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안에서 옆자리 할머니가 한자 공부를 하고 계셨다.
"한자 자격증 따시려고요?"
넌즈시 여쭈었다.
"늙막에 중학교에 다니느라 공부할게 많네요."
"올해 몇 이신데요?"
"일흔 둘이요. 집이 가난해서 공부할 염도 못냈어요. 그게 한이 되어서..."
금방 들은것도 잊어먹는 판에 공부 하려니까 여간 어려운게 아니라셨다.
당연한 말씀이다.
나도 원고를 쓰다보면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곤혹스러울 때가 많은데,
이야기를 하다가도 그거 있잖아 그거 하고 답답해 할 때가 많은데....
전철역에서 나와 예식장 가는 셔틀버스를 타려는데 한비야씨가 줄을 서 있있다.
그녀와 푸른숲 송년파티에서 인사를 나눈 적이 있지만 당연히 못 알아볼 줄 알았다.
그녀가 "김향이 선생님"하고 아는척을 해서 깜짝 놀랐다.
그녀는 직업상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가.
한번 만난 사람을 기억하다니 어찌 그리 총기가 좋을까?
(김혜경 사장님을 통해 내 얘기를 들었을 터지만 놀라운 기억력이다)
나는 창비 편집자를 9번이나 못 알아봤다고 노염을 사고
남의 이름을 맘대로 고쳐서 부르고, 얼굴과 이름을 헛살리기 다반사.
게다가 그녀는 붙임성도 좋다.
핸드백에서 귀고리를 꺼내 둘 중에 어느게 낫겠어요하고 묻는다.
스카프를 고쳐 매달라고도 했다.
그녀의 글에서 김혜자 씨한테 공식석상에 설 때는 옷차림에 신경 쓰라는 충고를 들었다는 대목이 떠올랐다.
그녀가 옷매무새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지하철에서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 곤란했을거라 했더니
그렇찮아도 젊은 아가씨들이 비슷한 사람인가 아닌가 수근거리더라 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기가 늘 외국에 있는줄 알기에 괜찮다 했다.
한비야는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멋진 여성이다.
싹싹한 성격도 자신감 넘치는 걸음걸이도 보기 좋다.
무엇보다 기억력과 총기가 가장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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