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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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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반사

성탄절 마다.....

멀리 가는 향기 2010. 12. 25. 14:48

향기통신 112회  <성탄절  유감>

 

 

 

하필 성탄절에 남편 장례를 치렀다.( 남편 생일은 석가탄신일. 장례일은 성탄절.  아마도 '날 잊지 말아요' 하는지도 ....)

어느새 4년 세월이 흘렀다.

 

 

아름이는 여름 방학 중에 아빠가 암투병 중인 것 알게 되고

엄마가 카페에 올리는 사진으로  아빠 건강상태를 짐작만 하다가

겨울 방학 때 비행기 안에서 아빠의 임종을 맞았다.

 

 

스무살 동갑나기로  만나 스물일곱에 백년가약을  맺은 우리는 고작 쉰 다섯에 사별을 했다.

 

 

 

 

결혼 29주년 기념 여행을 다녀온지 두 달 만에 남편이 암선고를 받았다.

처음엔 분심이 생겼다.

하느님은 없다고. 하느님이 있다면 이럴수는 없는 거라고.

그 다음엔 무조건 빌었다. 살려달라고 매달렸다.


 

 

의사는 뇌종양 판정을 내리고 조직검사를 하기 위해 보호자인 내게 각서를 쓰라했다. 

환부는 머리 정 중앙에 위치하고 조직 검사를 하다 출혈이 멈추지 않으면 절개를 할 수밖에 없다 했다.

수술과정에서 신경을 잘 못 건드리면 식물인간이 되는 것도 감내해야한다고 했다.


 

천만다행으로 조직검사를 무사히 마친 남편을  중환자실에서 만났을 때

나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어떤 시련이 닥쳐올지라도 이겨내리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냉커피를 마시게 된 것만으로도  고마워하는 그를 보면서 세상엔 감사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편의 손톱을 깍고  몸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면서


 

나는 그의 어머니가 되어주기로 작정했다.


 

그는 정말로  갓난아기가 되어 품안에 안겼다.


 

주일이면 병원 기도실에 가서 그도 나도 간절히 매달렸다.

수없이 빌고 또 빌었다.

 

 

 

평소에 병원출입 모르던 남편이 항암을 시작하면서  겁먹고 무너지고 주저앉고


입술을 깨물며 참아냈다.


 

홀로 기도 하고 매달리면서



 

기도 받고 위안 받으며 하루 하루 살아냈다.

 

나는 충분히 이겨낼  낼 수있다 그를 독려하면서

미국에 있는 딸아이를 위해

하루하루 전쟁과 같은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 카페에 올렸다.

 

       ............................

       비극은 일어나기 마련이고 사람들은 다치거나 죽는다.

       그리고 너도 고통 받고 늙어간다

      네가 무얼해도 시간이 하는 일을 막을 수는 없다.

      그래도 그 실을 꼭 잡고 놓치지 말아라.

 

모든 불상사는 어느날  갑자기 시작 되기 마련이고

이왕 닥친 일  정신 똑바로 차리고 헤쳐 나갈 일이며.

어차피 육 칠십 먹으면  겪을 일 좀더 기운 있을 때 겪으니 차라리 낫다고 생각했다.

 


 

2차 항암 끝내고 찍은 MRI  사진에 암 세포가 사라졌다고 했다.

항암세포가 사라져 버린 필름을 보고 또 보고 감격시대가 다름없었다.

 

조금 쉬었다가 3차 항암을 시작 할 것을 의사도 보호자도 내친김에 뿌리뽑자 서두른 것만 같다.

 

 

 

 
3차 항암 시작하기 전 열흘간의 휴가를 받아 병원에서 나온  남편이

승환이  졸업작품전시회에 들러  아들이 찍은 아버지 사진을 감상 했다

 

 

 

전시장을 나와 대학로 거리를 거닐며 병원 냄새가 코에 베었다던 그가

 "아, 좋다. 냄새 좋다" 수없이 코를 킁킁거리며 즐거웠했었다. 

 


 

우리는 대학로에서 종로 3가 피카디리 극장까지 걸어와서

신나는 영화 웃기는 영화를 한 편 보았다.

 그가 행복하다 했다.

그리고 마누라를 "이쁜아! 하고 불러주었다.

 

잠자리에 들기전 아침에 눈 뜰 때  보호자 침상을 내려다 보고 "이쁜아!"하고 불러주던 그 목소리가 그립다.


 

 휴가 끝내고 시작한 3차 항암제는 신약을 사용했다.

음식을 넘기지 못한 남편은 남의 피를 오백여만원 어치 먹고

하루에도 수차례 검사 한다고 피를 뽑고..

아예 손등에 수도꼭지를 달았다.


 

이십여일 음식을 넘기지 못해 탈진한 드라큐라 백작

 

 

 

급기야 산소 호흡기를 비롯하여  이름도 모를 기계들을 착용하고

세브란스 병원의 기기들은 모두 사용 해보려 작정을 한 것 같다

하루에 엑스레이 사진 촬영만도 일곱차례 ....

.

 

 폐에 물이 차서 호흡이 가파지자 30여분간 페에서 물을 빼냈다.

배는 가스가 차서 임산부 배처럼 부르고 30분 간격으로 설사를 하고...

 

돌이켜 보면 그날 밤 입술이 타도록 애태운 건 아무 것도 아니다.

 처음 뇌종양 판정을 받고 얼마 살지 못할 거라는 의사 말에

아들이 밤새 영정 사진을 준비 했을  때 가슴 찢어지는 아픔에 비하면 말이다.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산다고

나는 그 사람을 보내고도 밥도 먹고 잠도 잘 자고 웃기도 잘하면서 살고있다.

투병 중에 장례중에

우리 부부를 염려하고 안타까이 바라보던 지인들의 기도를 잊을 수없다.

부산,광주. 제천 창원 서귀포 등지에서 병문안을 와준 선후배 지인들 사랑은

가슴에 담아두고 살아가면서 갚아야할 빚이다.

 

 

 

 

 

 

 

남편을 보내고 얹은 게 있다면.

'집착을 버리고 희망을 품은 일'이다.

 

덤으로 사는 인생 하루 하루를 즐겁게 살다가려고 애쓴다.

그것이 그 사람이 가장 바라고 원하는 일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