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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끔은 땡땡이도....

멀리 가는 향기 2010. 12. 23. 21:20

 

나는 가을을 탄다.
 
입추가 시작되고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서늘해지면
창밖의 풀벌레 소리에도 잠 못이루고
패티김의 노랫말에도 눈시울 젖는다.

구월이 오는 소리 다시 들으면 
꽃잎이 피는 소리 꽃잎이 지는 소리
가로수에 나무잎은 무성해도
우리들의 마음엔 낙엽이 지고
쓸쓸한 거리를 지나노라면
어디선가 부르는 듯 당신 생각뿐


구월이 오는 소리 다시 들으면
사랑이 오는 소리 사랑이 가는 소리
남겨진 한마디가 또다시 생각나
그리움에 젖어도 낙옆은 지고
사랑을 할 때면 그 누구라도
쓸쓸한 거리에서 만나고 싶은 것

 

벌써 구월이다.

 

전반전 숨이 턱에 닿도록 열심히 뛰었는데 벌여 논 일의 마무리는 아직도 멀었다.

일개미처럼 워커홀릭이 되어버린 내가  딱해서 오늘은 땡땡이를 치기로 했다.

함께 놀 땡땡이꾼들을 불러냈다.

 

 

'이 선생, 지난 번에 악세사리 공방 알려 달라고 했지? 오늘 알려줄게 나와."

 이 친구 갑작스런 내 전화에 뽀르르 달려나왔다. 

 

"나이 먹으면 괜찮은 악세사리 하나 쯤은 있어야 한대서 백화점 갔다가

너무 비싸서 몇번이나 되돌아오곤 했어요."

화산석 목걸이 귀고리 세트와 진주 딸랑이 반지를 고르고 좋아 죽는다.

 

 

"지난번에 선물 사야한다고 공방 알려달랬지......'

이 친구 회사 땡땡이 치고 히히낙낙 달려나왔다.

(직원들 보기 미안타고 목 모델만 하시겠단다^^) 

흑비취에 자만옥 목단꽃 문양 브루치가 딱 어울리는  이 양반.

백화점 3분의1 가격에 해벌쭉 해져서 대모님 브루치도 샀다.

 

내가 끼고 있는 진주 딸랑이 반지 비스무리한 것을 두 양반이 손가락에 끼고 또 히낙낙...

김향이 스탈 따라쟁이 되시겠단다.

 

견물 생심이라 나도 반지 하나 꿰찼다.

나중에 딸하고 며느리 물려주면 되고

미용실에서 파마 한 번 한 셈치면  됐지.

 

 

 

지난 번 몽골 봉사여행 가기전 우리 집에 아이들 모아놓고 브리핑 하던 날 ,

이춘희가 무지막지 큰  수박을 들고 와서는 몽골에 나무 심으라고 금일봉을 주고 간 일이 있다.

신부님 병문안 내려가는 길이라며 그 더위에  냉수 한 잔 못 마시고  간 일이 마음에 걸렸다.

 

 

몽골에서 사온 캐시미어 숄을  몇 바늘 꿰메서 볼레로를 만들어 주었다.

 

" 잘 봐라. 요렇게  입는거야."

 

우리는 신세계 백화점 하늘 공원에서 저물도록 수다를 떨면서 땡땡이를 즐겼다.

 병원에서 수술받은 지인 이야기도 하고

지나간 옛사랑 야그도 하면서 '순간 순간에 충실하자' 했다.

 

그래서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더 이상 쓸쓸해 지지 않고

새록새록 가슴에 어여쁜 이야기들이 많이 쌓여  

 더 먼 훗날에도 혼자 빙긋이 웃을 수 있는 날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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