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6.12일
" 아이고 쇳덩어리야...."
박숙희는 몸이 천근만근이라 배낭도 쇳덩어리, 운동화도 쇳덩어리 ,생수병도 쇳덩어리 같단다. 그녀가 끙끙 앓다 잠든 사이 우리 모녀는 호수지방으로 떠날 가방을 꾸리고 잠들었다.
일요일 아침 8시35분 튜브를 타고 유스턴 역에 내려 레이크티스트릭행 기차를 탔다.
로드 메니저 아름이는 3인분 여행 가방 끌고 아이패드와 카메라가 든 쇳덩어리가방을 매고 앞장섰고
.나는 기차에서 먹을 간식과 생수 가방을 매고 뒤따랐다.
아름이가 옵션으로 지정한 좌석은 A 칸에 있다. Quite Zone으로 핸폰 통화도 안돼는 도서관 같은 칸이다. .
30분 간격으로 청소원이 다녀가서 쾌적하고 깔끔했다.
딸과 함께 한 달 간 프랑스 여행을 하고 온 윤주 엄마가 말했다.
"윤주는 엄마 하나도 버거웠는데 아름이는 엄마를 둘이나 챙기니 고생이 말이 아니겠네."
런던의 유스턴역을 빠져 나온 인터시티 열차는 아름다운 코치월드와 ‘폭풍의 언덕’으로 잘 알려진 하워즈를 뒤로하고 북쪽을 향해 쉴 새 없이 달린다. 동화 ‘피터 래빗’의 무대이자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의 발상지 중 한곳인 호수 지방이 가까워질수록 한가한 양떼와 돌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 집들이 자주 시야에 들어온다.
동물의 삶을 통해 인간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했던 동화 ‘피터 래빗’의 무대로 출발하는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호수지방의 거점 도시 윈더미어를 경유하게 된다. 도시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작은 시가지를 지나 호수에 다다르면 하얀 증기선이 방문객을 맞는다.
영국의 여류작가 베아트릭스 포터가 젊은 시절부터 생을 마감할 때까지 살면서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을 펼쳤던 힐탑(Hill Top)으로 향하는 아담한 선박에 오르자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부모와 함께 온 어린이들,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나온 청소년, 잔잔한 호수에 비친 작은 섬과 구름들….
런던교외로 빠져나오자마자 울울창창한 수목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날씨는 변덕스럽고 읍습한데다 살 떨리게 춥지만 나무와 꽃들이 충분히 보상을 해주니 괘않다.
레이크디스트릭트에 닿기전까지 박숙희는, 내가 왜 호수지방 노래를 부르는지 몰랐다.
'우리 나라에도 호수는 많은데 하필 영국까지 와서 교통도 나쁜 곳까지 기쓰고 찾아가나? '했단다.
으아악.......샤스타데이지가 흐드러졌다.
혼자보기 아까워 '쇳덩어리'를 흔들어 깨워도 눈을 못 뜬다.
걱정이다. 그녀가 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내 알건만 예쁜 꽃도 기운을 추슬려 주지 못하는구나.
그동안 얼마나 진이 빠졌으면 저리 맥을 못 출까?
나는 한 시 바삐 그녀가 종달새처럼 웃고 떠들어 대기만 기다릴 뿐이다.
북쪽으로 올라갈 수록 너른 구릉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양때를 방목한 목초지들이 많다.
돌담을 쌓아 구획정리를 했는데 그 작은 소로길에도 꽃나무들을 심어 영국 사람들이 얼마나 꽃을 사랑하는지 알수있다.
"엄마 ,옥센 홀름역이야"
여기서 윈더미어행 완행을 갈아타고 20여분 더 가면 된다.
윈더미어 역에 3시 30분에 닿았다. 마트에 들러 간식거리와 점심 메뉴를 골랐다.
리누드 게스트 하우스. 1865년에 지은 집이라는데 예약할 때 인터넷으로 본 사진보다 더 예쁜 집이다.
집주인 프란체스카 할머니가 어떤 이인지 실내만 둘러 봐도 알겠다.
응접실 창가에 놓인 인형을 보니 집주인 할머니가 무조건 좋다.
식당 앞의 나무계단을 오르면 우리가 예약한 3인실이 나온다. 복도에 청소기를 내 놓았는데 메이드 인형으로 살짝 가려 놓았다. 할머니의 센스업!
하얀 레이스 커튼과 꽃무늬 침대보 오밀조밀 작은 실내에 화장대며 스툴이며 있을 건 다 갖추었다.
오븐구이 통닭, 야채 셀러드를 곁들인 오트밀 빵에 푸룬, 블루베리, 체리가 마트에서 준비한 점심 메뉴다.
'아아 이 침대에 고단한 몸 누이고나면 내일 힐탑에 가는 구나.'
드디어 마침내 베아트릭스 포터를 만난다는 생각에 나는 세상 부러울게 없었다.
주인할머니가 걸어서 갈 수있는 거리에 호수가 있다고 했다.
느릿느릿 걸어서 100년이 넘은 영국전통 가옥들을 구경하다가,찾았다!
베아트릭스 어트렉션.
이렇게 쉽게 길에서 발견하다니!
좋아서 죽겠다.
여자는 어려서부터 현모양처로 길들여져서 재력있는 남자와 결혼하고 사교계에 나가 차치와 향락을 과시하던 그 ,당당히 자신의 재능을 갈고 닦아 남자의 부속품이 아닌 주체적인 여성으로 살아보인 이.멋지고 아름다운 여성으로도 자랑스러운 이.
나 또한 그리 살려고 노력하겠지만 설혹 그 꿈을 못 이룬다 한들 마음 아플 것 없으니
못 이룬 내 꿈은 우리 아름이에게로 이어질 것이다.
관람 시간이 채 30여분 남지 않아 그녀 삶에 관한 자료들은 사진으로 훑고
아쉽지만 조형물과 미니어처들을 주의깊게 감상했다.
수채화의 파스텔톤의 칼라매치가 부드럽고 따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원작의 일러스트를 리얼하고 사랑스럽게 표현했다.
어트렉션을 빠져나오니 혹스헤드로 가는 유람선 선착장이 보인다.
선착장의 고니들은 사람을 겁네지 않는다.
아름이는 고니들이 이뻐서 죽는다.^^
돌아오는길에이층버스를 타고 보네스 마을을 둘러 보았다. 영국은 아홉시가 넘어도 훤하다.
하루에도 몇 차레 비가 오락가락 하기에 후드 티를 뒤집어 쓴 채 걷는 이 들이 대부분이다.
비는 우산으로 가리지만 추위에는 대책이 없다. 레이어드 스타일로 여러겹의 옷을 입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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