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이가 어버이날 꽃바구니를 만들어 왔다.
문득 시 어머님이 살아계셨다면 꽃바구니 받으시고 뭐라셨을까? 생각했다.
"뭐라 그 깐 꽃에 돈 새기고 그라네!"
시어머니는 딱 내 나이에 돌아가셨다. 환갑도 못 넘기시고.
4월 8일이 기일인데 어머니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 제사상 한번 차려드리지 못했다.
신의주 태생이신 어머니는 아홉살에 조실부모하고 작은 어머니와 함께 월남하셨다.
시어머니를 소재로 <할미새>와 <비둘기 구구/ 초등 3-1 읽기 책에 수록> 단편동화 두 편을 썼다.
시절을 잘못 만나난 탓에 피눈물 나게 고생 하시다 서둘러 가셨다.
어머니는 성정이 불같고 강인 하셨다.
몸에 베인 부지런함으로 중풍으로 돌아가신 시아버님 대신 생계를 맡으셨다.
"너는 몸이 약하니까 절대로 돈벌이할 생각말고 살림만 알뜰하게 살라."
어머니는 새마을 보일러 연탄도 당신이 갈아주셨다.
연탄가스를 많이 맡으셔서 폐암에 걸리셨지 싶다.
남편이 어머니 지갑은 철통지갑이라 할 정도로 아끼고 검박하게 사셨다.
남편이 제대하고 취직하던 해 석달 월급모아 결혼식을 올렸는데
어머니가 월급봉투를 관리하셨다.
남편도 교통비를 타서 쓰고 나도 한달 생활비를 타서 썼다.
신혼 때 시장에서 꽃 한송이 사다 화장대에 꽂아 놨다가 꾸중을 들었다.
입덪이 심한 아내가 딱했던지 남편이 참외만한 부사 한 알을 사다 준 일이 있었다.
철없이 그 사과 혼자 먹다가 어머니 노여움을 사고....
그런저런 일로 눈물도 많이 흘렸다.
게다가 아름이 돌도 되기전에 노환으로 쓰러지신 작은 할머니를 모시게 되었다.
아름이 기저귀와 할머니 기저귀까지 .... 하루 세번 세탁기를 돌렸다.
나는 힘에 부쳐서 입 다물고 살았다.
어느날 할머니 기저귀를 가는데 승환이가 문지방에 버티고 섰기에 문 닫으라 했다.
"시여. 나도 보꺼야. 이담에 엄마 해줄거니까."
어린 것이 나를 가르쳤다.
우리 승환이 말 한마디에 나는 지옥에서 벗어났다.
시어머니가 폐암으로 투병 중일 때 아름이가 부반장이 되었다.
병원 오가느라 아름이한테 신경을 못 썼더니.
"엄마 선생님이 맨 뒷자리로 가라해서 칠판 글씨가 안보여."
그 소리에 열이 치받쳐서 돈 봉투 들고 담임을 만나고 왔다.
현관문을 여는데 집안에 고약한 냄세가 진동했다.
어머니가 속옷을 벗어 내 놓으신 것이다.
"왜 이자 오네. 너 없이는 한 시 반 시도 못 살갔다."
나는 어머니 속옷을 들고 목욕탕으로가서 수돗물 틀어 놓고 실컷 울었다.
그날로 나는 어머니의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어머니한테 섭섭했던 마음은 세탁기에 돌려 빨아 버렸다.
"엄마, 나는 어려서 생각이 안 나는데 승환이 오빠가 다 기억하고 있더라.
할머니가 엄마 힘들게 했다고."
세상에 시집살이 안 하는 여자가 어디 있나?
삭이고 또 삭이다 보면 저절로 도가 트는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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