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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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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반사

K가.............

멀리 가는 향기 2011. 12. 14. 17:37

 

친구가  K가 자살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전화 연락을 받은 나는 꺼이꺼이 울었다.

남들이 이상스레 쳐다 보는데도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남편과 아들은  한 집안에 살면서도 몰랐다.

세 식구가 각자 자기 방에 틀어 박혀 대화가 없었단다.

K는 외아들 때문에 무던히 속을 끓였다. 자식을 잘못 키웠노라고 울먹이곤 했었다.

고등학교 때 유학 보내 놓고 갸 뒷바라지로 을매나 고생을 했는데 

갸는 된장남으로 살았다. 엄마가 은행이었으니까.

 

남편이 정년 퇴직하고 돈줄이 끊기자  아들도 귀국 했지만  방안퉁수로 지낸 모양이다.

적극적이고  다부진 성격도 못 되어서 아르바이트 한 번 안해 본 녀석이

사업자금만 대 달라고 응석을 부렸단다.

 

 

나쁜 놈.

나는 세상의 아들들한테 속으로 욕을 했다.

어미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아깝다 않건만... 우찌 그리 무정한가.

 

자식 가진 사람 입찬소리 못한다고 우선 내 자식부터 성토감이다.

즤 아부지 말 없는 사나이라 염화시중을 하고 살아냈는데 아들 놈까지 판박이다.

 직장 다니면서 더 말이 없어졌다.

집에 와서도 손에 든 아이패드에 눈길 못 밖아두고  화장실이고 어디고 들고다닌다.

갸는 영화하고 연애하는갑다  어머니도 서운해 하신다.

 묻는 말에 대답 조차 안한다고 하면 피곤하니까 말 시키지 말란다.

속으로 야 임마 엄마는 안 힘든줄 아냐.  하루 종일 어께 허리야 함서 일만 하는데....

뭉친 어깨 한번 주물러 준적 없고...블라블라  그 소리가 나오더라.

 

 방 한번 청소하는 법 없고 쓰레기 분리 수거 도와준적 없고 

전시회 준비로 삼촌이랑 박스 날라도 지 방에서 코빼기도 안 보이고.

나는 소도 때려잡을 장정 아들 두고  중늙은이 남동생만 부려 먹었다.

 

저게 저래 생겨먹어가지고 직장 생활은 어찌하나

속으로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다.

나랏돈 먹으려면 눈치코치껏 몸 놀리고  닥치면 다 할테지 하면서도  

나도 에미인지라  내 자식이 영 못 미덥다.

 

나는 아들이 무엇을 소망하는지, 미래설계는 하고 있는지,....

 아들의 능력과 한계를 안다고 말 할 수있을까?

 엄마하고 결혼하겠다던 재롱동이는 어디로 갔을까?

 

어느  비오는 밤 아들이  외박을 하고 연락 두절이 되었을 때 

나는 밤새 하얗게 뜬 눈으로 밝히며 애간장을 졸인 적이 있었다.

누구에게 알아보나? 친구나 직장 동료 연락처 하나 모르는디.

출장 가면 간다고 얘기를 하는 놈인가  입에 쟈크를 문 놈이니

나 혼자 씩씩대다가 제 풀에 넘어질 때가 많았다.

그짓도 이력이 나서

이제는 오면 오는가 보다 가면 가는가 보다.

소 닭보듯이 하고 산다.

 

K는 오죽 속이 터졌으면 그 꼴 저 꼴 안 보겠다고  목숨을 끊었을까.

 

 

 

마음 심란해 있는데

 옆 자리에 드럼통 같은 총각이 다리 쩍 벌리고 앉더니

금세 코를 골며 나한테로 넘어 온다.

빈자리가 있으면 도망 가련만.

드럼통 어깨를 떠밀어 바로 세워 놓았는데

옆자리 아주머니가 손톱을 또각또각 갂고 있다.

손톱이 내 치마 위로 바닥으로 사방으로 튀어 신경이 곤두선다.

그래도 빈 자리가 없어 눈만 감고  있었다.

 

  자기는 탈북자 돕기 센터 000라 하는  중년 남자 목소리에 눈을 떴다.

불신지옥 어쩌구 @#$%  설교를 했다.

설교 끝에  "노무현처럼 자살을 하면 지옥에 갑니다. 예수 믿고 천당 가십시요" 한다.

 

나는 그 남자를  노려 보았다.

종교인이 어찌그리 말을 함부로 하오  한마디 쏘아부치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 사람 입장이 안 되어 보고 말을 함부로 하면 안되는것이다.

분명 목숨을 버린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목숨을 버리기 까지 오죽 번뇌를 많이 했을까?

그래서 남의 말을 함부로 못하는 것이다.

 

나는  남의 어려운 사정 잘 헤아리던  정 많은 친구 하나 잃었다.

속이 상해서 일손이 안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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