 취해서 선뜻 그러마고 했다)
공연 의상에 맞춰 로즈핑크 메니큐어를 칠했다. 손톱에 작은 꽃도 그렸다.
무수리 손이 왕비 손이 되었다.
화영이에게 손을 맡기고 한동안 내 손을 내려다 보고 있자니 임정진이 쓴 글이 떠올랐다.
솜씨4) 행이의 손
그녀의 손은 팔자가 기구하여 잠시도 쉬지를 못한다.
예쁜 인형 옷을 만드는가하면 어느새 방 문짝을 천으로 도배하기도 하고 커튼을 새로 만들어 달았다가 옷소매를 잘라내 다른 옷을 만들어 놓고 마당의 꽃을 화들짝 피우게 했다가 뜨개질로 모자를 만들고 또 자판을 두드리다 예뻐서 먹기 아까운 맛깔난 음식을 만들어 낸다. 손재주가 너무 많아서 더 많은 명작을 못 쓰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디자인계는 인재를 하나 잃어서 슬플 것이다. 한국 아동문학계는 김향이가 패션업계로 이직하지 않나 늘 감시해야 할 것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 그 안에 동화쓰기도 들어있다. 다행이다.
방문객을 위해 살짝 내 온 다과상이 장난 아니다. 토마토와 치즈, 거실 창 앞의 화단에서 금방 따 온 꽃잎 몇 장과 녹색 잎이 어우러진 하나의 예술품이다. 아까워 먹을 수가 없다. 아아, 질투가 난다. 이분은 무슨 재주가 이리도 많을까. 그러나 인터뷰 내내 질투는 엄마로서 자신을 돌아보는 반성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온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감동으로 번졌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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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무수리, 원조 살림의 여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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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본능적으로 자신이 공주과인지 무수리과인지 판단한다면, 동화작가 김향이는 누가 봐도 공주과다. 우아한 미소와 도회적인 외모, 야리야리한 몸매에 레이스와 셔링이 주를 이루는 의상, 게다가 세계의 인형들을 수집하고 가꾸는 그녀의 취미까지 공주과가 틀림없다. 그런데 그녀가 웃으며 고개를 흔든다. “아니에요. 사실 저는 무수리과예요.” 증거로 그녀가 내미는 손을 보니 손톱 손질이나 매니큐어는커녕 거칠고 굵은 손마디가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는 무수리(?)가 확실했다. 이럴 때 느끼는 반가움이나 친근감은 무슨 심리일까? 무조건 그녀가 좋아진다.
그녀의 손은 잠잘 때 빼곤 잠시도 놀 틈이 없다. TV를 보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퀼트, 뜨개질 등을 하며 시간이 아까워 손을 놀리지 못한다. 남이 버린 물건도 주워다 톱질하고 사포질하고 색칠해서 나만의 명품으로 만드는 게 특기이자 취미다 보니 손이 성할 날이 없단다. 은평구 뉴타운에 들어선 새 아파트로 옮긴 그녀의 공간, 과연 눈부시다. 모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독특한 물건들이다. 말구유에 가꾼 소담한 꽃밭부터 침구, 커튼, 옷, 신발, 가방, 가구까지 모두 그 손끝에서 환골탈태했다. 1천 개가 넘는 인형들이 그 집에 함께 산다. 골동품 인형을 경매로 구입해서 부러진 발가락을 점토로 만들어 붙이고, 아크릴 페인트를 칠해 뽀얀 살색을 내고, 옷을 새로 지어 입히기도 했다. 하나하나 사연이 깃든 인형들의 이야기를 담아 최근에 <꿈꾸는 인형의 집>을 출간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하이디의 오두막집’ ‘피노키오’ ‘소공녀’ ‘백설공주’ 등 동화 속 감동적인 명장면을 그대로 연출한 작품들은 곧 전시회를 앞두고 있다. <미즈내일>박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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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경사스러운 날, 한복을 꺼내 입으실 때마다 장갑을 끼셨다. 거친 손마디가 부끄러우셨던 거다.
어머니는 '여자는 손이 고와야 한다'며 내게 궂은 일을 시키지 않으셨다.
어머니의 손을 아끼라는 당부가 무색하게 이미 내 손은 마디 굵고 거친 손이 되었다. |
메니큐어로 곷단장을 한 손톱이 벌써 무겁고 갑갑하다.
손톱이 길면 바느질 하기도 자판치기도 불편하다. 음식만들 때도 께름칙하다. 그래서 손톱은 바짝 잘라야 속이 시원하다.
내 손은 정말 주인 잘 못 만나 팔자가 기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