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렸을 때 엄마가 무명 앞치마를 입으면 나는 입에 군침이 돌았었다.
제삿날이거나 명절에만 앞치마를 두루셨기에 그랬을 것이다.
앞치마를 입으면 기분이 묘하다.
남자들은 이 기분 죽었다 깨나도 모르리.
안온하고 차분해지면서 뭔가를 해내겠다는 의욕이 생긴다.
글쓰기 전에는 앞치마를 즐겨 입었더랬다.
철따라 염장식품을 만들고 집안 인테리어를 바꾸고
아이들 옷을 만들고 간식을 만드느라 늘 앞치마를 입었다.
글을 쓰고부터 앞치마를 멀리 한 셈이다.
마흔살에 등단한 뒤로 동화에 대한 열정이 가슴을 메웠으니 당연하다.
글을 쓸 때는 아이들과 남편에게 소홀한 것 같아 미안하고
집안 일에 메이다 보면 숙제 못한 아이처럼 불안했다.
글쓰는 일과 집안일을 두고 얼마나 저울질 했던가.
지금은 그때그때 마음이 시키는대로 글쓰고 살림하고 인형만들고.
여유를 부린다. 내 마음을 다스리는 기술이 생겼나?
나는 여자라서 행복하다.
여자는 얼마나 생산적인가.
김 박 써니들은 나더러 여신이라지만 살림에 이골이 나서 손이 빨라진 것 뿐 .
그때 그때 마음이 시키는대로 일을 해치우면 생산적인 하루를 살 수있다.
앞치마를 입고 바느질을 할때의 나는 얼마나 고요한가.
스님들이 화두 하나 들고 마음을 비우듯
나는 바늘을 잡고 마음을 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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